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소비자에 이어 소비 성향의 관점에서 두 번째로 주목할만한 소비자는 신실용주의 소비자들이다. 신실용주의 소비자란 가격에 민감하고 상품과 서비스의 정보 습득에 익숙하면서도 소비를 통한 가치 지향이 뚜렷한 성향의 소비자를 말한다. 실용주의 소비성향이 소비를 통한 경험이나 가치보다는 실질적인 편의와 기능, 가격을 중심하는데 비해 신실용주의 소비자들은 아무리 실용주의적인 효용이 있다고 해도 뚜렷한 주관적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폭탄 세일에 무조건적인 반응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신실용주의 소비 성향으로 무장한 소비자들은 대체로 메가트렌드인 개성화와 디지털화의 세례를 듬뿍 받은 디지털 네이티브 소비자 세대(80년대 이후 출생자들, 이하 넷세대)에서 두드러진다. 여기에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계와 정보 과잉의 시대에 적응하는 영리한 단순화 메가트렌드를 주도한다. 이전 세대들이 뒤늦게 개성적 가치에 눈뜨고 디지털 디바이스들의 편리성에 환호하며 변화에 적응하는 것과 달리 넷세대는 디지털 디바이스를 어린 시절부터 다루며 능숙해있고 공급과잉된 상품과 서비스들 속에서 자신의 취향과 기호를 매칭시키는데 익숙하다. 현재의 넷세대는 젊은 만큼 새로운 유행과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사회 전체로 볼 때 트렌드 세터(trend setter, 새로운 변화의 선두에서 이끄는 사람들)들이다. 그러므로 넷세대의 주요 소비 성향 가운데 하나인 신실용주의는 우리가 2016년의 소비자들을 타겟팅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분석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신실용주의 소비의 7가지 키워드

2016년 신실용주의 소비자들은 어떤 특성들을 보여줄까? 7가지 특성을 추출해보았다. 우리는 이 7가지 특성에서 개성화, 디지털화, 그리고 영리한 단순화 메가트렌드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 : 신실용주의는 2016년의 가장 도전적인 소비 테마다, 출처 : 한국트렌드연구소)
(그림 1 : 신실용주의는 2016년의 가장 도전적인 소비 테마다, 출처 : 한국트렌드연구소)

1) 초스피드 쾌락 성향

신실용주의 소비자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뚜렷한 가치 추구 내용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신실용주의 소비 키워드 7가지 가운데 4개를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적 특성에서 추출했다. 그 첫 번째는 초스피드와 쾌락의 결합이다.

2010년 9월에 오라클이 전세계 3천여명의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5년 안에 휴대폰이 대체할 것 같은 기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GPS(54%), 아이팟이나 MP3플레이어(54%), 디지털카메라(52%), 신용카드(31%), 퍼스널컴퓨터(27%), 비디오리코더(27%), 차열쇠(24%), e-리더(22%), 개인인증카드(18%), 텔레비전(16%)

그리고 우리는 이런 예상들이 실현된 세상을 맞이했다. 이 가운데 GPS는 우리가 어디에 있든 내 공간적 위치에 기반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가치 지향이 뚜렷한 신실용주의 소비자들은 즐거움도 즉각적(direct)으로 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더 짧은 시간을 소모하고 더 빨리 쾌락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2015 스마트 관광 ICT 공모전(SK플래닛, 한국관광공사 공동개최)에서 우수상을 받은 ‘어반폴리’는 위치기반으로 도시의 축제, 전시, 공연, 플리마켓, 파티, 체험 행사 등을 큐레이션해 서비스한다. 함께 상을 받은 여행정보 서비스 스크랩 앱 찜콕, 음식점 검색앱 ‘오십보백보’ 등도 위치기반이다.

이런 서비스들이 성공하려면 경험을 완성해야 한다. 초스피드+쾌락이다. 단순한 편의성이 아니라 만족이라는 경험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2) 체험중시형 소비

몰캉스(Mall+Vacance)라는 유행어가 있다. 이 유행어의 의미는 쇼핑, 영화, 식사 등을 한꺼번에 몰에서 해결하며 바캉스까지 즐긴다는 것이다. 복합쇼핑몰의 성장은 체험의 원스톱 쇼핑 성향의 증가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신실용주의 소비자들은 새로운 경험을 추구한다. 소비에서 경험적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소비자들에 비해 높다. 뚜렷한 가치를 가진 넷세대의 성향이 반영되어 일, 놀이, 여가 등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경험하고 싶어한다. 정보조차 경험에 기반한 정보를 높이 평가한다. 예컨대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ootd(out of the day의 약어)를 검색하면 5000만건이 넘는 게시물이 순식간에 나타난다. 이른바 데일리 룩의 경험자들이 실제로 자신이 입은 옷이나 소품을 찍어 올리는 것으로 단순 상품 정보가 아니라 체험형 정보들이다. 소비자들은 #ootd를 보고 해당 제품을 소비하는 추세다.

(그림 2 : 셀피(Selfie) 유행의 동력은 테크놀로지일까? 새로운 경험적 가치 때문일까? 출처 : 픽사베이)
(그림 2 : 셀피(Selfie) 유행의 동력은 테크놀로지일까? 새로운 경험적 가치 때문일까? 출처 : 픽사베이)

3) 평판 소비

블로그들과 SNS(트위커,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가 소비 권력을 가져가고 있다. 정보분석 기업인 닐슨이 발표한 ‘유아용품 구매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의 유아용품 구매자들이 가장 신뢰하는 정보 루트가 가족과 지인의 추천(48%), TV 광고(20%), 육아 블로그(19%), 육아 웹사이트(17%), 매장 진열품(17%)이었다. 누군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평판이 67%(가족지인 추천+블로그)을 차지한다.

속지 않으려는 소비자와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과장을 하고 싶어하는 생산자 사이의 밀당은 2016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기업들은 평판이 블로그나 SNS같은 수단 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신뢰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신뢰관리가 경영 목표의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신뢰 관리는 기업의 의도를 신뢰하는 진정성, 기업의 실행 과정을 신뢰하는 투명성, 기업의 성과를 신뢰하는 충족성의 3가지 요소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그래야 신실용주의 소비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

4) 셀프 메이드(Self made)

신실용주의 소비자들의 뚜렷한 가치 추구의 키워드중 하나는 셀프 메이드다.

셀프 뷰티, 셀프 돌잔치, 셀프 세차, 셀프 웨딩... 가정에서 직접 맺주를 제조하는 홈브루잉(Homebrewing). 비용도 절약하고 경험도 추구할 수 있는 DIY 소비문화가 한국에서도 본격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DIY 소비문화는 체험적 가치와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신실용주의 소비자들과 궁합이 잘 맞는다. 더구나 수제맥주 제조기나 3D 프린터의 등장에서 보는 것처럼 개인의 생산수단들도 발전하고 있다. 그러므로 셀프 메이드, 혹은 DIY 소비는 2016년의 중요한 화두다.

(그림 3 : 20대 여성들은 어떤 침실을 꿈꿀까?)
(그림 3 : 20대 여성들은 어떤 침실을 꿈꿀까?)

5) 간소소비

간소소비는 간단 결제와 소액 결제를 결합시킨 약어다. 신실용주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절차적 편의성에 대한 소비 키워드가 간소소비다.

신실용주의 소비자들은 단순하고 빠른 실용성을 사랑한다. 현금과 여러 장의 카드, 쿠폰 등을 빼곡하게 지갑에 넣고 다니는 것은 신실용주의 소비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일이 될 것이다. 물건의 종류나 가격에 따라 다른 결제 방법이나 절차가 필요하다면 이들의 사랑을 받기 어렵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5년 3분기 휴대폰 소액결제액이 하루 평균 128억 8470만원이었다. 2분기와 대비해도 9.6%가 성장했다. 전체 전자지급 서비스 가운데의 비중은 5.1%로 아직 일부에 불과하지만 성장세는 빠른 편이다. 신용카드 결제에서도 소액결제가 많은 체크카드의 발급수는 늘어났지만(2015 전반기 1억 420만장, 3.4% 증가) 일반 신용카드 발급수는 오히려 줄었다(총 9229만장, 전년 대비 3만장 감소). 2015년 통계는 찾지 못했는데 KB금융경영연구소가 2014년 5월 에 발표했던 내용을 보면 2014년 1분기 전체 신용카드 결제액에서 1만원 이하 결제의 비중은 39%였다. 천원, 이천원도 카드로 결제한다. 더 나아가 금액과 상관없이, 소비 경로와 상관없이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결제수단을 추구한다. 이것이 간소소비의 방향이다. 애플페이, 삼성페이, 페이코, 케이페이, 시럽페이, 알리페이, 유니온 페이, 페이팔... 신실용주의 소비자들의 페이 사랑은 2016년에도 계속 성장해갈 것이다. 쿠폰, 멤버쉽 등을 이용한 보상 소비 영역도 같은 맥락에서 성장이 예상된다.

6) 구독형 서비스 마켓

요리 컨텐츠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스마트폰에서 비디오 요리 레시피를 제공하는 판나(panna)라는 앱은 격월간으로 정해진 컨텐츠를 서비스한다. 스타 셰프들이 자신의 부엌에서 요리를 하는 장면을 찍은 고품질 요리 컨텐츠들이다. 예전 종이 신문을 받아보는 것처럼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고급 요리 레시피를 구독하는 방식이다. 홈페이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판나의 셰프들은 자신의 부엌에서 수없이 시도하고 테스트한 최고의 레시피를 공유한다. 여러분은 이 레시피들을 집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다’

구독의 장점은 고민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신실용주의 소비자들을 움직이는데 있어서 복잡성의 제거는 커다란 장점이다.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던 검색의 시대는 복잡성의 시대고 그래서 많은 이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구독에 매력을 느낀다. 큐레이터가 복잡성을 대신 감당한다. 플립보드, 페이스북 페이퍼, 카카오토픽과 같은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들과 한국트렌드연구소에서 스마트 에이전트 트렌드로 소개했던 바이박스, 라이트댓 데코(LikeThat Décor), 프랭크 앤 오크(Frank & Oak), 헤이브레드(hey! Bread)와 같은 서브스크립션 커머스형 쇼핑앱들은 이러한 구독형 시장 성장의 증거들이다. 배달 서비스의 성장도 크게 보면 구독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의 구독형 쇼핑을 도와주는 서비스인 셈이다.

모모세대(모바일 네이티브인 십대들)는 구독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인터넷에서 운동화를 검색하려면 7천여개의 사이트가 뜬다고 하는데 모모세대는 ABC마트나 슈마커 앱 하나를 깔아놓고 제공해주는 뉴스, 쿠폰, 이벤트를 활용하는 구독형 소비를 즐긴다. 젊은 소비자들의 신실용주의는 소비 패턴을 검색에서 구독형으로 바꿔갈 것이다.

7) 노 로열티(No Loyalty)

자동차 업계의 최신 이슈는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에 뛰어드는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IT 분야 기업의 진입이다. 반면 도요타 자동차는 자동차제작의 경험과 IT 기술을 결합해 쌀, 보리, 콩 등의 주요 작물 농부들에게 정보와 솔루션을 제공하거나 도요타 생산방식을 활용한 파프리카 농장 운영, 지역 농업기업과의 제휴를 통한 작물농장 실험 등을 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업들의 새로운 생존 방식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소비자가 특정 산업의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지는 시대의 단면이기도 하다.

신실용주의 소비자들은 누구든 내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업들에게 신뢰를 보내는 성향을 갖는다. 그런 기업에게 충성심(loyalty)을 보여준다. 이것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게 되는데 애플의 해결사적 재능을 믿게 되면 IT 분야만이 아니라 자동차나 뱅킹 분야에 그들이 진출해도 신뢰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동차나 금융 분야의 전통적 강자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 산업 카테고리 안에서 형성해온 로열티가 사라지는 것이다. 즉 노 로열티다.

신실용주의 소비성향을 가진 소비자는 특히 젊은 세대들이며 넷세대들이고 점점 더 소비자 파워가 늘어나는 집단이다. 그들은 특정 산업 내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로열티 구도를 파괴한다. 디지털화가 모든 산업을 재편하는 동안 소비자의 가치 체계에서는 로열티 구도가 파괴되는 것이다. 기존 산업의 범주 속에서 강자로 안주했던 기업들에게는 커다란 위기이고 모험을 시도하는 기업들에게는 야심찬 기회일 수 있다. 신실용주의 소비자들은 전통적 장르의 파괴자들인 셈이다.

신실용주의는 소비 성향이므로 특정 연령별 세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로 젊은 층인 넷세대에서 두드러져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유행과 이슈들에 민감하고 직접 창조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신실용주의는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려는 기업들에게 2016년의 가장 도전적인 소비 테마가 될 것이다.

김경훈

현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1994년 <한국인 트렌드>를 집필하면서 트렌드 분야 연구를 시작해 <핫트렌드> 시리즈를 비롯 20여권의 책을 냈다. 중장기적 글로벌 메가트렌드에 기반한 강연, 교육,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 트렌드 전문가 과정을 열어 졸업생들과 함께 트렌드 분석 분야의 집단지성을 실험하고 있으며 2016년 1월부터 시작하는 7기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다. 또한 넥스트데일리와 함께 하는 핫트렌드 2016 시리즈를 주도하고 있다.

<제공=한국트렌드연구소=http://www.whatsnewtre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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