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현재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등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디지털 사회로의 대전환은 우리사회를 4차 산업혁명시대로 빠르게 안착시켜 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채용시장에도 불고있다. AI가 역량검사를 하고 메타버스 상에서 채용박람회를 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는 현 시점에서 자문해봐야 한다. 기술의 진보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과연 지금의 ‘인재’가 5년 후 10년 후에도 ‘인재’로 불릴 수 있을까?   

■사회변화의 거시적 관점에서 ‘인재’ 재정의해야

포춘지 순위에 있는 54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채용관련 결과를 살펴보자. 통상 채용에 실패했을 때 발생하는 손실비용은 연봉의 3~5배이며, 고위직의 경우 각종 기회비용 등을 감안할 때 평균 연봉의 24배까지 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학의 그루 피터 드러커는 “채용에 5분을 들인다면 그 직원이 일으킨 사고수습으로 5000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채용의 전략적 출발이 바로 ‘인재’에 대한 정확한 정의에서부터 시작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해서 뽑은 인재(人材)가 중장기적으로 회사에 큰 타격을 입히는 인재(人災)가 될 수 있음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한 인재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을 물리적, 디지털, 생물학적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복합적 산업혁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대에 ‘문제해결 능력’, ‘평생 학습능력’, ‘협업능력’, ‘디지털 역량’ 등을 두루 갖춘 ‘융복합 인재’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과학적이고 공정한 채용 프로세스 확립해야

지금까지 유능한 인재로 여겨진 좋은 스펙에 지적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뽑기 위한 채용과 융복합 역량을 두루 갖춘 미래형 인재를 채용하는 일은 그 방법과 프로세스부터 달라야 한다.

통상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서류전형, 인적성 검사 및 필기전형, 면접전형 순으로 진행된 채용과정이 코로나 이후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 채용으로 바뀌어 왔다. 자기소개서를 아예 안 받거나, 오프라인 인적성 검사도 AI를 활용해 과학적으로 진행하는 등 채용 프로세스도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일명 AI역량검사(역량평가)로 불리는데,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지원자 본연의 역량을 분석해 해당 조직에 얼마나 적합한지, 또한 입사 후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는 분석 데이터를 제공한다. 

특히, 기업이 추구하는 인재상이나 직무 특성, 기존 우수 재직자들의 역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 조직만의 맞춤형 ‘인재상’을 설정해서 거기에 가장 부합하는 지원자를 선별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뿐만 아니라, AI 역량검사가 제공하는 지원자들의 역량분석 데이터는 실제 대면면접에서 깊이 있는 질의로 이어질 수 있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한편, 서두에서 언급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융복합 인재’의 주요역량인 ‘문제해결 능력’, ‘평생 학습능력’, ‘협업능력’ 등을 조직의 인재상에 포함시켜 중장기적으로 조직에 필요한 미래형 인재를 채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AI채용시대에도 대면면접 여전히 중요해

코로나로 촉발된 비대면 AI채용에 이슈가 되는 부분도 있다. 바로 ‘AI면접관’의 등장이다. AI로 이력서나 자소서를 분석하고, 지원자의 역량을 분석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불가침의 영역이라 생각됐던 면접관의 역할을 AI가 과연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잡코리아는 2020년 8월 상반기 구직자 1,68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구직자들은 면접 ‘신뢰도’ 와 관련한 질문에서 AI면접(23.9%)보다 대면면접(51.0%)을 2배 이상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면접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AI면접(48.1%)이 대면면접(28.3%) 보다 약 19.8% 높게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잊을 만하면 공직자나 기업 고위임원들의 ‘아빠찬스’ 등 불공정 채용문제가 터지니, 사내 면접관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되는 문제는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대면면접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외부 전문면접관의 활용이 거론되고 있다. 공정한 채용을 위해 공공기관을 필두로 시작된 블라인드 채용이 2019년 ‘블라인드 채용법’ 시행으로 더욱 확산되면서, 외부 전문면접관의 비율을 내부 면접위원보다 50% 이상 구성하여 채용의 공정성을 높여가고 있는 추세다. 

외부 전문면접관을 활용할 경우, 공정성 이슈가 생기지 않도록 면접관의 주관적 판단에 의한 편견 및 오류를 최소화하고 직무역량 중심으로 면접을 진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산업구조의 변화와 채용 트렌드에 대한 통찰력을 기반으로 미래형 인재를 알아보고, AI역량검사와 같은 과학적인 채용 평가도구를 면접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갖춘 전문면접관을 양성하는 일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필자인 이종백 대표는 채용전문 컨설팅기업 ㈜제이비에이를 운영하며, 기업의 업종 및 규모에 따른 최적의 채용 컨설팅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AI역량검사 등 다양한 채용 평가도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변화하는 산업구조에 따라 요구되는 면접관의 자질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통해 전문면접관을 양성하고 있다. 교육 수료자에게는 공공기관 및 기업의 외부 면접관으로 추천하여 전문면접관으로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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