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혁신 클래스’는 국내외 기업과 기관들의 ESG 사례와 트렌드를 조명하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해와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장입니다.  웹 지면을 통해 제공하는 ESG, CSR 관련 '가치 콘텐츠’에 기업의 책임자와 실무자, 관련 전문가, 독자들의 큰 관심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ESG-CSR 신규 프로젝트와 함께 관련 성과를 집중 소개하는 코너도 본 섹션에 신설합니다. 관심 있는 기업과 기관, 단체들의 문의(kevin@nextdaily.co.kr) 바랍니다.

 

지난 2월은 인간이 자연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라는 말을 실감한 시기였다. 형제의 나라, 다양한 예능 프로와 표기법 변경으로 최근 자주 거론된 튀르키예 지진 소식 때문이었다. 

이번 강진으로 4만8000명이 넘는 사망자와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한 엄청난 자연재해였다. 유례없는 큰 재난에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들이 있다. 바로 기업들이다. 

다양한 형태의 기부와 지원을 통해 피해 복구를 돕고 있다. 기업도 지역사회 일원으로 존재하고,  사회에 공헌해야 하는 시민이라는 '기업시민'을 표명하면서 ESG시대 기업의 역할 중의 하나인 지역사회 상생을 실천하고 있다. 

긴급구호 자금과 물품을 전달하거나 기업의 특성에 따라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지원하기도 한다. 기업들의 구호성금 지원은 이번 튀르키예 지진뿐만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재난 재해와 함께해왔다. 

그래서 기업들의 기부, 구호지원 활동은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오랜 역사를 가진 '기부'를 독창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기업의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기부, 같이의 가치 '카카오 같이가치'

카카오는 ‘임팩트 플랫폼을 활용해 참여를 이끌어내고 공익 가치를 확산하겠다’는 소셜임팩트 방향 아래 플랫폼이라는 업에 중심을 둔 사회공헌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8년 재단법인 카카오임팩트를 설립하고, 영업이익의 3%를 기부금으로 조성해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기부특화 채널 '카카오 같이가치’는 기업의 기부에서 그치지 않고 플랫폼 활용자의 자발적 모금 플랫폼을 표방한다. 

과거 우리에게 익숙한 네이버 해피빈 등과 유사하지만 공익적 주제라면 누구나 모금을 직접 제안하고 진행과 참여까지 할 수 있는 자발적 모금 플랫폼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플랫폼 모금 참여를 희망하는 이용자는 모금함 페이지나 개별 모금함을 통해 직접 기부하거나 댓글, 응원공유 등을 통해 동참할 수 있다. 

이용자가 모금함 페이지 하단에 응원 댓글을 작성할 때마다 카카오가 댓글 한건 당 1000원을 기부하며, 개별 모금함을 클릭해 댓글-응원-공유하면 한건 당 100원을 추가로 기부하는 매칭 기부를 진행하기도 한다.

같이가치의 공시에 따르면 누적 기부 건수는 약 5156만여개에 총 기부금 629억원이 모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 1만5846건 이상의 모금함이 조성돼 자발적 모금 플랫폼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다양성을 보여준다.  

같이가치는 다양성에 걸맞는 다양한 기부 캠페인이나 행동 참여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세계 환경의 날 멸종위기동물의 서식지 보호 활동을 위한 캠페인을 통해 댓글 수만큼 기부와 연계하거나, 홈페이지 ‘모두의 행동’ 섹션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업해 주제별로 사용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같이가치 ‘마음날씨’ 섹션은 행복과 안녕지수를 측정하는 ‘마음챙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공익적 임팩트 플랫폼이라는 목표를 위한 다양한 유형의 사업들로 구성돼 있다. 

카카오임팩트, 영업이익 3% 기부금으로 조성
기부 특화채널 '카카오 같이가치’ 운용
플랫폼 이용자들 공익적 주제로 모금도 가능
‘모두의 행동’ 섹션 통해 사회적 캠페인까지 진행

이 모든 프로젝트는 물론 카카오톡 앱 알림톡, 채널 등을 통해 참여가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사용자와 가까운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전개해 중요한 사회적 이슈와 사용자의 관심, 참여를 독려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카카오의 임팩트 방향성은 카카오의 제조 플랫폼 ‘카카오 메이커스’에서도 잘 드러난다. ‘낭비 없는 생산, 재고 없는 제조업’을 미션으로 생산 주체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공동주문, 주문제작형 커머스다. 

새로운 제품이 재고라는 허들에 꺾여버리지 않도록 제작주문 방식으로 운영한다. 제작주문의 특성을 활용해 생산량, 제고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지원하는 기획전을 진행하기도 한다. 메이커스의 제품 라인업은 양산형 제품과는 조금 다른 주제와 아이덴터티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디어스, 와디즈 등과 같이 주문제작, 펀딩 방식을 통해 구매자와 생산자를 직접 연결하고 앞서 언급한 주문제작, 제작구매 방식을 활용해 농가와 축산업계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큰 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응원을 전하는 일러스트와 메시지를 담은 스웨트 셔츠와 스마트폰 케이스 판매금 모두를 기부하는 것도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카카오는 사업 영역을 다양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저의 수 만큼이나 다양한 임팩트와 플랫폼 점유율만큼 큰 임팩트를 내기 위해 그들의 ‘업’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사회공헌을 펼치고 있다. 

기부를 업과 연계한 사례와 반대로 기부를 사업의 주제로 풀어내 체리, 빅워크 등을 운용하고 있는 중소기업, 스타트업들의 모델을 살펴본다. 

기부자 시선을 따라간 투명한 기부플랫폼 ‘체리' 

최근 탄소배출권 거래의 투명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분산원장기술(거래 정보를 기록한 원장을 특정 기관의 중앙화된 서버가 아닌 분산화된 네트워크에서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기록-관리하는 기술)을 활용한 거래 플랫폼들이 개발되고 있다. 

투명성을 보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탄소배출권 거래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투명성이 생명인 기부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이포넷의 기부 플랫폼 '체리(Cherry)'가 주목받고 있다. 

이포넷은 핀테크, 블록체인 분야에서 25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기술집약형 IT전문 중소기업이다. 체리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투명한 기부금 운용이 핵심이다. 

체리 플랫폼은 최소기능제품(MVP(최소기)개발 직후 정부가 지원하는 핵심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선정되며, 개발 1년 만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표창을 수상하는 등 혁신적인 기부 서비스 모델이다. 

다수의 기업과 은행, 교회, NGO 파트너로 투명한 기부금 집행뿐 아니라 기부자 성향에 맞춘 기부 캠페인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IT 적용 투명한 기부 플랫폼 ‘체리’
기부자 성향에 맞춘 기부 캠페인 운영도 지원   
행동참여형 기부의 원조 '빅워크' 
걸음이 기부로 이어져... 기부의 의미 확장 선도

행동참여형 기부의 원조 '빅워크'

기부나 걷기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빅워크(Big walk)’. 다양한 기업들의 사회공헌 파트너로도 잘 알려진 사회적 기업으로 걷는 활동을 기부로 전환해 기부문화 조성에 앞장 서고 있다.

특히 기업, 비영리단체 등의 기부 캠페인을 참여자들과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참여형 기부 서비스로, 캠페인 참여자들의 걸음이 기부가 되는 구조다. 

행동참여형 기부의 원조격인 빅워크 앱은 2021년 구글플레이 올해의 앱 사회공헌부문을 첫 수상했다. 최근에는 ESG 가치실현을 대중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하니, ESG 흐름을 놓치지 않는 영민한 테크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의 흐름을 바꾼 팬데믹 이후 기부시장은 어느 때보다 급속히 성장했다. 하지만 기업의 기부는 조금 ‘쉬운 방식’으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의 기부 뉴스가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고, 과거 기업의 부정적 이슈를 기부로 상쇄한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기업의 기부는 당연히 해야하지만 칭찬하기는 조금 꺼려지는 지점 어딘가에 있다.

한국의 CSR 발전 단계에서도 기부는 5개 단계 중 가장 초반에 해당하는 CSR 관망기와 도입기를 대표하는 CSR 방식으로 꼽힐만큼 올드스쿨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ESG시대 기부의 방향성과 방법론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기부의 주제를 기업의 업에 맞추거나 카카오 사례처럼 공익을 위한 임팩트 플랫폼을 조성하거나, 참여형 캠페인, 매칭기부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ESG 시대에 맞는 투명성 있는 기부를 제공하는 기술기반 서비스나, 기부 플랫폼으로 시작해 ESG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는 기업도 살펴볼 수 있었다. 

기부는 ESG의 S영역에서 다뤄지는 ‘지역사회 상생’의 근간이 되는 방법론이다. '자선 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해 돈이나 물건을 댓가 없이 내놓음’이라는 기부의 정의처럼 그 순수한 의미를 확장하는 흥미로운 기부 서비스들이 계속 만들어지길 바란다. 

 

** 강의를 진행하는 이순열은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에서 최고소셜임팩트책임자(CSIO)를 맡고 있으며,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 육성과 기업사회공헌, ESG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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