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임영모의 맵 인사이트(Map Insight)] 지도가 알려주는 지도자의 일곱 가지 덕목

발행일시 : 2016-12-06 00:10
[임영모의 맵 인사이트(Map Insight)] 지도가 알려주는 지도자의 일곱 가지 덕목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 있지만 또한 뒤집을 수도 있다.
(君舟也 人水也 水能載舟 亦能覆舟)

- 순자(荀子) 왕제(王制)편 중에서


“저는 ‘지도층’에 종사하는 ‘지도자’ 중 한 사람입니다.” 종종 자신을 소개해야 할 자리에서 필자가 건네는 썰렁한 농담 겸 아재개그 중 하나다. 지도를 중심으로 하는 GIS 업계에 있으니 지도층(地圖層)에 속해있다고 할 수 있고, 매 지도를 마주하고 있는 업계 종사자이다 보니 지도자(地圖者)라고 소개한들 결코 틀린 말은 아닐 테다. 쉽고 짧게 설명하기 난감한 지리정보나 공간정보를 들먹이는 것보다 ‘지도’ 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된다.

그러다보니 다음에 그들을 만나게 되면 “아직도 ‘지도’ 하고 계신가요?”라고 웃으며 묻는다. 그들에게도 내가 나름 ‘지도자’로서 각인된 탓이다.

‘지도자(指導者)’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번 칼럼은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지도(地圖)가 알려주는 지도자(指導者)의 몇 가지 덕목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지도든 지도자든 상관없이 무릇 ‘지도’라면 마땅히 다음과 같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기반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야 한다 : 공간정보 데이터와 구성원
공간정보 기술이 제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기초 데이터에 대한 이해와 파악이 없으면 쓸모 없는 기술이 되고 만다. 데이터가 없는 기술은 허울 좋은 껍데기일 뿐이다. 일단은 기초적인 공간정보 데이터에 대한 이해부터 충실해야 하며, 그 위에서 그것을 연산하고, 분류하고, 해석하고, 가시화하고, 활용하여야만 제대로 된 공간정보 서비스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지도자의 출발점 역시 기반을 이루는 구성원으로부터 시작한다. 작게는 조직 내 팀원일 수도 있고, 크게는 국가 내 국민일 수도 있다. 지도자는 구성원의 뜻을 헤아려 그에 맞는 대표자로서 조율하고 이끄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기초 데이터를 잘못 해석한 경우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 수 없듯이 구성원의 뜻을 곡해하거나 무시하는 경우에는 올바른 조직을 지도할 수 없다.

기반 및 구성요소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반 및 구성요소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야 한다.>

○ 보이지 않는 것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 속성자료와 민의
좌표 등 위치를 가진 점, 선, 면 형태의 ‘공간자료(Spatial Data)’만큼 중요한 것이 이러한 공간자료에 관련된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속성자료(Attribute Data)’라고 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공간자료 이외에 수많은 속성자료가 내재된 상태로 전체 공간정보를 이루고 있다. 지도상에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속성자료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도를 제대로 보려면 데이터 안에 감춰진 부분까지 이해해야만 한다.

지도자 역시 눈앞에 보이는 구성원들의 표면적인 이슈에 대한 이해에 그치거나 만족해서는 안 된다. 한 꺼풀 아래 있는 보이지 않는 속내, 즉 민의(民意)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겉모습만 지도 모양을 갖춘 채 내용물 없는 ‘그림 파일’과도 같은, 직책만 지도자인 상태에서 머물 것이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

○ 소신 있는 자기 기준이 필요하다 : 좌표계, 기준점과 지도 철학
공간정보가 각종 좌표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감안할 때, 좌표에 대한 기준인 ‘좌표계’에 대한 설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구는 지도책이나 모니터에서 보는 것처럼 반반한 평면도 아니고, 여느 지구본처럼 완전구체도 아닌 타원체 형태이다 보니, 지도의 특성과 목적에 맞게 다양한 좌표계가 혼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측지 측량의 기준이 되는 기준점 역시 중요하다. 기준점에는 공통으로 약속된 기준 좌표가 매겨져 있으며, 이러한 기준점을 기준으로 객체의 상대적인 방향과 거리를 측량하여 좌표를 측량하게 된다. 그러므로 기준점의 값은 임의로 흔들리거나 변해서는 안 된다. 뚜렷하고 분명한 기준 정의가 필요하다.

지도자 역시 소신 있고 일관된 자신의 지도 철학과 기준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주변의 말을 참고하여 기준을 설정할 수는 있겠지만, 그 역할과 권리를 타인에게 양도해서는 안 된다. 또한, 지도 행위에 대한 책임을 남의 탓으로 전가하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된다. 그것은 자기 기준 없이 지도했다는 것에 대한 반증에 불과하다. 좌표계와 기준점이 흔들리면 그 지도는 새로 그려야만 한다.

주변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뚜렷한 자기 기준이 요구된다. <주변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뚜렷한 자기 기준이 요구된다.>

○ 자신의 현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 측위와 자리매김
각종 측위 센서의 발달, 이동 디바이스의 대중화 등으로 위치정보에 대한 요구는 확대되고 활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GPS 및 기타 측위 기술의 발달로 자신의 현재 위치에 대한 정보는 더욱 정확하고 정밀해지고 있다. 어렴풋한 대강의 위치를 알려주는 수준이 아니라 cm 단위 정도의 오차 범위 내에서 현재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는 세상이 도래했다.

예전에는 고가의 GPS 수신기를 휴대하거나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장착해야만 했던 위치정보 이용환경은 이제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나의 위치를 바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파악한 자신의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주변의 정보와 소통하는 세상이 되었다.

지도자도 자신의 현 위치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자신이 처한 위치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주변과 소통할 수 없다. 인식 오류가 난 GPS 수신 값을 기준으로 길 안내를 받거나 주변 정보 조회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금, 여기, 우리’라는 지도 위에 정확히 지도자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표기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의 입장을 에두름 없이 명확히 선언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지위와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만 지도라는 것을 할 수 있다. <자신의 지위와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만 지도라는 것을 할 수 있다.>

○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 방위와 비전
모든 지도는 방위, 즉 방향을 포함하고 있다. 기준점 또는 나의 현 위치에 대한 상대적인 좌표의 위치 방향을 말한다. 이를 토대로 지도를 그리며, 그 지도 위에서 목적지까지의 방향과 거리를 보여주며 길을 안내한다.

지도자는 방향을 알려주고 그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의무가 있다. 옳은 방향을 알려주는 경우 모두가 원하는 목적지에 별 탈 없이 도달할 수 있겠지만, 잘못된 방향을 판단하여 알려주는 경우 결국 그릇된 길로 이끌게 된다. 내비게이션이 잘못된 길을 안내했을 때 운전자가 짜증과 분노를 느끼듯이, 지도자가 잘못된 방향을 알려주고 이끌었을 때 그 조직 역시 공분을 표출하게 될 것이다.

공간정보에서의 방향은 한 쪽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좌우뿐만 아니라 앞뒤도 있으며, 좀더 확대해 보면 위아래와 과거 및 미래까지도 존재한다. 지도자는 판단 가능한 모든 방향을 두루 살펴서 가장 합리적인 방향을 알려주어야 한다. 무턱대고 우회전만 고집하는 차량은 결국 출발점으로 회귀하고 말 것이다.

올바른 방향 제시 역할 역시 지도자의 중요한 의무다. <올바른 방향 제시 역할 역시 지도자의 중요한 의무다.>

○ 열린 사고로 다른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 정보융합과 소통
지도는 땅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놓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도는 다른 각종 정보, 지질, 식생, 환경, 산업, 통계, 지적, 인문정보, 교육 등 다양한 정보와 섞이면서 늘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한다. 그렇게 다른 정보와 융합되었다고 해서 지도를 가리켜 지도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지도는 다른 정보와 더불어서 더 큰 역할을 한다.

지도자도 나만을 고집하거나 본인의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특히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지도자라는 지위가 개인 소유나 전유물이라는 욕심을 내려놓고 열린 생각과 주변과의 소통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 많은 정보가 함께 어우러졌을 때 더 멋진 지도와 더욱 가치 있는 지도가 되듯이, 포용력 있는 지도자의 자세는 오히려 그의 정체성을 더욱 돋보이게 할 것이다.

지도는 다른 정보를 융합하고 주변과 소통하면서 더 멋진 지도를 이룬다. <지도는 다른 정보를 융합하고 주변과 소통하면서 더 멋진 지도를 이룬다.>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상에 대한 애정이다 : 지도와 조직
다른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가장 필요한 덕목은 애정이다. 공간정보 서비스나 시스템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수많은 공간자료와 속성자료는 한낱 데이터에 머물고 만다. 지도 데이터를 만드는 사람들, 지도를 그리고 만지는 사람들, 지도 서비스와 시스템의 방향과 쓰임을 세우고 이끄는 사람들, 그를 통해 공간정보산업이라는 큰 틀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애정이 없이는 종이 위의 도면과 하드디스크 안 파일에 불과하다.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쓰임 있는 지도를 만든다.

지도자 역시 자신의 조직에 대해 애정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조직이 받쳐주지 않는 지도자는 없으며, 조직을 사랑하지 않는 지도자는 오래 설 수 없다.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고 함께 하는 것이 조직의 기본이며, 그것들은 결코 혼자 이룰 수 없는 성격의 것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상에 대한 애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상에 대한 애정이다. >

공간정보 분야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수치 지도’는 결코 수치스러운 지도가 아니다. 지도의 모든 요소의 위치정보를 담고 있는 디지털화된 지도를 말한다. 지도자 역시 조직의 얼굴로서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만큼, 결코 수치스럽다거나 자괴감을 느낄 필요 없이 떳떳하고 당당한 자리매김을 해야 합당하다.

또한, ‘정사영상’이라는 것 역시 의미 있게 활용된다. 항공기나 위성에서 촬영한 지도 영상에서 왜곡을 제거한 직각 방향에서 바라본 이 영상지도는, 결코 애들 앞에서 눈 가리고 귀 막게 하는 그 ‘정사’ 영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지도가 그렇듯 지도자 역시 정사 영상처럼 올바른 정사를 펼치며 그 정사에 왜곡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의 부임육조 중 ‘이사(莅事)’에 보면, 목민관 부임 이튿날에 준비해야 할 사항으로 민원을 경청할 수 있는 ‘북’과 체계적 업무 계획 수립을 위한 ‘달력’, 책임 있는 결재를 위한 ‘도장’과 함께, 새로운 ‘지도’를 그릴 것을 언급하고 있다. “이튿날 경험 많은 아전을 통해 화공을 불러서 그 고을의 사방 경계를 표시한 지도를 그리게 한 뒤 관아의 벽에 걸도록 하라(厥明日 召老吏令募畵工 作本縣四境圖 揭之壁上)”는 말은, 이를 통해서 목민관으로서 새로 부임한 고을의 풍속을 살필 수 있고, 고을의 갖은 사정을 헤아릴 수 있으며, 또한 아전과 백성들이 다니는 길도 파악알 수 있을 거라는 의미다. 지도(地圖)라는 것은 어쩌면 지도자(指導者)의 기본일 수도 있겠다.

이것이 자칭 어설픈 지도자(地圖者)가 생각하는 지도자(指導者)의 일곱 가지 덕목이다.

임영모 0duri@naver.com 대학교에서는 국어국문학을 전공하였다. 컴퓨터잡지사 기자로 시작하여, 애니메이션, 출판, 모바일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 GIS 업계에 종사한 지 10년이 넘었다. GIS 분야에서 전통적 GIS보다는 인문학 기반의 다양한 공간정보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지도를 통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시각과 활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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