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쿠바와 전격적 수교했다. 쿠바는 이로써 대한민국의 194번째 수교국이 됐다.

한국과 쿠바는 14일 늦은 밤 예고 없이 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유엔대표부가 수립했다고 소식을 알렸다.

양국의 수교 협의는 극도의 보안 아래 이뤄졌다. 그동안 한국이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물밑 작업은 꾸준히 해 온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진전 상황은 극비사안이었다.

이는 쿠바가 북한과 사회주의 형제국으로 끈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어 쿠바 측이 한국과의 수교 협의가 공개되는데 예민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양국은 꾸준히 당국 간 접촉·교류를 이어오며 수교에 대한 물밑 작업을 계속해왔다.

양국은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바티스타 정권을 타도하고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한 후 일절 교류를 끊고 국제무대에서도 접촉을 피했다.

양국 간 냉기류는 1999년 한국이 유엔 총회의 대(對)쿠바 금수 해제 결의안에 처음으로 찬성표를 내면서 전환기류를 탔다.

그동안 미국을 의식해 결의안에 기권해오던 한국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입장을 선회했고, 이 결정으로 쿠바는 한국에 대한 의식이 크게 호전됐다.

또 2016년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해 공식 외교장관 회담을 갖기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들이기도 했다.

쿠바와의 인연은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면서 관계개선 드라이브가 강화되며 동력이 붙었다.

특히 한국과 쿠바가 나란히 참석하는 다자회의 계기마다 꾸준히 문을 두드린 끝에 고위·실무급 접촉이 이뤄졌다.

지난해 5월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이 과테말라에서 개최된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와 각료회의에 참석하면서 호세피나 비달 쿠바 외교 차관을 만나 양국 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같은 해 9월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양국 인사가 나란히 참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전해졌다. 당시 한국 측은 물밑 접촉에서 영사관계 수립 같은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수교하는 방안을 제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국이 모두 참여하는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협력포럼(FEALAC) 같은 다자회의 계기로 실무급 당국자들도 비공개로 상호 방문을 이어왔다.

한국과 쿠바는 공식 외교관계는 없지만 뉴욕의 양국 주유엔 대표부 채널, 그리고 멕시코 주재 양국 대사관 채널 등 두 비공식 채널을 갖고 있다. 이번 수교 협의도 양쪽 채널로 모두 이뤄졌다고 전해졌다.

또 쿠바와 경제·통상·문화 등 민간 교류가 꾸준히 이어져 온 것도 수교 성사의 밑거름이 됐다.

코트라(KOTRA)가 2002년 쿠바와 처음으로 무역투자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05년에는 쿠바 수도 아바나에 우리 무역관을 개설했다.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와 K팝 등 한류가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한국 국민들에게도 쿠바가 인기 관광지로 소개되면서 양국의 ‘사상적 갈등’은 거의 희미해져 버렸다.

쿠바에 한국 드라마가 상륙한 것은 지난 2013년으로 당시 MBC의 '내조의 여왕'을 시작으로 KBS의 '아가씨를 부탁해', SBS의 '시크릿 가든' 등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자연스레 쿠바 국민들 사이에선 K-POP에 대한 수요가 늘고 한국 전통음식, 한국어 배우기 열풍도 불었다. 쿠바에는 현재 약 1만명 규모의 한류 팬클럽 'ArtCor'가 존재하는 등 한류 열풍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정부는 이번 수교 체결과 관련해 향후 쿠바 정부와 상호 상주공관 개설 등 수교 후속 조치를 적극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한류의 공식 진출을 위한 한국문화원 설치 및 한류 문화 확장을 위한 공식 문화교류 등의 조치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쿠바를 방문하는 우리 국민에 대한 더욱 체계적이고 긴밀한 영사 조력 제공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쿠바와 관련한 영사 조력 사항은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이 전담해 왔다.

인적 교류 확대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의 쿠바 진출 확대 등 양국 간 경제협력의 실질적 영역도 넓고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이전까지 연간 약 1만4000 명의 한국인이 쿠바를 방문했으며 현재 쿠바에는 일제 강점기 시기에 이주한 한인 후손 1,100여명이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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