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루는 얘기는 사회적기업이 대체 뭔지, 창업초기부터 지금까지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온 어쩌면 근본적인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지난 3년간의 짧지만 무모한 도전과 강렬한 경험에서 얻어진 사회적기업에 대한 나름의 도전과 경험의 기록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스스로 중심잡고 정체성을 다잡아온 몇 개 이야기이다.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
여전히 갈 길이 먼 맘잡고팀(주식회사 맘이랜서)의 이야기를 하자면, 창업 이래 최근까지 3년간의 경험은 하루하루가 도전이었다. 일단 소셜벤처인지 사회적기업인지, 우리가 대체 어디에 속하는지 혹은 어디에 속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정체성 문제는 일 자체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어도 은근히 신경 쓰이는 미묘한 문제였다.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셜 미션을 갖고 돈을 버는 영업활동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유일한 차이는 한 가지인데, 정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는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용어를 법에서 정의하고 인증으로 사회적기업의 범위를 제한하다 보니 범위에 속하지 않은 사회적기업들은 사회적기업이면서 사회적기업이 아닌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인증 사회적기업이 아닌 경우, 대부분 소셜벤처로 분류해 편의상 대체용어로 쓰고 있다.

그럼 외국은 어떤 정의로 이 두 용어를 사용할까.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 차이점을 간략히 살펴보면, 소셜벤처(Social Venture)란 지속 가능한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면적 해결책을 제공하고자 노력하는 ‘사회적기업가에 의해 설립된’ 단체나 조직의 사업을 말한다. 반면 사회적기업은 영리(for profit)활동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명확히 범위가 규정되어 있고, 오히려 소셜벤처가 영리(for profit)과 비영리(non-profit) 모두를 포함하는 조직, 단체로 범위가 더 광범위한 정의를 하고 있다.

용어 하나가 뭐 그렇게 중요하냐고 할 지 모르겠으나, 어쨌던 말의 범위를 어떻게 제한하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의외로 소모적인 논쟁이 될 수도 있고, 대중의 인식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어쩌면 양날의 칼처럼 여겨지는 정부의 사회적기업 인증 정책과 육성 제도에 대해서는 따로 이슈를 정해 논의할 필요성은 분명하다. 또한 앞으로 몇 회를 연재로 진행할지 모르겠으나, 이 글은 돈을 벌어 세상을 구하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야기인지라, 인증 사회적기업과 관계없이 보편적인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려고 한다.

사회적기업가는 남다른 소명의식이 요구된다?
혹시 사회적기업가는 타고난 이타적 DNA가 있거나 사회적기업가로 자신을 인도한 내면의 강렬한 스토리가 있어야 할 것 같은가? 나의 경험에 근거해 결론부터 주장하면, 그렇지 않다. 여기에 너무 집착하면 명분에 얽매여 현실에서 경쟁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 일상적 영리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창업초기 나는 의식적으로 사업명분에 많이 집착했던 듯 하다. 일단 생각이 너무 많았고 내사업을 강조하기 위해 쓸데 없이 힘이 들어갔던 상황이 생각나 웃음이 나온다. 이를 테면 2013년도에 창업을 처음 구상하던 무렵, 경력단절여성 사회문제 해결을 사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대략 구성해서 평소 존경해온 지인에게 상담을 구한 적이 있다. 그때 두 분에게 조언을 구했는데, 첫 한 분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다. 그는 나에게 이 일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책임감이나 소명의식이 있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어떻게 답해야 할지 순간 당황스러운 나머지 소명의식 같은 것이 꼭 있어야 하냐고 되레 반문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을 정리하고 만날 걸, 순간 후회가 몰려오고 다른 한 분의 미팅은 나름 정성껏 준비해 대면했다. 분명 그분은 나의 열정은 믿어 의심치 않는 것 같았지만, 이번에는 세상의 모든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 있냐면서, 그저 편하게, 재밌게 하라고 했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나에게서 경력단절 문제를 파고들어야 하는 당위성이랄까 콘텐츠가 부족해 보이긴 매한가지였을 성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한 사회문제 해결 범위는 크고, 그것을 담을 비즈니스 모델은 턱없이 어설펐다고 생각한다. 즉 명분만 담대하고 실질적인 해법은 실체가 잡히지 않는 계획에 불과한 것을 의지로만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나의 핵심고객인 경력단절여성은 기회만 제공하면 쉽게 움직여줄 것 같았는데, 이는 초기부터 여지없이 깨져나갔다.

결국 명분보다는 실행이 답이다. 사회적 목적 달성도 스스로 먼저 헌신하지 않으면 그 어떤 명분도 사회적 비즈니스모델도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사회적 목적 달성을 위한 활동이 함께 내재화된 영리활동과 경쟁전략을 현장에서 시도하다 보면 사명은 자연스럽게 공고화되고 스토리가 불어난다. 사회적기업가의 스토리가 쌓일수록 그 다음 비즈니스도 탄탄해지고 지속 가능한 성공한 사회적기업이 될 것이라 믿는다.

돈도 벌도 세상도 구하는 사회적기업
흔한 오해중 하나가 사회적기업을 비영리조직으로 생각하는 것인데, 이것은 틀린 얘기다. 정부와 기업(영리기업), 비영리조직을 각기 제1섹터, 2섹터, 3섹터라고 한다면, 제4섹터는 사회적기업이다. 사람 중심 공동체를 지향하고 환경과 생활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이른바 소셜 임팩트를 극대화하기 위해 임팩트 투자 자본을 유치하고, 임팩트 투자자에게는 그들의 투자목적인 소셜 임팩트 창출과 함께 재무적 이익을 되돌려준다. 한 마디로 돈을 벌어 세상을 구하는 멋진 방식이다. 그런데 이렇게 두 마리 토끼를 쫓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더구나 사회적기업에 대한 오해와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사회적기업은 돈 없이도 창업하는 길이라거나, 정부지원에 의존한 사업이라는 시각 같은 것들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고 모험이기에 나는 사회적기업이 사회적 벤처기업이라고 생각한다. 담대한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고, 혁신적 사고로 협업하고 사회문제 해결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 길을 선택한 사회적기업가가 할 일이다.

김현숙 hskim@momjobgo.com 안랩 설립멤버로서 20년 넘는 기간 동안 조직과 함께 성장했고, 사업개발과 제품기획, 마케팅, 인터넷사업 총괄 등 현장에서 사업책임자로 분투해왔다. 4년 간의 안랩중국법인 대표를 끝으로 동그라미재단 사업책임자로 비영리섹터에 첫발을 내딛었으며, 2013년 9월 소셜벤처 맘이랜서를 설립하고 자칭 `소셜협력 도우미`로서 여성인재 교육 및 일하는 엄마 아빠를 돕는 일•가정 양립 매칭 서비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사회적기업 맘잡고 대표이며 사회적기업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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