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새 좇아, 동박새 좇아
어제는 하루 종일 산을 헤매고
할미새 좇아, 할미새 좇아
오늘은 하루 종일 들을 헤맸다.
산은 산으로 깊기만 하고
들은 들로 아득만 한데
제풀로 피어나는 패랭이 하나
파랑새 좇지 말고 살라고 한다.
풀꽃으로 한 목숨 살라고 한다.
산에서 놓친 동박새,
이 아침 창가에서 울고
들에서 놓친 할미새,
이 저녁 사립문에서 울고

감상의 글
토요일은 아쉬움이 가득한 날이다. 동기들과 산에 가지 못해서이다. 일을 하다가 SNS를 보면 동기들의 산행 소식이 올라와 있다. 글과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현장에서의 일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전철역에서 반갑게 만나는 장면,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천천히 산을 오르거나 둘레길을 걷는 장면, 가끔씩 폭소를 터뜨리는 장면, 잠시 쉬며 각자 준비한 간식들을 나누는 장면, 산행 후에 가까운 음식점에 들러 밥을 먹으며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들이 떠오른다. 그러한 장면들을 생각하면 그 순간을 함께 나누지 못해서 참 아쉽다.

지금은 토요일에 바빠져서 산에 같이 못 가지만 그 전에는 자주 가는 편이었다. 동기들과 같이 산에 갈 때면 행복감을 느낀다. 편안한 사람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웃으며, 떠들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한 주간 쌓인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못 가고 있다. 토요일에 바빠져서이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불만족스러웠다. 왜 나는 토요일에 일이 있는 직업을 갖고 있을까. 나도 주말에 쉬는 주5일 근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나에게 다른 행복의 요소가 있음을 미처 몰랐다. 7월부터 시작하여 3개월째 탁구를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때 교회 친구들과 쳤던 탁구를 동네 주민센터에서 다시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점차 적응이 되었다. 요즘은 실력이 좀 늘었는지 같이 치자는 회원들도 생겼다. 월수금 오전에 2~3시간을 치는데 열심히 치다 보면 땀도 나고 숨이 차기도 한다. 가만 생각해보니 은퇴하지 않은 나이에 평일 오전에 3일씩이나 운동을 하는 직장인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동호회 회원들은 거의 주부들이나 은퇴하신 분들이다. 이것은 현재 내 직업이 주는 호사이다. 일반적인 직장인이 할 수 없는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나는 트레킹은 아니지만 탁구는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도 토요일에 함께 산을 오르지 못한 것만 한탄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하니 내가 나름 행복한 시간들을 갖고 있었다. 행복이란 그런 것 같다. 어느 정도는 자신이 마음먹기에 따라 달려 있다. 탁구는 3달째 하고 있으니 이것은 기본이라고 여긴 것이다. 여기에다 토요일에 산행까지 해야 비로소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것에서는 행복감을 느끼려고 하지 않는다. 현재 소유하고 있는 것에 감사하지 않고 자꾸만 남이 갖고 있는 것에 눈길을 돌린다면 행복은 저 먼 곳에 있을 뿐이다.

이 시에서도 행복을 멀리서 찾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찾으라고 권면한다. 깊은 산속이나 아득한 들판에서 찾아 헤맸던 행복이 알고 보니 자신의 주변에 있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허망하게 ‘파랑새’를 좇지 말고 풀꽃이 되어 한 목숨 즐기라고 말하고 있다. 애써 찾던 동박새나 할미새는 바로 자기 주변에 있다면서 말이다. 오전에 탁구를 치고 오후에 열심히 일을 하며 행복감을 누리다 보면 또 언젠가는 동기들과 함께 산에 오르는 날이 있지 않을까. 그때는 탁구를 치지 못하더라도 동기들과의 산행에서 행복감을 누려야겠다. 물론 그 전에 매일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얘기를 나누는 것에서도 충분한 행복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최성원 기자 ipsi1004@nextdaily.co.kr 시인이자 칼럼니스트. 시집으로 「천국에도 기지국이 있다면」이 있다. 현재 서울 동부이촌동에서 국어와 논술을 가르치고 있으며, 저서로는 「7일 만에 끝내는 중학국어」 등이 있다. 또 ‘하얀국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시와와(詩와와)’는 ‘시 시(詩)’에 ‘와와(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웃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떠들어 대는 소리나 모양)’를 결합하였다. 시 읽기의 부흥이 오기를 희망한다. 100편의 시를 올릴 계획이다. 걷기와 운동, 독서와 집필, 사람 만나는 것, 그리고 야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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