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안준철의 라이프 트렌드 읽기] 생각이 맛있는 식당의 시대

발행일시 : 2018-07-25 09:00
[안준철의 라이프 트렌드 읽기] 생각이 맛있는 식당의 시대
성수동의 한 식당. 자신의 지향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 <성수동의 한 식당. 자신의 지향을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

먹방과 쿡방이 한참 인기몰이 할 때만 해도 그 열기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예측을 깨고 오히려 진화가 되고 있다. 몇 달 전 자신이 출연하는 TV프로그램에서 백종원은 어느 골목식당에 대해 ‘폐업시켜야 해’하는 강한 독설을 날렸다. 가장 핵심적 이유는 식당을 운영하는 개념과 철학이 없었기 때문이다. 유행에 편승하거나 낭만적으로만 운영되는 식당은 수십 년간 철학과 원칙을 실천해왔던 장인의 관점에서 보면 하고있는 일에 대한 자긍심을 해치는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의 독설은 어찌되었던 시청자는 물론 외식업을 하고 있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음은 물론 크게 보면 외식업의 다음 단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인 우노 다카시의 저서들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인 우노 다카시의 저서들>

철학을 실천하는 식당은 오래도록 사랑을 받고 있고 개념을 갖춘 식당은 고객에게 여러 생각을 제시하며 소통하며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 일본 요식업계의 전설로 통하는 ‘우노 다카시’의 책들을 읽다 보면 우선 자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손님으로 생각하고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틀려도 좋으니 생각을 반복하고 발견한 아이디어는 바로 바로 실천하고 있다. 고객과의 접점인 메뉴판에서부터 생각을 실천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참 신기하죠. 여름인데도 인기 많은 어묵’, ’대충 썰어 더 맛있는 회’ 자신의 경험과 아이디어가 담긴 메뉴가 메뉴판에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씨익’ 미소가 걸리는 상품이 추가되는 것이다. 자신이 있기에 고객들께도 자연스런 문체로 소통한다. ‘어제는 꽁치가 60마리나 나갔습니다 !’, ‘오늘 직원들끼리 먹어보니 최고였습니다 !’와 같이.

[안준철의 라이프 트렌드 읽기] 생각이 맛있는 식당의 시대

초고층 복합건물들 사이에서 섬처럼 자리잡고 용산 인쇄소 골목에 에너지를 불어 넣고 있는 용산 ‘열정도’는 4년 전 시작 때부터 청년장사꾼이란 단체가 주축이 되어 개발되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방지하는 장치를 미리 준비했음은 물론 요식업으로써 나름의 색깔과 원칙을 지켜가고 있으며 그 단체가 운영하는 감자튀김, 고기, 쭈꾸미, 곱창, 카페 모두에서 똑같은 고객응대와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우선 들어서면 세세한 메뉴설명에 어떠한 요청에도 눈살 한번 찌푸리지 않으며 늘 긍정적인 자세로 흔괘히 무엇이든 응한다. 눈을 돌리면 어디든지 빼곡히 써있는 유쾌한 메시지들이 더 경쾌함을 높인다. 그 메시지에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과 우리 음식에 대한 자부,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과 TIP등이 담겨 있다. 주인과 종업원이 없더라도 계속해서 대화하는 기분이 들고 늘 옆에서 재잘거림이 느껴져 그들의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유니폼에 적혀있는 문구들은 식당의 생각을 보여줌은 물론 손님들을 접객하는 원칙을 반복해서 다짐하게 된다.

[안준철의 라이프 트렌드 읽기] 생각이 맛있는 식당의 시대
그들의 생각을 보여주고 스스로도 다짐을 한다 @용산 열정도 <그들의 생각을 보여주고 스스로도 다짐을 한다 @용산 열정도>

우리나라 창업시장에서 요식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70~80%가 될 만큼 절대적인 다수인만큼 빠르고 쉽게 개업하는 식당이 많아지면서 자신의 생각을 지켜가면서 선택을 받고자하는 소위 개념식당들이 함께 늘어나는 점도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이런 식당들은 시류에 편승한 메뉴나 레시피, 눈에 띄는 인테리어, 의도적인 SNS를 철저히 배제하고 철학이 담긴 메뉴, 스토리가 있는 원료, 자신들만의 조리법에 집중한다. 그런 실체가 있기에 자신들의 다짐도 무게감이 느껴지게 된다.

자신만의 원칙과 메뉴를 지켜가는 성수동 일미락. 다짐에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자신만의 원칙과 메뉴를 지켜가는 성수동 일미락. 다짐에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저 주는 대로 먹기에 바빴던 시대가 ‘외식1.0’이었다면 고객관점의 CS가 포함된 ‘외식2.0’을 지나고 브랜드매니지먼트 관점의 ‘외식3.0’시대가 무르익고 있다. 식당마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정립하고 구체화하고 이를 원칙이나 운영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고객들에게 일관되게 경험시켜 주고 있다. 실제로 브랜드관점의 식당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 경험이 매우 중요하고 특히나 고객 접점에서 만나는 종업원들을 통해 그 식당만의 브랜드를 경험하게 된다.

브랜드 경험에서 종업원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브랜드 경험에서 종업원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외식업의 외형이 점점 커짐에 따라 이제는 질적인 성장에서 경쟁력의 차이가 만들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식당이 왜 만들어졌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그래서 그곳만의 스토리가 담긴 메뉴는 무엇이고 어떻게 다르게 즐겨야 하는지가 부각되는 시대인 것이다. 또한 식당 역시 고객들이 없으면 아무 존재 가치가 없기에 사회적 역할이 부각되고 있고 우리 몸에 들어가는 것인 만큼 책임감이 분명하게 된다.

생각을 갖춘 요식업은 늘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색깔을 표현한다 <생각을 갖춘 요식업은 늘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색깔을 표현한다>
[안준철의 라이프 트렌드 읽기] 생각이 맛있는 식당의 시대
[안준철의 라이프 트렌드 읽기] 생각이 맛있는 식당의 시대
자신 식당만의 원천을 소재로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자신 식당만의 원천을 소재로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외식업은 진화 중에 있고 프랜차이즈와 같은 규모감이 아닌 생각의 차이에서 진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고객이 식당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부각될 준거가 그 식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될 것이고, 그 생각이 맛있어야 선택 받게 될 것이다. 맛있는 생각을 가진 식당의 시대인 것이다.

안준철 showmethetrend@gmail.com
비즈니스 컨셉크리에이터/TT LAB 대표컨설턴트
금융, 유통, 광고 등 다양한 인더스트리를 넘나들며 ‘Boundary Crosser’를 지향하면서도 일관되게 브랜드, 마케팅 스페셜리스트로서 삼성, GS, 한화그룹에서 활동해 왔으며 신규사업, 전략, 브랜딩 등 새로운 관점의 컨셉을 제시하는 컨셉 크리에이터로서 활동하고 있다. 틈나는 대로 골목을 걸으면서 세상 관찰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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