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기는 일탈
상금을 받아 본 사람이라면 그 매력에 쉽게 공모전 세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배우가 영화마다 다른 옷을 입고 열연을 하듯 각기 다른 분야의 현장에 잠시 투입되어 나만의 제안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 공모전이다. 이는 무료한 일상에서의 일탈이다. 잠시 다른 공기를 만나 재충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본연의 기류를 강화하는 시너지로 삼을 수도 있다.

공모전의 분야는 다양하다. 배우가 다음 출연작을 고르듯 여러 분야 중 촉이 좋은 분야를 선택하면 된다. 출연만 하면 출연료가 주어지진 않지만 잘하면 꽤 두둑한 상금을 받을 수 있다. 짧게는 브랜드 네임 하나만 작성해도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상금을 낚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확률없는 복권보다 훨씬 당첨 확률이 높다.

브랜드 네이밍은 두 글자 이상의 조합으로 아이디어 제안이나 논문 작성보다 난이도가 낮고 노력도도 낮다.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수확을 할 수 있는 분야로 많은 직장인들의 타임킬러가 되기도 한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에 경쟁도 치열하다. 때문에 공모전 공고가 나면 시간을 다퉈 접수 순위를 선점하려고 한다. 아무래도 선두로 작품을 내면 심사위원들에게 심상을 많이 남길 수 있고 이를 기준으로 다른 작품을 심사하기 쉽기 때문이다.

브랜드 네이밍은 주최사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하여 어감과 의미가 좋은 작품이 선정되지만 노력보다는 운의 작용이 더 크다. 또한 같은 이름이면 선순위로 당락이 결정되니 전적으로 몰입하기 보다는 워밍업 차원으로 도전하는 것이 좋다. 실력으로 승부할 것은 기획 아이디어 제안이다. 아이디어는 다른 무엇보다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고 이를 전개하는 기술이 승부를 좌우한다. 운보다는 실력이고 투자한 만큼 승률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 빠르게 생각의 전환이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아이디어 분야보다는 글쓰기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수기, 감상문, 수필, 시,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를 도전할 수 있다. 실제 체험한 것부터 생각이나 감성의 표현까지 짧게 또는 길게 글을 쓸 수 있다. 직접 경험한 것이나 내 생각의 표현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설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고 나의 실력을 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시작은 내가 쉽게 할 수 있는 것부터, 부담 없이 잘 할 수 있는 것부터의 시작이다. 중요한 것은 즐기는 것이다. 나의 생각이 없으면 공모전에서 우수한 성적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일적으로 도전을 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주최가 되고 싶은 것을 할 때 능률도 좋고 부담도 줄어든다.

만족감과 행복
강제하는 것이 아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은 업무적으로 하는 일과 다르다. 스트레스와 중압감이 없는 즐거움이다. 수상 여부를 떠나서 즐거워서 하는 일이고 이를 구체화하면서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고 또한 발표날짜를 기다리는 스릴도 만날 수 있다. 공모전은 일상에서 지친 내가 쉬는 곳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컨셉을 잡고 나의 지나온 날들이 바탕이 되어 세상에 없던 작품들이 만들어 진다. 때로 내가 이런 재주도 있었나 싶을 만큼 나에 대한 새로움을 발견한다. 일상의 발견이자 스스로의 삶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된다. 또한 제3자가 나를 바라보는 시각을 만날 수 있다.

공모전을 통한 무수한 경쟁자들과의 경주가 삶에 새로운 시계를 달아준다. 작품 수가 많아지는 만큼 새로운 만남도 많아지고 피곤에 쩔어 있는 일상에 엔돌핀이 돈다. 과제로 만난 새로운 세계는 나의 생각을 새롭게 한다. 기존의 편견이 깨지고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꿔댄다. 한정된 시간에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나의 능력과 가능성이 귀해진다.
기분 좋은 가속도는 불면의 밤을 사라지게 하고 상큼한 아침의 향기도 찾아준다. 그렇게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일상에 새로움을 충전하고 남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음에 은근한 뿌듯함을 더한다. 중요한 것은 나의 열정을 본 것이다. 내가 일상의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열정을 쏟아낼 세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만족감과 행복을 만났다는 것이다.

남보기 괜찮은 직장이 있으면 행복할까? 물론 취업을 걱정하는 구직자의 입장에서 보면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활동이다. 때문에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없다. 반복되는 생활의 패턴이 되고 더 좋은 위치를 차지하려는 경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간은 없어지고 주변을 바라보는 여유도 사라진다. 직장 밖에 일은 모두 피곤한 일이 되어버리니 직장 이외의 장소에서는 아예 모든 일이 무관심해 지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이 반복되면 생기를 잃은 얼굴이 되고 삶의 낙이 없어진다. 그래서 휴일만 되면 도심을 탈출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렇게 도심을 탈출해도 어김없이 월요일 아침이면 일상으로 돌아온다. 물론 잠시 일상을 탈출했던 해방감은 작은 즐거움이 되지만 그도 곧 반복되고 무덤덤해진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일을 무궁무진하게 펼쳐낼 수 있는 공모전은 다르다. 나를 기반으로 나의 생각, 경험이 지속적인 진화를 하게 된다. 내가 또는 주최사의 과제는 나의 역량을 최대로 동원하게 만들고 새로운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다. 그것이 상을 받는 것은 제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다. 나의 아이디어가 기업이나 사회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또는 정책으로 펼쳐져 사람들을 이롭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즐거움이자 만족감은 물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도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것으로 내가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며 우리 사회를 위해 한 힘이 될 수 있을까?

그럼 다른 길을 터라!
그런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제안한 아이디어가 수상권의 문을 통과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에이, 난 역시 안돼!”하고 공모전을 떠날까? 아니면 다시 도전할 것인가? 대체로 공모전에서 상위권의 수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포기 하지 않는다. 한번 해 봤기 때문에 또 다른 가능성을 알고 있고 어떠한 요소들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심사의원들의 눈에는 들지 못했지만 분명 나의 아이디어가 좋았다면 그대로 포기할 것이 아니다.

한해에도 수많은 공모전이 열린다. 분야가 다양하지만 비슷한 분야의 공모전들도 많다. 나의 경우는 내 아이디어에 자신이 있다면 그 아이디어를 그대로 사장시키지 않는다. 유사한 공모전에 관련 서류만 달리해서 다시 제출한다.

“아니 뭣 하러 떨어진 걸 다시 내나? 그래봐야 또 떨어질 건데?” 보통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 아이디어에 확신이 있고 이보다 좋은 안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확고했기에 다른 주최사에 제출했다. 어떻게 됐을까?

첫 번째 공모전에서 꼴찌에도 못 오른 제안서가 당당히 1위에 선정되었다. 1등의 상금은 700만원 이었다. 솔직히 다시 제출하면서 1등 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순위권에는 반드시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심산이었는데 주최사에서 걸려온 전화에는 나도 놀랐다.

어느 정도 공모전 구력이 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는 물론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만나는 기회가 자주 있다 보니 작품을 보는 순간 수준이 보인다. 제안배경과 전개가 좋고 무엇보다 도출된 아이디어가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뚝심 있게 자신의 제안을 밀어야 한다. 스스로가 자신 없는 제안은 심사위원들에게도 그다지 매력이 없다. 그동안 떨어졌다고 낙심하여 작품을 그대로 버렸다면 다시 볼 일이다. 보물이 잠자고 있을지 모른다.

김용훈 Laurel5674@naver.com 국민정치경제포럼의 원장이자 온 오프라인 신문과 웹에서 정치경제평론가로 활동중이다. 몇 년 동안 크고 작은 공모전에서 140여회의 수상을 하며 금융, 전자, 바이오, 정책, 광학, 시,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모전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그 동안의 공모전 경험으로 공모전에 관한 분석과 동향, 수상비법으로 다양한 독자들에게 흥미와 다른 경험의 기회를 알려주고 싶어한다. ‘청춘사랑마흔에만나다’, ‘마음시’, ‘국민감정서1, 2’ 등 20여권의 시와 에세이, 자기계발도서를 집필하며 글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이 칼럼은 Nextdaily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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