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미래 트렌드를 알아야 한다. 필자는 건설회사 시절부터 디벨로퍼 회사에 근무하는 현재까지 `공간창조가`로서 가장 큰 관심분야인 `주거공간 트렌드`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지난 2009년부터 언론을 통해 매년 또는 격년으로 공유해왔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2년간 주거공간에 이슈가 될 다양한 현상들 중에 메가트렌드(Megatrend)에서부터 영트렌드(Young trend)까지 7가지를 선정하였다.

1. BBEB 세대현상 : ‘BB, EB가 합치고, 나누고, 바꿔 산다’

베이비부머의 은퇴기가 본격화되면서 베이비부머(Baby Boomer, 55~63년생, 이후 BB로 칭한다)와 베이비부머의 자녀세대인 에코부머(Echo Boomer, 79~97년생, 이후 EB로 칭한다) 사이에 ‘BBEB 세대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주거공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BB세대 약 735만명, EB세대 약 1,348만명으로 합치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40%를 차지하는 이 두 세대간의 연결 현상에 따라 주거공간도 변화하게 된다.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일본 BB인 단카이세대가 60대에 접어들며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는 시기의 일본에서 ‘3F’, ‘욘토라’관련 산업이 발달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3F는 재미(Fun), 가족(Family), 미래(Future)를 뜻하며, 욘토라는 일본발음 ‘토라’, ‘도라’로 끝나는 4가지 단어 여행(Travel), 자기개발(Try), 드라이브(Drive), 드라마(Drama)를 즐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BB들도 비슷한 행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은퇴 후에도 내 집에서 살고 싶은 욕구와 함께, 월급처럼 통장에 들어오는 부동산 수익 창출을 기대하며, 생활비 절감에 민감한 행태를 보인다.

은퇴 후 BB들은 부부만의 여유로운 생활을 바라지만, 내 집 마련과 자녀양육에 도움이 필요한 EB들의 필요에 따라 이러한 BBEB 세대 연결현상이 확산될 것이며 EB세대는 부모인 BB의 지원과 주변 경제환경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주거공간의 주체로 자리잡는다.

BB, EB세대가 집을 합치고, 나누고, 바꿔 사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한 집에 같이 살거나, 같은 동, 같은 단지에 살거나, 약간 떨어진 근거리에 오가며 사는 등 이들 세대간 다양한 주거형태가 발생된다.

(그림 1 : 멀티제너레이션의 주거 특징, 출처 : 피데스개발 R&D센터)
(그림 1 : 멀티제너레이션의 주거 특징, 출처 : 피데스개발 R&D센터)

최근들어 남성 요리 열풍이 불고 있다. 전통적으로 집에서 잠만 자던 남성들이 주거공간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EB 남자)뿐만아니라 `요생남`(요리에 생소한 혹은 생존하기 위해 요리하는 BB남자)이 급증하고, 이에따라 남성에 편리한 부엌(Kitchen)과 식당(Dining) 공간이 선호되고 남성전용 화장대 등의 남성을 배려한 전용공간이 확대된다.

(그림 2 : 남자들의 전용공간 사례, 출처 : 피데스개발 R&D센터)
(그림 2 : 남자들의 전용공간 사례, 출처 : 피데스개발 R&D센터)

2. 월세 주택시장 본격화 : ‘기승전月貰, 상업공간 본격 편입’

기승傳月貰에서 기승전月貰로. 주택시장이 전월세 시장에서 월세시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다. 주거공간이 상업공간으로 거듭나 월세 주택시장이 본격화된다.

실수요에 비해 투자수요가 커지며 수익형 부동산이 부동산시장에서 주연으로 급부상한다. 월세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점차 사라지고, 기업형 뉴스테이, 준공공 임대주택, 민간 임대사업이 활성화된다. 5060투자자, 2030세입자 공식도 파괴되며 월세가 광범위하게 퍼진다. 관광과 주거가 합해져 홈스테이, 게스트하우스 운영이 주거공간으로 파고들며, 실거주와 투자를 병행하는 콜라보가 보편화된다. 강남발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되면서 이사행렬이 이어지는 이사 나비효과가 발생되며, 다음 이사 입주시점까지 한달 또는 수개월간의 징검다리 단기 월세도 급증할 것이다.

(그림 3 : 단기 월세 증가의 나비효과, 출처 : 피데스개발 R&D센터)
(그림 3 : 단기 월세 증가의 나비효과, 출처 : 피데스개발 R&D센터)

3. 주거공간 핏 사이징(fit sizing) : ‘나에게 맞는 사이즈 인당십평(人當十坪)으로 수렴’

주택 다운사이징이 지속되지만 무한정 다운사이징이 아니라 핏 사이징(fit sizing)현상이 나타난다. 강소주택 선호현상, 주택의 다운사이징(downsizing)현상은 지속되나, 무한정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사이즈인 인당십평(人當十坪)으로 수렴된다.

3인 이하 가구가 2015년 75.1%(1인가구27.1%, 2인 26.7%, 3인 21.3%)인 것이 2025년 83.1%, 2035년에는 88%로 증가한다. 희망 주거규모는 전용 85m2(33평)으로 수렴된다.

3인 이하 가구 33평 이하의 ‘주거공간 핏 사이징’ 현상이 발생된다.

단위세대 실내에서는 먹고, 쉬고, 자는 기본 주거기능에 충실한 공간위주로 구성되며 대신에 손님맞이, 운동, 수납, 공부 등의 활동은 단지 내 공용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다면 중대형 주택 거주자도 품위있게 집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단지 커뮤니티 시설로 게스트하우스, 복합실내체육관, 계절창고, 북카페 등의 인기가 더욱 높아진다.

(그림 4 : 주거단지내 공간의 재편성, 출처 : 피데스개발 R&D센터)
(그림 4 : 주거단지내 공간의 재편성, 출처 : 피데스개발 R&D센터)

4.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공간 각광 : 증가하는 여가에 저렴한 시간소비 공간 인기’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라는 광고 카피처럼, 피곤한 일상에서 혼자만의 아늑한 공간 (Nook)에서 완벽한 쉼을 추구하는 수요가 증가한다. 뿐만 아니라 집 근처 동네에서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스테이케이션 공간, 저렴하게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도심 여가공간이 주목 받는다. 아파트 단지 내 가벼운 운동시설, 산책로, 오솔길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며, 온 가족이 온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스트리트몰과 라이프스타일 센터형 상가가 인근에 위치한 주거단지의 선호도가 높아진다.

새로운 취미생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유행하며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DIY가구, 셀프 인테리어가 비용절감 목적이 아닌 집꾸미는 것 자체가 취미로 인기를 끌게 된다.

또한 오랫동안 운전하기보다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 철도 이용을 좋아해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입지, 역세권 입지 선호도가 더욱 높아진다.

5. 외국인 식구(食口)시대 : ‘이웃을 넘어 식구로... 200만 외국인’

체류 외국인 200만 시대를 맞으며 국적별 샐러드볼 타운, 외국인 이웃이 보편화되면서, 외국인들이 주거공간 주체로 다가오는 ‘외국인 식구시대’를 맞게 된다.

2014년 기준 체류외국인 약180만명, 외국인 입국자 1426만명을 기록하는 등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의료 해외진출법’ 제정으로 2017년 외국인환자가 50만 명에 달하면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외국인들의 방문도 크게 늘어난다. 동남아 인구대국들의 소득증가로 주거공간 주력 소비자로 부상하고, 놀고 먹고 재미있는 도심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요소들이 강화된다.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먹고 놀고 재미있는 장소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다.

미국 젊은 이들이 ‘빈 침대와 아침식사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만든 에어비엔비(airbnb, Air Bed and Breakfast) 숙박 서비스업이 온라인과 모바일을 타고 전세계에 각광받듯이 남은 방을 외국인들에게 빌려주는 홈스테이, 게스트하우스가 일상화된다.

외국인 선호에 맞춰 욕실이 커지고, 오픈형 주방, 빨래건조기 등이 필수 아이템이 되는 등 외국인 니즈에 맞춘 공간, 서비스제공 상품이 경쟁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6. 非 아파트의 진격 : ‘아파트 선호 속 틈새 상품 인기’

여전히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지속되는 가운데, 틈새시장으로 非 아파트 상품이 인기를 끄는 ‘非 아파트의 진격’이 예상된다. 이는 최근 5년간 주택 인허가 물량의 30~35%가 단독주택, 다세대, 연립주택 등의 비아파트가 차지한다.

전통적으로 선호되던 마당과 테라스가 있는 집 뿐만 아니라 아파텔, 서비서드 레지던스, 고층 주거복합, 상가주택 등의 인기가 높아진다.

주거, 상업, 레저, 휴식, 문화가 융복합된 공간의 인기가 더욱 높아진다. 택지부족이 심화되는 도심은 주거, 상업, 레저, 휴식, 문화가 혼합된 공간효율을 높인 역세권 초고층 복합시설이 인기를 끌며 도시 내 주택지나 교외에서는 대지지분이 높은 전원주택, 마당 테라스가 있는 집의 인기가 높아진다.

법규적으로 `주택`이 아니지만 `주거기능`을 발휘하는 유사주거상품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주거형 오피스텔(아파텔), 쉐어하우스 / 코하우징, 협동조합 주거상품 등으로 진화한다.

(그림 3 : 단기 월세 증가의 나비효과, 출처 : 피데스개발 R&D센터)
(그림 3 : 단기 월세 증가의 나비효과, 출처 : 피데스개발 R&D센터)

7. 사물인터넷(IoT) 하우징: ‘나보다 더 나를 잘 알고 이해해주는 집’

단순한 스위치조절과 에너지절감의 홈오토메이션을 넘어서 진정한 홈네트워크,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하우징 시대를 맞게 된다. 이제는 사물과 사물 및 사람과 사물이 서로 인터넷 연결되어 정보를 공유하고, 조절하지 않아도 알아서 최적의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똑똑한 집을 갖게 된다

집의 벽이 TV가 되고, 투명한 거실 유리칸막이가 스크린이 되고 커튼은 첨단 스피커가 된다. 나아가 스마트폰, 시계로 건강과 심리상태를 확인해 집의 온도, 조명을 맞춰두고, 일정을 자동 확인해 손님 방문에 맞춰 거실을 넓히고 음악을 틀어준다. 화장대 거울이 뷰티케어 관리사가 되어 피부상태를 체크하고 화장법을 조언한다. 몸에 부착하는 바이오센서 패치를 통해 자동으로 맥박과 체온, 당뇨 등 건강상태를 분석해 의료서비스와 자동 연결한다. 잠자리에서의 뒤척임, 심장박동 등을 확인해 아침 기상 음악과 조명을 조절하고, 집안에서의 행동패턴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 주거환경을 만드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한다.

김희정

한국트렌드연구소 건축분야 외부 전문위원, 현 (주)피데스개발 R & D Center 소장.

1991년부터 2007년까지 ㈜대우건설에서 주택상품개발팀, 주택사업개발팀, 주택설계팀 등에 근무하며 주택 상품기획/설계관리/사업개발/고객만족(CS)/소비자 조사분석/기술견적 등의 경험을 쌓았다. 2007년에 디벨로퍼 회사인 ㈜피데스개발로 옮겨 R&D 센터 소장을 맡아서, 추진하는 프로젝트마다 새롭고 다양한 상품기획을 추진중이다.

2009년부터는 매년 또는 격년으로 ‘주거공간 7대 트렌드’를 발표하여 건축 분야 트렌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는 중이다. 건축공학도 출신으로 경영학석사를 거쳐 현재 연세대 도시공학과 도시계획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하여 다양한 시각의 이론적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제공=한국트렌드연구소=http://www.whatsnewtre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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