이재명 정부의 첫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23일 후보자로 낙점을 받았다. 과기부 장관에는 종종 저명한 과학자나 대학교수 출신이 발탁되는 경우가 있었으나, 40대 후반 실무형 과학기술인이 과기부 수장에 오른 것은 파격이다.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1976년생으로 49세다.
이재명 정부는 이보다 앞서 대통령실의 과학기술 수석자리로 신설된 AI미래기획수석에 하정우 네이버 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발탁하며, 이같은 인사혁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정우 수석 인선은 네이버에서 클라우드 AI혁신을 맡은 전문가를 정부의 AI 기획자로 삼은 것으로,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민간 중심의 AI 과학기술 혁신정부라는 밑그림의 시작점이라 할만하다. 하 수석은 1977년생으로 40대 후반의 젊은 과학자다.
이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과기정통부 장관과 대통령실의 AI수석에 공히 젊은 과학자 출신의 민간 CEO급 인사를 앉힌 것으로, 제대로 시장에 먹힐 수 있는 과학기술 AI정책을 수립해 가겠다는 인사권자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걸었던 '자신을 일잘하는 진짜 대한민국의 일꾼으로 써달라'는 주장을 현실화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공약으로 내건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한 최고 정책책임자로 그 분야의 전문 일꾼들을 선택한 것은 잘한 일이라 본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부처 장관 가운데 한 곳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는 한성숙 네이버 전 대표가 지명됐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에 민간 기업인 출신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처음이지 않나 싶다. 당시 황철주 대표는 자신이 세운 주성엔지니어링 지분에 대한 백지신탁 문제 등으로 결국 입각은 못했다.
한성숙 중기벤처부 장관 후보자는 포털 IT업계에서는 대표적인 워크홀릭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네이버 검색 서비스를 담당했던 때나 이후 대표로서 네이버 쇼핑이 제 자리를 잡는 기반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 합류 전 인터넷 검색서비스 업체인 엠파스의 창림멤버로 활동하며,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행정 워크홀릭으로 알려진 이재명 대통령과 네이버 대표시절 일선 책임자들과 직접소통하는 질문하는 CEO타입의 워크홀릭 한 후보자간의 케미는 긍정적 예견이 나온다.
그렇다면, 경제부처의 수장 자리인 기획재정부와 경제부처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산업자원부 장관역시 일잘하는 실무형 장관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을까.
기획재정부와 산업부 장관의 지명은 이재명 정부의 거버넌스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좀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새정부의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정부 조직개편으로 기획재정부를 우선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장관역시 기존의 통상자원부에 대한 부분이 남아 있다. 기후에너지부의 신설 등이 검토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해당 부처의 성격에 따라 인선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이번 11개 부처 장관의 지명에서 나온 민간 인재의 적극적 활용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전 정부에서 흔하게 보여온 정권 초기 관료 출신의 행정가를 통한 원만한 국정 운영 기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인 것은 확실하다.
물론 이날 부처 장관 발표와 함께 이뤄진 초대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된 윤창렬 LG 글로벌전략개발원장은 행시 34회로, 국무조정실의 사회조정실장과 국정운영실잘을 맡은 내부 관료출신이긴 하다. 그럼에도 과거 기재부 관료 출신이 차지했던 국무조정실장 자리를 내부 출신에서 발탁한 것은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재명 새정부의 첫 조각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며 잠시 한눈을 팔면 국익에 심대한 손상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 현재 대내외 정치·외교ㆍ통상의 현 주소다. 이들 실무형 장관과 수석이 경제ICT 생태계에서 올바른 큰 틀의 방향과 세부 전략 수립을 통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정책 의지를 실현해 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번 인선에서 아쉬운 부분은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이 없었다는 점이다. 전 정부에서 발생한 의정갈등에 따라 표류하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에 대한 처방이 시급한데도, 이번 정부의 우선 순위에서는 밀리고 있다는 인상이다. 아직 상당수 의대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며 의료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의 복원을 주장하고 있고,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수 많은 전공의들에 대한 문제도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데 말이다. 2년 연속 신규 의사의 배출이 중단되고, 한 한년에서 3개 학번의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받아야 하는 이른바 트리플링이 발생하는 '의료 파국'을 막을 주무 장관 임명은 서둘러야 한다.
편집인 겸 선임기자 nyseo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