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곤 감독의 ‘두 번째 겨울(Second Winter)’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중 ‘비전’ 섹션에서 상영되는 월드 프리미어 장편 영화이다. 영화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결혼 2년 차의 20대 부부가 겪는 아픔과 슬픔, 일상이 주는 무력감과 좌절감을 현실감 있게 담고 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둔 남편 현호(이광현 분)는 배우가 되기를 꿈꾸며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아내 정희(박가영 분)는 취업을 하려고 해도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 평범함 슬픔에 대한 공감, 일상이 주는 무력감과 좌절감

‘두 번째 겨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두 번째 겨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두 번째 겨울’에서 두 번째 겨울은 결혼 2년 차의 현호와 정희에게 일상적인 현실이다. 제목이 내포할 수 있는 낭만적인 판타지는, 그들이 살아가기 쉽지 않은 냉혹한 현실 속에서는 춥고 힘든 겨울로 바뀌어 버린다. 8평 남짓한 원룸은 보일러가 고장나기 일쑤이고, 다가오는 계약만료일에 맞추어 다른 집을 알아보아야 한다.

영화는 인터뷰로 시작한다. 연기를 했을 때 느꼈던 살아있는 생명력을 어필하며 배우의 꿈에 다가가려고 노력하지만, 영화 배우 캐스팅 오디션 현장에서 질문의 주된 내용이 지원자의 결혼 문제이다.

‘두 번째 겨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두 번째 겨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연기로 자신을 테스트 받고 싶은, 배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주는 아픔임에 분명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해주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오디션을 시행해야 하는 제작진의 아픔 또한 담고 있다는 것은, 평범한 슬픔이 일상에 얼마나 무력감과 좌절감을 주는지 알려주고 있다.

◇ 진짜 일상 생활을 하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이광현과 박가영

현호 역의 이강현과 정희 역의 박가영은, 꿈은 있지만 무력한 젊은 부부가 실제 일상 생활을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한다는 것이 눈에 띈다. 슬픔을 표현하기 위하여 과도하게 감정을 사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슬픔 속에 들어가지 않은 채 연기를 하지도 않는다.

조근조근하게 말하는 그들은 자신감 없는 젊은 청춘의 모습을 정말 사실처럼 보여주고 있다. 슬픔이 일상이 되었을 때의 막막함, 꿈을 꾸고는 있지만 큰소리치며 자신감을 표출하기에는 너무 주눅들어 있는 청춘의 모습을 이강현과 박가영은 잘 표현하고 있다. 스크린 속이 아닌 바로 옆에 있다면, 위로를 해주거나 충고를 해주고 싶을 정도로 그들의 모습은 현실적으로 보인다.

‘두 번째 겨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두 번째 겨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대화를 많이 하지만 서로 조심하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참 착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살기가 힘들어지면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일이 늘어날 수 있고, 그런 행동들에 대하여 자신도 힘들기 때문에 당연히 용서받을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두 번째 겨울’에서 서로 조심하며 배려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은 무척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인터뷰를 하듯 스크린에 나뉘어져 나오는 영상에서, 이강현과 박가영은 심리 묘사를 통해 마음 속에 있는 내재된 슬픔을 표현한다. 이런 심리 표현은 조용한 톤의 대화와 대비되며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두 번째 겨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두 번째 겨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남들처럼 평범하고 부유하게 사는 것이 부러운 그들이 꿈꾸는 배우의 삶은 현실과는 괴리감이 크다. 하고 싶은 것을 하려는데 자신감이 없고 두려운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시작하기도 전에 진 느낌은,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다가오는 시대적 아픔이다.

‘두 번째 겨울’ 속 부부의 고통이 영화를 통해서 만나는 타인의 고통이라고 느끼는 사람보다, 내 이야기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는 시대적 아픔을, 시대적 정신을 반영하는 산물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 자극적인 감동보다, 진실한 공감을 통하여 힐링을 전달한다

‘두 번째 겨울’은 입체적이고 극적인 이야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자극적인 감동이나, 극적인 반전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갈등의 강도를 지속적으로 높히거나 새로운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추지도 않는다. 일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뿐이다.

그러나, 비슷한 처지의 청춘들에게는 남모를 눈물을 흐르게 만들 수도 있는 작품이다. 평범한 슬픔에 대한 공감은 진실성을 통하여 관객들에게 힐링으로 다가갈 수 있다.

‘두 번째 겨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두 번째 겨울’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에서 가난한 부부의 현실은 꿈을 이루기도 힘들게 만들고, 신분상승의 희망도 주지 않으며, 평균적인 평범한 삶조차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끼도록 만든다. 실제로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티는 무명 배우들과 배우 지망생들은 많다.

‘두 번째 겨울’은 전혀 가능성이 없어보이지는 않으면서도 남들보다 뛰어난 강력한 재능까지는 보이지 않는, 꿈은 크지만 재능은 상대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배우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이 딱 이런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그 모든 사람들이 두 번째 겨울을 잘 버티고, 다가오는 봄에는 꼭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 되기를 바란다.

천상욱 문화예술전문기자 (twister@nextdaily.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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