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오거나 새학년이 시작되거나 하면 다들 가슴 속에 작은 소망이나 포부 하나쯤은 새겨 둔다. 특히 이번만은 기필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작심삼일(作心三日)의 저주에서 벗어나리라 다짐 또 다짐하는 모습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소망이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부각시키는 여러 법칙들 중 익숙한 것이 '만 시간의 법칙’이다. 하루 3시간, 일주일 20시간, 10년을 투자하면, 한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투자하는 시간을 달리하면, 10년이 아니라 5년이 될 수도 있겠지만, 한 가지 목적을 위해 꾸준히 굴곡없이 노력하는 것이 보통의 인내로는 되지 않으므로 참으로 실천하기 어려운 법칙 중의 한 가지라 여겨진다.

'건강’을 위해서 어느 날 '달리기’를 시작했다. 목표를 딱 100일로 정했다. 그런데 100일도 길게 느껴져 이를 3일씩 나눠, 즉, 작심삼일로 마음을 다잡으면서 100일을 끝내기로 잔머리를 굴렸다. 이 어설픈 결심은 부끄럽게도 보름도 채우지 못하고 무너졌다. 비가 온다든지, 황사나 초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면 나갈 수가 없었다.

고심 끝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고, 이제 한 달 보름을 넘겨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다시 108배를 시작한 것이다. 종교적인 목적 외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매일 108배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방석 하나만 있으면 되니 공간의 제약이 특별히 없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절에 상관없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훌륭한 운동이다.

여러 가지 수행 중에서 몸 쓰는 일을 제일 못한다. 오죽하면 시작했을 때, 하기 싫어서 몸서리를 치곤 했을까. 몸과 마음을 다 내려놓고 절 수행을 해야 하지만, 온통 머릿 속에는 '싫다 싫어, 그만둘까?'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바람에 횟수를 기억하지 못했고 결국, 채우고 또 채우고를 반복했다. 어리석은 생각 탓에 몸을 심하게 고생시켰다.

한국식 절이 아니라 오체투지를 하므로 배가 당기고 팔다리가 쑤시는 과정도 수차례 겪으면서 하루 하루 이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한 달 보름이 흘렀다. '21일의 기적’을 믿는다. 2주까지 고비였던 것 같다. 그 후 조금씩 몸에 익어지기 시작했다. 막상 시작하기 전에는 40배만 할까 하다가 최소 120배에서 가끔 200배, 250배로 횟수를 늘리기도 하니 몸이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서서히 마음에서 일어난 한 생각이 굳어지고 있다. 몸 쓰는 일을 제일 싫어하던 내가 평생 매일 최소 120배의 오체투지를 하겠다는 결심을 다지는 중이다.

3주, 21일이라면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어떤 가능성을 확인해보는 시간으로 충분할 듯 싶다. 싫어하는 속담 중 하나가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참으로 무서운 속담이다. 이리 저리 핑계되기에도 좋고 또 우리 개개인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싹둑 잘라버리기에 알맞은 속담이 아닐까 여겨진다. '작심삼일’이란 단어도 지위 놓고 시작하면 좋겠다. 결국에는 '실패’의 개연성이 들어있는 부정적인 용어이기 때문이다.

'만 시간의 법칙’ 역시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미래의 당신이지만, '21일의 기적’들이 더하고 더해지는 어느 날, '만 시간의 법칙’마저 뛰어 넘는 날이 올 것이다. 장인이나 달인, 마스터의 타이틀을 얻지 못해도 절차탁마하여 이어온 시간들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2018년에는 모두에게 '21일의 기적’이 찾아오길 간절히 소망해본다.

장윤정 eyjangnz@gmail.com 컴퓨터 전문지, 인터넷 신문, 인터넷 방송 분야에서 기자로, 기획자로 10여년 간 일했다. 틈틈이 출판 기획 및 교정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살면서 본 애보리진과 마오리족의 예술, 건강한 사회와 행복한 개인을 위한 명상과 실수행에 관심이 많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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