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스타트업은 매력적이다. 새로움에 도전하는 즐거움이 있다. 미래를 나의 현실로 꿈꾸는 특권이 있다. 미래 비전을 이야기하고 백지를 펼쳐놓고 밑그림을 자유롭게 스케치한다. 인생은 꿈꾸고 도전하는 자의 것이고 세상은 그런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곳이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많이 실패한다는 것이다. 사실은 누구도 해본 적 없고 창업자 자신도 해 본적이 없다. 아니면 나라면 그렇게 안 하고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생각 속의 세상은 그리는 대로 움직일 것 같다. 성공한다면 세상은 더 편리하고 풍요로워지고 우리는 그걸 이룬 사람과 기업이 된다.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창업자는 물론 함께 한 사람들은 부와 성취를 이루고 다음 인생을 더욱 매력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창의적 스타트업의 성공은 더할 수 없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직접 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문제가 있다.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생각지 않았던 것 투성이고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부족하다. 새로움이 주는 신선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온통 장애물이 된다. 악몽을 꾸는 건가?

희망과 악몽의 함수가 스타트업이다. 이러한 스타트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래도 해보고자 하는 것이 스타트업 문화이고 그런 사람들이 스타트업 피플이다. 희망이라는 미래가치를 놓지 않고 도전한다. 악몽을 극복해 나가는 비전목표 중심의 집중된 노력이 스타트업 방식이다. 기존의 방식과 문화를 전제로 한다면 이해하기 힘들다. 기존의 방식과 문화는 스타트업에게 불리할 뿐만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한 노력은 헛수고이다. 새로운 철학과 문화 그리고 이에 기반한 방식이 필요하다. 이는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렇게 시도하면 된다. 남들이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기존의 기업처럼 '우리는 작아서 나중에 좀 더 커지면 그렇게 하겠다' 는 식의 말은 아무 의미 없다. '나중에 돈 벌면 호강시켜 주겠다'는 신파가 된다. '아무도 안 하는데 우리만 하기는 부담된다'는 말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말만 하는 것도 피곤하다. 지금 하고 싶고 아무도 안 해서 하고 싶고 꼭 그렇게 해보고 싶고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면 제대로 된 스타트업이 맞다.

스타트업 철학과 방식을 의식하고 창업했든 설명하긴 힘들지만 뭔가 마음 한구석을 비집고 나와서 별 생각 없이 해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사업을 시작했든 상관없다. 하고 싶어서 깃발을 든 사람이 스타트업 CEO이다. 이렇게 깃발 든 사람과 파트너십을 이뤄서 함께 도전하고 이것을 한번 현실화 시켜보고 싶은 첫 번째 구성원이 스타트업 CFO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CEO에게는 도전이 전부다. 기업적 도전을 해보고 싶은 기업가정신이 전부다. 외양적으로 어떻게 보이든 사업모델이 어떻든 본질적으로는 그렇다.

이런 CEO를 알아보고 그가 주장하는 사업모델을 알아보고 함께 이루려는 사람이 스타트업 CFO이다. CEO의 이니셔티브와 리더십을 인정하고 이와 사업적 파트너십을 맞추려는 사람이다. 스타트업 CFO는 그저 재무적 기능을 파는 단순한 직장인이 아니다. 본능적이든 훈련을 받았든 사람과 사업을 보는 눈이 있고 이를 인정할 줄 알고 함께 하려는 파트너십을 갖춘 사람이 스타트업 CFO이다. 이것이 없다면 기능적인 사람이다. 단순히 재무회계나 금융을 좀 알고 이를 기능적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많다. 그들은 스타트업 CFO의 후보가 아니다. 이들이 가진 기존 방식의 현장경험과 주관적 경험지식이 전부는 아니다. 일정한 범위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어떤 의미에서 이는 또 다른 의미의 방해물이 되거나 잠재성을 파괴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사업과 재무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사업모델과 사업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라면 재무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 기존의 방식에만 꿰어 맞춰서는 곤란하다. 사업이 혁신적인 만큼 재무도 보다 혁신적인 접근법과 구조로 이를 도와야 한다. 일상적이고 상투적인 재무회계관리는 너무도 기초적인 수준이다. 물론, 이마저도 안되어 있는 것이 스타트업의 현실이지만 이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런 측면에서 누가 스타트업 CFO의 후보가 될 수 있는가? 스타트업 특성에 가장 잘 맞는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인 조직문화를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우선순위 후보이다. 스타트업 CFO는 CEO와 다른 전문성과 방식으로 일하지만 본질적으로는 CEO의 도전과 사업모델을 최대한 이해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스타트업의 기업적 도전과 창의적 조직문화를 존중하고 함께하고자 하는 유망한 젊은 청년들은 그런 측면에서 스타트업 CFO의 가장 우선순위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 모두가 CEO가 될 필요는 없다. 스타트업의 도전과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하고자 한다면 CFO도 길이 된다. CEO와 더불어 가장 강력한 비전 추종자여야 한다.

두 번째는 기존의 조직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도 물론 훌륭한 대상이 된다. 어쩌면 넘쳐서 문제가 되는 후보자이다. 기존의 조직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지만 변화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문화와 방식으로 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해보고자 하는 경력자들이 있다면 스타트업 CFO 후보로 적임이다. 다만, 기존의 경험으로 보면 모든 것이 부족하고 터무니없어 보이겠지만 함께 하는 CEO와 사업모델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경험을 앞세우기 보다는 스타트업을 이해하려는 자세로 끊임 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해 볼 만하다. 도전적인 창업기업가와 혁신적 사업모델에 그동안 자신이 쌓아 온 모든 것을 일정기간 미래에 대한 도전에 걸 확고한 결심이 있다면 스타트업 CFO 후보로서 기본이 된다. 스타트업 CFO는 기능이 아니라 명확한 비전공유와 파트너십이 선행조건이다.

심규태 ktshim@cfoschool.com 2000년부터 한국CFO스쿨을 통하여 CFO 직무와 역할을 본격적으로 한국에 도입하였으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성공을 위해서는 CEO의 기업가 정신과 제대로 된 CFO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재무적 기업가치창출 경영을 위해서는 유능한 CFO 육성과 CEO 재무리더십 강화를 필수 조건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CFO스쿨 대표이자 부설 스타트업 아카데미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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