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태 (ktshim@cfoschool.com)

어떤 CEO가 취임할 거라는 뉴스 만으로도 주가가 1~2%씩 상승하는 경우가 있다. CEO가 기업가치와 경영에 미치는 영향과 비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CEO의 중요성은 대기업 뿐만 아니라 비교적 조직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은 물론 스타트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어떤 의미에서는 조직과 경영 시스템화 갖추어 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보다 중소기업이나 혁신 벤처기업의 경우 CEO의 경영 능력이 기업에 미치는 비중이 더 클 수도 있다.

이렇듯 CEO가 기업의 중심이고 중요하지만, 기업에는 종종 CEO만 모르는 비밀이 존재한다. 조직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나 혁신 스타트업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느끼고 있고, 알고 있는 사실을 CEO만 모르는 경우가 흔히 있다. 직원 20명 규모의 A사 CEO는 상당히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많다. 만나면 사업과 회사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한다. 언뜻언뜻 직원들이 따라와주지 못한다는 말과 불평도 하지만 그런 정도야 어느 CEO나 있는 수준이었다. 대부분은 본인이 상당히 탈권위적 이고 민주적인 스타일이라는 얘기를 수 차례 했고 어떻게 자신의 기업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려고 노력하는지에 대해서도 열심히 설명하곤 했다.

하지만, 실제 내부 컨설팅과 조직 분석을 진행한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CEO가 항상 확신에 차서 얘기하던 것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거의 대부분의 직원들이 CEO의 성향을 상당히 권위주의적 이고 독단적인 것으로 보고 있었다. 직원들도 열심히 하기는 하지만 비전과 목표에 대한 공감도가 구체적이지 못하고 추상적인 수준이었으며, 자신들의 업무와 노력을 이와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의사소통 또한 이미 어느 정도 경계선이 생겨서 보다 솔직하고 개방된 자세를 가지기 보다는 수동적이고 미리 대화의 결과를 예상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CEO가 실제적인 상황과 업무진행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 위주로 진행하면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보고 있었다. 조직 규모도 작은데 이런 정도면 심각한 상황이다. 작은 조직은 명확한 목표와 비전인식을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과감한 도전을 위해 작지만 단단한 대형을 갖추고 외부의 상황변화에 대처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항상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내면의 다양함을 진작시키고 교배 시켜서 창의적인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그냥 모인 ‘사람들의 집합’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이 삼일 고민하다가 결과를 비교적 솔직하게 설명했다. 그는 결과에 대해 의외라는 듯 놀라며 난감해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크게 바꾸지는 않았다.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워크샵과 회식자리를 마련하여 노력하긴 했지만, 목표와 비전을 이루려면 직원들이 좀 더 혁신해야 된다는 얘기를 더욱 자주 들을 수 있었다.

B사의 사례와 같이 보다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B사는 컨설팅을 결과를 분석정리한 담당 연구원이 CEO에 관한 사항을 보고서에 그대로 반영시키기 보다는 별도로 CEO 보고서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할 정도였다. 이유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CEO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의 두 기업 직원들은 그 이후에도 여전히 그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리고, CEO들 역시 그 회사의 CEO로서 일하고 있다. 다만, 그 CEO들은 '자기만 모르는 비밀'이 회사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CEO의 대부분은 혁신의 출발점이 본인이라는 점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쩌면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면서 모르고 있는 것이 효과적 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즈니스의 성공 개념은 모르고 있는 상태의 동거가 아니라 이를 드러내고 끄집어 내라고 요구한다. 한 층 더 높은 수준의 혁신을 요구한다. 선택은 여전히 그들 앞에 놓여 있지만 쉽지 만은 않은 듯하다.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아니면 표리부동할 수도 있다. 그러면 CEO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심규태 ktshim@cfoschool.com 2000년부터 한국CFO스쿨을 통하여 CFO 직무와 역할을 본격적으로 한국에 도입하였으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성공을 위해서는 CEO의 기업가 정신과 제대로 된 CFO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재무적 기업가치창출 경영을 위해서는 유능한 CFO 육성과 CEO 재무리더십 강화를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CFO스쿨 대표이자 부설 스타트업 아카데미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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