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IS 참수, 메르스 사태…는 2015년을 휩쓴 공포와 불안의 3가지 사건이다. 이 사건들은 일상의 평온함을 깨고 새삼스럽게 세상이 치열한 생존의 현장임을 일깨웠다. 이 사건들은 개인이 그의 어떤 노력에도 불구하고 먼 외부로부터 독립된 방어벽을 치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의 작은 안식을 기뻐하고 아직 내 작은 외부는 평온하다는 것에 안도하려 한다.

사진 1 : 아이들의 저 눈동자는 우리가 새삼 얼마나 불안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 깨닫게 해준다.(출처 : 픽사베이)
사진 1 : 아이들의 저 눈동자는 우리가 새삼 얼마나 불안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 깨닫게 해준다.(출처 : 픽사베이)

불안은 신체의 안전과 심리적 안심이라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자극한다. 그리고 인간은 소비라는 일상의 활동에 그 욕구를 반영한다. 그런데 테러나 전염병보다 더 강력하게 일상적 불안을 만드는 요소를 간과해선 안된다.

그것은 한국인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경쟁 구조에서 살고 있다는 것에서 생긴다. 이 과당 경쟁의 기본 구조는 인구통계적 기원을 가진다. 알다시피 한국의 인구밀도는 491명(㎢당)으로 방글라데시, 대만에 이은 세계 3위다. 2015년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포함한 채용규모는 3만여명이라고 하는데 학원 수강과 같은 구직 활동에 나선 이는 63만 7천명(통계청, 2015년 10월)으로 알바생까지 취업자에 포함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숫자는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 읽은 글에서(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어느 외국인 스님이 일본에서도 몇 년 있다가 한국에 왔더니 절의 분위기조차 한국이 역동적이라 재밌다고 하는 식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역동적이라는 것이 경쟁의 긍정적 측면이라면 불안과 스트레스는 그 동전의 반대편이다. 한국에서 산다는 것은 모든 영역에서 뼛속까지 경쟁으로 채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쟁 상황은 불안의 강력한 원인이다.

위로 소비자는 가치 소비자

위로 소비자는 소비를 통해 불안을 해소하고 삶의 위안을 얻고자 하는 소비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의미한다. 무작위 테러, 전염병, 불황, 고용불안, 범죄, 과잉 경쟁과 같은 불안한 외부 요소가 스트레스나 우울증, 신체적 질병으로 이어지거나 혹은 그럴 가능성만으로도 우리는 탈출구를 찾게 된다.

위로 소비자는 십대에서 팔십대까지 광범위한 연령대에 펼쳐져 있다. 불안한 지구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 사회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소개한 디지털 시니어나 디지털 네이티브가 시대적 적응 과제에 기반한 연령별 세대의 개념에서 출발한 소비자 그룹이라면 위로 소비자는 특정 연령에 묶여 있지 않다.

즉 디지털 네이티브이면서 동시에 위로 소비자 그룹에 속하고 디지털 시니어이면서 동시에 위로 소비자 그룹에 포함될 수 있다. 위로가 필요한 이유에는 연령별 차이가 있고 강도에도 개인차가 있지만 2016년 한국에서 누구도 위로가 필요한 상황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그래서 위로 소비는 가장 강력한 소비자 니즈를 구성한다.

(사진 2 : 저런 가방을 몇 개 가지고 있으면 위로가 될까? 위안은 되겠지만 위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출처 : 픽사베이)
(사진 2 : 저런 가방을 몇 개 가지고 있으면 위로가 될까? 위안은 되겠지만 위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출처 : 픽사베이)

한편 위로 소비는 대표적인 가치 소비의 하나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기대하는 것이 기능을 넘어서 자신의 기호와 취향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경우를 가치소비라고 말하는데, 경제 토대의 관점에서 보자면 풍요가 가치 소비를 거대한 흐름으로 만든 원초적 동력이다. 예컨대 어떤 소비자는 희소성을 추구할 수 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친환경이 소비 선택의 중요한 기준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위로 소비자는 불안과 스트레스의 해소, 일시적 해방, 정서적 안정과 안심과 같은 가치를 추구한다. 대표적인 소비 분야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반려동물 산업이다. 한 소셜커머스에 ‘우리 아가 떡실신 침대선물’이라는 광고 문구가 떴다.

아가? 사람이 아닌 강아지 이야기다. 이 침대는 강아지에게 꼭 필요한 기능도 가지고 있겠지만 나를 위로해주고 떡실신할 정도로 위안이 되는 아가(?)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표시로 필요한 상품인 것이다. 위로는 지금 한국인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의 하나인 것이다.

2016년 위로 소비의 7가지 키워드

위로 소비자는 메가트렌드 관점에서 보면 일상적 안심을 추구하는 세계적 흐름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또 고령화나 개성화, 도시화와 같은 메가트렌드와 종으로 횡으로 엮어 있다. 이런 변화 방향과 위로 소비자들이 만나 구체적 대상에 대한 가치들을 구성한다. 이렇게 나타나는 소비 성향을 관찰해보면 우리가 주목할 7가지 키워드가 도출된다

(그림 1 : 이 키워드를 차례로 찾아다니면 위로가 될까? 계속되는 심리적 허기를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출처 : 한국트렌드연구소))
(그림 1 : 이 키워드를 차례로 찾아다니면 위로가 될까? 계속되는 심리적 허기를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출처 : 한국트렌드연구소))

1) 마음 산업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치료를 제공하는 분야가 마음산업이다. 힐링, 심리치료, 종교와 준종교, 테라피, 요양과 같은 분야다.

2) 반려동물

동물은 나와 경쟁하거나 위협을 가하는 일이 없는 살아있는 대상이다. 살아있으므로 교감을 나눌 수 있고, 설령 그가 응답하지 않더라도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3) 호신 용품

이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재난과 범죄가 내 하루를 늘 망치는 것은 아니지만 불안은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4) 셀프 기프팅(Self-gifting)

누구도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뚫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나를 격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선물을 준다. 펀(fun) 상품들은 셀프기프팅과 궁합이 잘 맞는다.

5) 팝업 공간(Pop-up space)

일상의 터전인 도시에서 가끔씩 만나는 역동적 활력의 공간은 나에게 일시적 해방감을 안겨준다. 물건을 사는 것은 부수적인 일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충분히 즐겁고 나를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위로하기엔 충분하면 된다.

6) 인스피리언스(Insperience)

집 바깥이 불안의 온상이라면 집 안에서 모든 일을 하자. 즐거운 일을 하자. 영화 보고, 음악을 듣고, 춤을 추고, 한 잔의 술이나 커피를 마시며 친구들과 수다를 떤다. 집 바깥에서 즐기던 수준으로 꾸며놓는 일이 번거롭고 돈이 들긴 하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다.

7) 도심형 여가

핫트렌드 2016 5편 ‘도시의 새 레저’를 참조하길 바란다. 치열해진 경쟁은 짬의 중요성을 키우고, 도시를 떠날 수 없다면 도시에서 짬을 즐길 필요가 있다. 다양한 도심형 여가의 성장 배경이다.

위로 소비는 다양한 연령, 다양한 소득 수준에서 폭넓게 나타나는 소비성향이다. 더구나 불안한 외부환경은 위로소비의 동기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가치 소비들이 그렇듯 개인화되고 개성화된 수준에서 다뤄야 하므로 각각의 소비자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관심이 필요하다. 모든 개인들에게 각각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이다. 그 작은 진정성에 소비자는 큰 감동을 받을 것이다.

김경훈

현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1994년 <한국인 트렌드>를 집필하면서 트렌드 분야 연구를 시작해 <핫트렌드> 시리즈를 비롯 20여권의 책을 냈다. 중장기적 글로벌 메가트렌드에 기반한 강연, 교육,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 트렌드 전문가 과정을 열어 졸업생들과 함께 트렌드 분석 분야의 집단지성을 실험하고 있으며 2016년 1월부터 시작하는 7기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다. 또한 이버즈와 함께 하는 핫트렌드 2016 시리즈를 주도하고 있다.

<제공=한국트렌드연구소=`>http://www.whatsnewtre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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