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10개월 만에 사법리스크 해소
2심 무죄 선고부터 광폭 행보
삼성전자 리더 부재 의한 과제 산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으로 기소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무죄가 확정됐다. 2020년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10개월 만이자 2심 선고 후 5개월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의 주도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부당하게 추진·계획하고,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4조 5000억 원대 분식 회계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된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재판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부분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이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2월 1심이 19개 혐의 전부에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올해 2월 3일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도 이 회장의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됐던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로써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9년 만에 장기간 이어져 왔던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게 됐다.

삼성전자도 이 회장의 무죄 선고가 반등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에 의한 리더십의 공백으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에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해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놓치는 등 삼성전자의 현재와 미래의 먹거리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 등 경쟁 기업에 영업이익이 최초로 역전되기도 했고 올해 2분기 영업이익도 4조 6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추락했다.

따라서 사법리스크가 해소된 이 회장의 앞으로의 행보에 국내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은 먼저 반도체 부문 경쟁력 강화에 우선적으로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품질 인증 통과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연말 양산 예정인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주를 추진 중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관세 정책에도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에 25%의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8월 1일까지 어떤 합의가 없다면 관세율이 확정된다. 따라서 관세 충격을 해소 또는 완화 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어려움이 산재한 가운데 이 회장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유력한 2심 무죄 선고를 받은 올해 2월부터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한동안 중단됐던 인수합병(M&A)을 올해 들어서 세차례 단행했다.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독일 플랙트그룹(FläktGroup)을 2조 3000억 원을 들여 인수했고 비슷한 시기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Masimo) 사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 달러에 사들였다. 또 최근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인 '젤스(Xealth)'도 인수했다.

글로벌 광폭 행보도 본격적이다. 2심 무죄 선고 직후인 지난 2월 4일에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인공지능(AI) 투자를 논의했다.

이 회장은 중국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 CEO들을 만나 BYD로부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대규모 공급 계약을 따내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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