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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스타트업 근로문화 혁신이 주는 교훈

발행일시 : 2018-02-14 12:38
김다빈 여기어때 PR매니저 <김다빈 여기어때 PR매니저>

잠이 덜 깬 어린 딸이 출근하는 아빠에게 말한다. “아빠, 또 놀러 와.” 국내 제약회사 광고의 한 장면이다. 반복되는 야근으로 육아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아빠들의 서글픈 현실을 담으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반대 사례가 있다. 한 IT기업 직원들은 매주 월요일 오전 가족과 여유 있는 아침식사 시간을 보내고, 아이의 등교를 함께 한다. 주말 여행, 일요일 심야영화도 부담 없다.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주35시간 근무제’ 덕분이다. 북유럽 국가 이야기 같지만,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 직원들의 일상이다. 이처럼 근로시간 단축은 몇 시간 ‘덜’ 일한다는 장점 외에, 단순 계산으로는 산출할 수 없는 더 큰 ‘가치’를 내포한다.

신세계그룹의 주35시간 근무제 도입 선언이 연일 화제다. 국내 10대 기업 중 하나가 일하는 시간을 줄이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타 기업들도 뒤따라 유사 제도를 도입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일까.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뜻하는 워라밸이란 용어도 최근 부쩍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앞서 주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있었다. 숙박O2O서비스 여기어때를 비롯해 소형가구 이사 서비스 짐카, 셰어하우스 우주 등은 근로시간 단축과 탄력근무제를 정착시켰다. 일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오히려 이전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낸다. 경영성과 우려를 불식하고, 제도를 안착한 강소기업들의 노하우는 대기업들이 참고할만하다.

여기어때 운영사 위드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출근하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화요일~금요일은 '9 to 6'를 유지하되, 점심식사 시간은 30분 늘려, 90분으로 정했다. 임금 삭감은 없었다. 오히려 맛과 건강에 신경 쓴 로하스식 구내식당에서 삼시세끼를 무료 제공하고, 전 직원에게 매년 50만원 상당의 숙박포인트를, 헬스와 무제한 도서구매 지원 등 복지를 대폭 강화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서비스를 만들자’는 회사 철학을 근로환경에 반영한 것이다.

근무 만족도 상승에 따라 업무 효율성은 단번에 좋아졌다. 최근 성과가 증명한다. 여기어때는 서비스 출시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지난해 2월)에서 월단위 흑자전환에 성공해 이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상반기 거래액은 1400억원을 넘어서며 업계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제휴점수, 순설치자수, 이용자수, 거래액 등 O2O에서 중요한 4개 분야 1위를 기록하며, '쿼드러플(quadruple)'을 달성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부담 가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보수적인 분위기도 부정적 시선에 힘을 보탠다.

그러나 일하는 시간이 업무량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하는 나라 중 하나다. 그럼에도 2015년 우리나라 기업들의 노동생산성(한국생산성본부 조사)은 OECD 35개국 중 28위다. 신세계의 이번 주35시간 근무제 도입 결정은 악습을 끊을 기회다. 스타트업을 넘어,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산업전반에 근로문화 혁신을 일으키는 2차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김다빈 여기어때 PR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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