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서울세계무용축제(Seoul International Dance Festival : SIDance 2016)가 지난 주에 열렸다. 예전 같으면 축제에 참가한 모든 작품을 관람했겠지만 솔직히 이제는 그 정도의 여유는 되지 않아 아쉽지만 몇몇 작품만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중에 지난 번 Solo & Duet 이라는 기획으로 나의 관심을 끌었던 연출자가 선보인 작품이 있어 기대를 가지고 2층 객석에 앉았다. 사실 현대 무용이나 공연 작품을 오랫동안 다양하게 섭취한 상태여서 아마추어도 아닌, 그렇다고 전문가라고도 할 수 없는 중간 수준이지만 뭔가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필자에겐 지루한 50분이 될 수 밖에 없는 시간이 될 게 뻔했다.

하지만 언제나 기대감에 충만해서 객석에 몸을 구겨 넣는다. 공연이라는 장르는 현장감이라는 어마어마한 무기를 장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니터나 스피커를 통해 느끼는 것과는 비견할 수 없는 에너지를 느끼는 데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무적이 부분은 외국인들의 관람이 확연히 많아졌다는 것이다. 사실 한류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콘텐츠가 글로벌하게 퍼져있지만 드라마, 영화, K-pop 정도에 불과하고 이외의 부분은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인 데, 객석에 자리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보니 뉴욕에 가면 뮤지컬 하나라도 보고 오려고 티켓을 구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모던 테이블(Modern Table) 무용단이 공연한 ‘속도’라는 작품은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밸런스가 잘 맞춰 요리된 아시안 푸드를 먹는’ 느낌이었다. 한국적인 느낌보다는 오리엔탈리즘이 더 부각되는 느낌이었고 의상과 조명 안무까지 그 모티브를 향해 전력질주를 하는 느낌이었다. 아시안들이 오리엔탈리즘을 표현하는 데 있어 균형감있게 보여준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왜냐하면 아시안 자체가 오리엔탈이라는 틀에 갇힌 채 자신의 문화를 앞세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태국 등 각국에서 보여주는 오리엔탈리즘은 각 나라의 냄새가 더 먼저 느껴진다.

이번 작품은 그 부분에 있어 상당히 영민하게 진보된 무대를 보여준다. 오히려 한국적인 느낌을 자제하고 아시안 전체의 포괄된 뉘앙스를 보여주려 노력한 흔적이 확연하다. 한국적인 부분은 의상으로 살짝 장착하고 안무는 팔다리 길쭉한 외국인들이 보여줄 수 없는 움직임으로 가득 채웠다. 하늘을 가릴 듯한 침엽수의 웅장한 흔들림 같은 외국인들의 안무를 따라가기 보다 안무가는 잔가지 가득한 활엽수가 바람에 빠르게 흔들리는 모습 같은 차별화된 느낌으로 오리엔탈을 표현했다. 따라 하기 보다 다르게 하기로 방향을 정해 겉모습으로 컨셉을 구성하지 않고 본연의 부분을 오리엔탈로 구성한 용감함이 성공한 작품이었다.

다른 무용단의 작품에 비해 음악과 조명을 별도의 컨텐츠로 보는 연출가의 관점도 상당히 진보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소리는 현대적인 사운드와 고전 악기 중 유독 활을 사용하는 아쟁과 북을 채용함으로써 한국적인 느낌보다 동양적인 분위기를 제공한다. 조명 또한 동양적인 구성을 제공함으로써 고정된 시각적인 면까지 완전한 밸런스를 만들어 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필자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것이 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혼자서 외로운 길을 힘들여 가야 하는 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성공한 케이스를 놓고 본다면야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시작하는 길 위를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빨리 뛰라고 외치는 소음처럼 들릴 수 도 있다.

우리가 집중 해야하는 부분은 한국의 것을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하는 것보다 우선은 그들이 보는 시선의 높이에 한국적인 부분을 올려놓는 것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자는 한국적인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느낌을 표현하는 방법은 시각적이든 청각적이든 움직임이든 많이 있으니까. 모던 테이블 무용단의 ‘속도’라는 공연처럼 말이다.

이 기획자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최대선기자 demian71@nextdaily.co.kr 직장인의 삶, 바쁘기만 했던 19년을 과감히 접고 행복을 찾아 세계 다른 지역의 친구를 찾아 여행을 다니고 있는 울타리 밖으로 나온 영혼을 자처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데, 혼자 놀기에 익숙하지 않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아이템을 찾아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 같이 놀기, 여행가서 현지인처럼 놀기 등 혼자 놀기를 같이 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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