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뽑을 때 기존 팀원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는다. 소통이 서로 잘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장 분위기는 좋을지 몰라도, 결과를 놓고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상황을 보는 관점이 비슷하다 보니 새로운 시선을 만들지 못했다.

왜 생각이 다른 사람을 두려워했던 걸까. 다 비슷하게 생각하고 ‘예’라고 답할 때 ‘아니오’라고 말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취급했던 걸까. 뭔가 엉뚱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을 무시해버리는 듯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부정의 시각에서보다 긍정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못한 걸까. 처음부터 아이디어라는 게 받아들여진다면 그건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고분고분한 사람이 많다면 좋은 조직이 아니다.

좋은 정치는 나와 다른 사람을 포용하고 그들의 생각을 함께 담아내는 것이다. 상하 지휘계통을 통해서 물리력으로 억제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사람들은 직장 생활을 정치에 비유한다. 일이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 다른 행동과 생각에 반발하고 거리를 둔다. 돈을 벌면서 나와 다른 다양한 성향의 사람이 모여 함께 결과물을 만드는 경험을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좀 생각이 달라질 듯도 하지만 그건 또 그렇지 않다.

경영진이 결정한 일에 대해서 순수히 따르기만 하는 조직은 건강한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조직은 더 설 자리가 없다. 생각하는 조직이 성과를 낸다. 생각한다는 것은 질문을 꺼내 놓는 일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대해 반문을 해야 한다. 더 나은 길은 없는지 질문해야 한다.

생각하지 못했던, 혹은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던 일들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다.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였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건강한 사회는 어떤 목소리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 후 판단은 스스로가 하도록 하면 된다.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게 막는 것은 질문할 기회를 봉쇄하는 일이다. 질문이 사라진 사회는 죽은 사회다. 우리는 지금 어떤 세상을 살고 있나. 기자회견에 나선 인물에 대해서 질문하지 않은 기자를 탓한다. 기자에게 주어진 권리는 묻는 것이지만, 주최 측이 양해를 구해 당사자에게 질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모든 결정을 인공지능에 맡겨버리는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빅데이터가 기업의 수익을 좌우한다. 개인 정보를 지키고, 관리할 권리가 개인에게 머물러 있지 않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데이터들이 곳곳에서 남용되고 있다. 보이지 는다고 안전한 게 아니다. 그래서 질문이 필요하다. 편리함 속에 갇혀 모든 것을 기계의 결정에 맡겨버리고 있지 않은가. 거부할 권리를 찾는 첫걸음은 질문하는 일이다.

교육과정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지만, 실제 그러한 지식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물어보자.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 수능을 본다면 우리는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까. 지금 학생들은 사회생활에 정말 필요한 배움을 갖고 있는가. 답을 찾는 일에 몰두할 뿐이다. 질문하기에 열중하지 않는다. ‘좋은 질문’이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는 조금 더 불편한 삶을 찾아야 한다.

국민대학교 윤호섭 교수님은 매년 종이 컬러 인쇄가 아닌 달력을 만든다. 그래서 다른 달력처럼 공휴일 숫자가 빠졌다. 직접 공휴일을 표시하도록 했다. ‘불편한 달력’이다. 이 불편한 달력은 질문을 만들어 준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했을까. 왜 그래야 할까. 그것이 지구 환경 보호에 어떤 도움이 될까. 질문이 사라지지 않도록 질문하는 방법을 배우고 질문을 놓지 말자. 사람의 생각이 잘 드러나도록 질문하자.

"배움이란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하기를 배우는 것이다. 현실 세계의 변화는 단순한 해답을 가져오는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져 왔다. 좋은 질문은 보다 풍성한 사유의 세계로 초대하는 초대장이다. 좋은 질문을 통해서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 각자의 정황을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좋은 질문은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게 하고, 개별인의 독특한 측면을 드러내게도 하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도 이끄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장치가 되어준다."

-63쪽, <질문 빈곤 사회> 중에서

길윤웅 : 필자는 IT전문 잡지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 한글과컴퓨터 인터넷 사업부를 거쳐 콘텐츠 제휴와 마케팅 등의 업무를 진행했다. 디자인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 중.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교육과 제작 활동에 관심을 갖고 산다.(*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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