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영화 '울프콜', "명령한 대통령조차 취소 못하는 핵미사일 발사 명령"

발행일시 : 2020-08-20 11:25

◇영화 울프콜

영화 '울프콜' 포스터 <영화 '울프콜' 포스터>

"영화는 시스템 상의 하자가 있어 ‘함정’에 빠졌거나 '착오'가 발행했을 때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을 때 시스템보다 인간을 신뢰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는다. 그런 번복이 잘못된 선택이 아님을 죽어가는 인간은 어떻게 확증할 수 있는가"
 
"광활한 우주 같은 심해에 비해 잠수함은 매우 폐쇄적이다. 단순히 공간을 넓게 만들기보단, 심해와 잠수함처럼 극과 극의 공간이 압도적인 스케일을 체감할 수 있는 마법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안토닌 보드리 감독)
 
이 영화는 철저히 잠수함 승조원의 관점에 서 있다. 특히 핵 미사일 발사와 같은 극단적으로 예외적인 상황에 처하여, 작전규칙에 따라 외부와 모든 연결을 끊고 의사결정을 할 때 그 결과에 대해선 명령에 복종하는 것 말고는 책임지지 않지만, 동시에 인간인 이상 군인으로서 그러한 결정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에 관한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잠수함에 하달한 핵 미사일 발사 명령은 절대 번복할 수 없고 심지어 명령했던 대통령조차 취소할 수 없다’는 작전규칙은 규칙 자체로 어마어마한 전쟁억지력이다. 만일 테러나 쿠데타와 같은 변고로 대통령이 억류된 상태에서 자신의 의지와 국가의 이익에 반하여 명령을 취소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규칙인 만큼 타당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영화 <울프콜>이 다루듯 ‘함정’에 빠졌거나 ‘착오’가 발행했을 때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은 시스템 상의 가장 큰 하자로 느껴진다. 영화는 시스템보다는 인간을 신뢰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으며 끝난다. 아마도 그게 관객들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감동과 울림일 테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논란거리가 남는다. 그런 번복이 잘못된 선택이 아님을 죽어가는 인간은 어떻게 확증할 수 있는가. 보편적인 논쟁거리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심각한 논란이 사실 논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국가관과 군인윤리에 입각하여 갈등을 겪는 상황을 영화화할 수는 있겠지만, 적에 의해 우리가 핵폭탄을 맞았다면 그 순간부터 보복은 무의미하다. 전쟁 억지력은 억지를 위한 수단이지 보복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합리화하여도 선하고 정당한 핵미사일 발사는 없다.

만일 시스템과 인간 중, 시스템에 해당하는 것이 영화에서 다룬 핵미사일 발사처럼 극단적인 것이 아니라면, 그때 선택은 항상 어려움에 처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그 말은 아무리 강력한 시스템도 언제나 인간으로부터 도전을 받는다는 이야기이겠다. 감독의 결어가 그다지 틀리지는 않은 셈이다.
 
장르 액션, 스릴러
상영시간 116분
개봉 2020년 3월 5일
감독 안토닌 보드리
출연 프랑수아 시빌, 오마 사이더 등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안치용 carmine.draco@gmail.com 영화평론가 겸 인문학자로 읽고 쓰는 일을 하며 산다. 흔히 한국CSR연구소 소장으로 소개된다.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 등의 직책을 함께 수행한다. 언론⋅연구 활동을 통해 지속가능 및 사회책임 의제를 확산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태는 한편 지속가능바람청년학교, 대한민국지속가능청소년단 등을 운영하면서 대학생⋅청소년들과 미래 의제를 토론하고 있다. 가천대 경희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에서 비전임교원으로 경영학과 언론학, 글쓰기를 가르쳤다. 경향신문에서 경제⋅산업부 국제부 문화부 기자로 22년을 일했다. 학부는 문학, 석사는 경제학, 박사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 <선거파업> <한국자본권력의 불량한 역사> 등 30권 가까운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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