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공기 주머니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눈에 보이지 않으나 누가 그 안으로 들어오면 불편함을 느끼는 그런 공간을 personal space라 부른다. 문제는 개인마다 불편함을 느끼는 거리가 조금씩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문화권 출신들은 이 personal space가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personal space는 서구권이 동아시아권(한국, 중국, 일본)보다 더 멀다. personal space가 문제시 되는 것은 친밀하지 않은 타인들과의 거리일 때이다. 나와 친밀한 관계의 사람이 personal space에 들어오는 것은 큰 문제도 되지 않고 거리 조정이 수월하기 때문에 괜찮다.

이 친밀한 관계의 personal space가 서구권이 동아시아권보다 더 가깝고 접촉이 잦다고 생각해서 우리는 서구권의 퍼스널 스페이스가 우리보다 가깝다고 흔히 생각하곤 하지만, 친밀한 관계를 벗어나면 이 거리에 대한 감각이 달라진다.

동아시권이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좁은 퍼스널 스페이스를 참고 살며 익숙해져서 그렇다는 설명도 있는데, 그럴 듯하다. 인류학자 Edward T. Hall은 space를 네 가지로 구분한다 – 친밀한 공간(intimate space), 사적 공간(personal space), 사회적 공간(social space), 그리고 공적 공간(public space)으로. 이 사적인 공간이 서구권 사람들은 대략 45-46cm이지만, 동아시아권 사람들은 25cm정도이다. 이러한 거리 감각의 차이 때문에 서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편하게 생각하고 싶으면, 팔을 뻗어서 내 주변을 두를 수 있는 공간, 이 공간이 타인의 신체 근처로 함부로 가까이 들어가면 안되는 공간이라 생각하면 된다.

사실 이 공간을 무심코 침범하는 일은 의외로 많다. 길을 걷다가 앞에 가는 사람이 너무 천천히 걸어서 내 진로에 방해가 되는 경우, 속도를 내서 그 사람을 앞지른 후 그 앞으로 꺾어 들어가 걸어가는 경우 혹은 앞지르려다가 그 사람과 팔이 닿는 경우 이런 경우, 서구권 사람들은 퍼스널 스페이스가 침범당했다고 생각한다. 또는 버스에서 내리려고 환승 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내리기 전 미리 찍으려다가 그 옆에 바짝 붙어 서있는 사람 몸 앞으로 손을 뻗어 카드를 찍는 경우, 붐비는 전철에서 내리는 역이 되어서 문쪽으로 먼저 나아가려고 사람들을 헤치고 나아가는 경우, 서구권 사람들은 자신의 퍼스널 스페이스가 침해당했다고 느낀다.

어떤 경우이건 타인의 보이지 않는 공기 주머니만큼의 거리를 침범하는 행위이므로, 반드시 Excuse me!라고 말해야 한다.
사적인 거리를 서구권 기준에 우리가 맞춰서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쓰는 글이 아니다. 다른 문화권에 사는 이들이 우리와 사적인 공간이라 느끼는 공간의 거리감각이 우리와 다르므로 이를 존중하자는 의미로 쓰는 글이다.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고 사람에게 가서 닿는 여러 언어 중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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