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분석은 2016년 나홀로소비자 그룹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분석은 나홀로 소비자의 특징을 몇 개의 키워드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누가 나홀로 소비자인가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매체나 기관의 분석들이 나홀로 소비자에 대해 잘못된 전제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란, 혹은 혼돈을 막기 위해서는 나홀로 소비자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싱글 이코노미’, ‘솔로 이코노미’, ‘나홀로족’과 같은 용어로 사회현상을 분석할 때 인용하는 나홀로 소비자의 정체에 대한 통계 자료는 1인 가구수다. ‘1인 가구가 늘면서’라거나 ‘1인 가구 증가 덕분에’와 같은 말로 표현하면서 1인가구가 싱글이코노미 성장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취급한다. 그리고 통계청 발표를 인용하게 되는데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인가구 수는 506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6.5%다. 분명 1/4이 넘는 수치이고 계속해서 느는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싱글 이코노미의 성장을 이끌어 가는 것인 정말로 1인 가구수의 증가인가?

(그림 1 : 나홀로 소비자는 7대 소비자 그룹 가운데 가장 큰 범위의 소비자 그룹을 갖고 있다)
(그림 1 : 나홀로 소비자는 7대 소비자 그룹 가운데 가장 큰 범위의 소비자 그룹을 갖고 있다)

1인가구와 싱글의 차이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약간의 숫자놀음을 해봐야 겠다.

우선 1인가구주 평균연령은 몇 살일지 찾아보았다. 역시 통계청 자료(국가통계포털, ‘가구원수별 월평균 가계수지’ 참조)를 찾아보면 한국의 1인가구주 평균 연령은 58.28세다. 놀랍지 않은가? 1인 가구주의 실체가 우리가 싱글이라는 말에서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통계를 더 살펴보면 1인가구주는 월 평균 178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반면 전체 가구주 통계를 보면 평균 소득 376만원, 가구주 연령 평균 52.22세였다. 게다가 2008년 통계와 비교했더니 당시 1인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53.52세, 평균 소득은 242만원이었다. 즉 맥락을 읽어보자면 한국의 1인 가구는 다른 가구들보다 전체적으로 늙고, 가난하며 점점 그런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화려한 싱글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이들이 싱글 이코노미의 주 에너지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림 2 : 한국의 1인 가구주는 평균적으로는 화려한 싱글이기보다 초라한 쪽에 가깝다)
(그림 2 : 한국의 1인 가구주는 평균적으로는 화려한 싱글이기보다 초라한 쪽에 가깝다)

따라서 새로운 소비 부흥의 주력으로서 싱글=1인가구의 등식을 전제로 하는 모든 소비자 분석은 출발부터 새로워져야 한다. 1인가구는 대체로 싱글이지만 그 역은 아니다. 그렇다면 싱글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미혼인구는 1217만명인데 이중 15-24세인구 439만여명을 빼면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는 25세 이상의 미혼자는 778만명이다(통계청, 혼인상태별 경제인구). 그러니까 싱글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약 778만명인 것이다. 그런데 이 수치에는 이혼이나 사별로 인해 늘어난 싱글은 미혼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도 포함해야 한다. 혼인상태별 가구 통계(추정)에 그 수치가 나와있는데 2015년 자료에는 이혼한 상태의 가구주가 171만명, 사별이 218만명이다(이들이 반드시 1인 가구주는 아니다). 따라서 법적인 미혼 778만명에다 이혼 171만명, 사별 218만명의 혼자가 된 인구를 더하면 싱글은 총 1167만명이다(이 수치에도 함정이 있다면 가구주가 아닌 이혼, 사별 인구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혼과 사별을 25세 이전에 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추론하면 25세 이상 인구 3687만명 가운데 31.7%인 1167만명이 싱글인 것이다.

여러 수치로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었는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싱글 이코노미의 그 싱글은 미혼, 이혼, 사별 등의 이유를 가진 사람들로서 25세 이상 인구의 약 1/3인 1167만명이다. 이들은 1인 가구주 506만명의 2배를 넘고 싱글이라고 하더라도 소득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니즈와 소비 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싱글을 연령별, 소득수준별, 가구형태별로 재분류를 해야 정확한 목표의 나홀로 소비자를 추적할 수 있다. 즉 싱글 이코노미의 주역은 1인 가구만이 아니며 이들을 포함한 싱글 전체로 보는 것이 필요하며, 따라서 1인가구 증가로 싱글 이코노미 경제를 설명하는 것은 착시 효과를 부추기는 셈이다.

(그림 3 : 나홀로 소비자가 된 이유는 이처럼 다양하다. *참고로 표현상 이 도표에서 1인가구가 싱글의 하위 집단처럼 표현되었지만 1인가구주 가운데 싱글이 아닌 사람도 있을 수 있으므로 엄밀하게 따지면 완전한 하위집단은 아니다)
(그림 3 : 나홀로 소비자가 된 이유는 이처럼 다양하다. *참고로 표현상 이 도표에서 1인가구가 싱글의 하위 집단처럼 표현되었지만 1인가구주 가운데 싱글이 아닌 사람도 있을 수 있으므로 엄밀하게 따지면 완전한 하위집단은 아니다)

싱글과 나홀로 소비자의 차이

두 번째로 살펴봐야 하는 것은 싱글이 나홀로 소비자 그룹의 전모를 보여주는가 하는 점이다.

예컨대 2015년 캠핑 분야의 추세 가운데 하나는 나홀로캠핑의 증가다. 그렇다면 나홀로캠핑은 싱글들이 주축이 된 신성장 영역인가? 나홀로캠핑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찾아보니 나홀로캠핑을 즐기는 이들은 대체로 가족캠핑을 하다가 넘어온 중장년 남자들이었다. 즉 1인가구주가 아니라 가족이 있는 중년 남자들이 나홀로캠핑 추세의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였던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싱글의 숫자는 25세 이상만 1167만여명이다. 결혼 연령이 늦춰지는 추세가 계속 되고 있고 매년 30여만명이 이혼하고 있으며(물론 10만여명은 재혼한다) 수명 연장이 되면서 사별해서 늘어나는 싱글도 늘고 있다. 엄청난 숫자이긴 하지만 무엇인가를 ‘혼자’ 하려는 욕구로 인한 시장의 변화는 늘어나는 싱글들 때문만은 아니다.

사는 집을 고르고 꾸미고 일상을 위한 가구나 가전제품을 고르고 TV를 보고 여행을 떠나고 음식을 즐기고 노래하고 춤추고 사랑을 나누고 싶을 때 싱글과 가족은 얼마나 다를까? 가장 유의미한 분류는 가족 규모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마케팅 관점에서 등장하는 이슈들의 대부분이 가족 규모에 따른 양적 차이, 상품 사이즈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나아가면 싱글로 살다 보니 가족에 대한 책임, 부담감이 적기 때문에 소비 대상과 소비 성향에 차이가 생기는 부분이다. 예컨대 젊은 싱글 가운데 1인 가구주들은 셀프 메이드 인테리어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홀로 소비를 조금 더 깊게 분석해보면 가족을 구성하고 살고 있지만 혼자 뭔가를 하려는 욕구도 굉장히 커지고 있는 추세를 알 수 있다. ‘사는 집을 고르고...’라는 측면에서는 나홀로가 어렵지만 ‘여행을 떠나고....’와 같은 활동에서는 분명히 이런 추세가 증가하고 있다. ‘2014년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여가를 즐기는 방식 가운데 ‘나홀로’가 56.8%로 ‘가족과 함께’( 32.1%), ‘친구와 함께’(8.3%)보다 많았다.

(그림 4 : 어쩌면 현대인들은 이 그림의 빨간 새처럼 나만은 다르다고 생각하며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그 결과 모두가 빨간 새일 수도 있지만...)
(그림 4 : 어쩌면 현대인들은 이 그림의 빨간 새처럼 나만은 다르다고 생각하며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그 결과 모두가 빨간 새일 수도 있지만...)

약간 ‘변태’스런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관전 노출 테마클럽에 관한 심층 기사(신동아 2015년 11월호, 최호열 기자의 호모 에로티쿠스)를 보노라니 커플이나 싱글들이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 술도 마시고 자유롭게 자신의 성적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한국에도 몇 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인기인지 알 수 있는 수치는 주인장의 카톡 회원이 1만명이 넘는다는 것이다. 주인과의 인터뷰 내용 가운데 눈길을 끈 것이 있는데 손님은 기본적으로 커플들이지만 혼자 오는 경우(남자>여자)도 꽤 되는데 싱글만이 아니라 기혼자도 있다고 한다. 경험담에 대한 기사 내용을 발췌해 옮기자면 ‘오자마자 쇠구슬 달린 티팬티를 입고 있는 노출 성향의 남자가 있었는데 기혼자였고 집에서 한번 입었다가 아내에게 끔찍한 변태 취급을 받아서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성적 취향을 밝히는 것은 부부 사이라도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이런 경험담이 나왔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약간 변칙적인 사례였지만 나홀로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반드시 싱글은 아니라는 것을 간명하게 보여준다. 삶의 많은 영역에서 나와 가족은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사실 외로운 싱글은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을 원하고 어울리는 것을 원하는 반면 가족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나홀로를 더 원할 수 있다. 일상적으로는 TV 리모콘을 잡는 것에서부터 비일상적으로는 성적 취향까지 말이다. 즉 많은 나홀로 소비자는 가족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다만 외형적으로 쉽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숫자를 아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개성화 메가트렌드와 싱글 이코노미의 성장

마지막으로 메가트렌드를 통해 살펴보자.

나홀로 소비자의 증가에 가장 영향을 주는 메가트렌드는 개성화다. 개성화로 인해 한국을 비롯해 세계에서 개인들은 자신만의 취향과 기호, 감각과 감성의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개성화 경향과 함께 가족 구성을 선택의 하나로 여기는 사람들이 더 늘어났고 가족의 형태와 관계없이 자기만의 시간과 경험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물론 소득 증가와 같은 더 하부적인 토대 요소도 있다). 그러므로 개성화라는 필연적인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싱글이든 아니든 나홀로 소비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며 나홀로 소비 분야도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임을 예측해볼 수 있다. 또한 나홀로를 통해 자신의 삶을 성장시키고 성숙시키려는 추세는 일상적 소비재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겠지만 개성화의 특성상 사회 문화 및 컨텐츠, 체험, 도시 문화, 커뮤니티 문화 등의 문화적 영역에서 더 큰 위력을 보일 것으로 짐작된다. 나홀로는 지금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확산되며 문화 양식으로 성장해갈 것으로 예측된다.

끝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나홀로 소비자=싱글은 아니며 싱글=1인가구도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외형적으로 혼자임을 판단할 수 있는 1인 가구, 싱글과 달리 나홀로 소비자는 이들을 포함하되 외형적으로는 혼자가 아닌 가족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까지 확장되고 있다. 즉 특정 세대에 소비 성향이 더해진 것이 나홀로 소비자이며 나홀로 소비자=1인가구+싱글+나홀로 소비성향의 가족 구성원...의 등식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나홀로 소비자는 2천만명, 혹은 3천만명이 될 수도 있고 이들이 만드는 경제가 싱글 이코노미인 것이다.

나홀로 소비자는 개성화의 방향에 따라 계속해서 숫자도 늘고 있고 소비 범위도 넓혀져 가고 있다. 싱글 이코노미를 나홀로 소비자가 만드는 새로운 경제, 소비라고 정의할 때 그 숫자를 생각해보면 시장이 엄청나게 큰 규모로 성장해갈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보다 정확한 타겟팅을 하기 위해서는 소비 분야에 따라 소비자를 세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오늘의 분석에서 꼭 말하고 싶은 결론이다. 소비 분야에 따라 때로는 1인 가구가 주력일 수 있고 또 때로는 싱글이거나 가족 구성원일 수 있으며 혹은 이들 전체일 수도 있다는 관점을 받아들여야 나홀로 소비자들의 싱글 이코노미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김경훈

현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1994년 <한국인 트렌드>를 집필하면서 트렌드 분야 연구를 시작해 <핫트렌드> 시리즈를 비롯 20여권의 책을 냈다. 중장기적 글로벌 메가트렌드에 기반한 강연, 교육,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 트렌드 전문가 과정을 열어 졸업생들과 함께 트렌드 분석 분야의 집단지성을 실험하고 있으며 2016년 1월부터 시작하는 7기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다. 또한 넥스트데일리와 함께 하는 핫트렌드 2016 시리즈를 주도하고 있다.

<제공=한국트렌드연구소=`>http://www.whatsnewtrend.com>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