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먹던 김치가
그만 물에 빠지고 말았다
어쩔 줄 몰라 물가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데

갑자기 나타난 산신령이
공장에서 만든 김치를 들고
이것이 네 김치냐 했다
산신령님 그 김치가 아닙니다
그 김치에는 그것이 없습니다

들어갔다 다시 나온 산신령이
이웃이 만든 김치를 들고
그럼 이건 어떤고 했다
산신령님 그 김치도 아니옵니다
그 김치에도 그것이 없사옵니다
난처한 표정의 산신령이 말했다
네가 찾는 그것이 대체 무엇이냐?

제가 찾는 그것은 더 이상 이 세상에서는
다시 가질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정성어린
어머니의 손맛이옵니다
어머니의 손맛 말입니다

작가의 말
조금 있으면 김장철이 다가온다. 1인 가구가 많은 시대라 김치를 사 먹는 세대가 꽤 늘었지만 아직도 직접 담가 먹는 집이 많다. 늦가을이나 초겨울이면 각 가정에서 김장을 담그는데, 이 김장 담그는 날에는 이웃사촌이나 친척들이 모여들어 함께 담근다. 이 날은 작은 잔칫날이다. 힘이 들긴 하지만 여럿이 둘러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일하다 보면 어느새 김치통에 김치들이 척척 들어간다. 김치를 다 담그고 나면 막 담은 김치를 손으로 쭉쭉 찢어 밥 위에 얹어 먹는데, 밥 한 공기는 뚝딱이다.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음식 중에서도 김치의 효능은 정말 탁월하다. 김치의 원료들은 채소, 마늘, 고춧가루, 생강, 젓갈 등인데, 이들은 우리 신체 내에서 대장암 예방, 위암 예방, 소화 작용과 혈액순환 보조, 단백질 보충 등의 활약을 한다. 개별 능력도 탁월하지만 이들 재료가 함께 어우러져 숙성이 되면 젖산균(유산균)이 생성되는데 이것이 체내에서 유해균 번식을 억제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그러니 질 좋고 숙성이 잘 된 김치만 잘 섭취해도 건강을 유지하는데 큰 효과가 있게 된다.

이처럼 입맛과 건강을 모두 충족하는 김치를 잘 먹으면 좋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불량김치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나면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 김치에는 젓가락이 잘 가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고춧가루를 사용하는지, 젓갈은 혹시 상하지는 않았는지 등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김치찌개를 먹을 때도 그렇다. 그러다가도 기억이 흐릿해지면 용감하게 잘 먹는다. 그러다 또 뉴스를 접하면 식당의 김치는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된다. 불량김치가 ‘해썹’ 인증까지 받아서 학교 급식에 올라갔다거나 비위생적인 식재료를 유통시킨 업체가 적발됐다거나 하는 등의 뉴스는 더 이상 안 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장은 정성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다. 배추 등의 채소를 구입하고, 소금에 절이고, 갖은 재료를 섞은 양념을 만들고, 절인 배추 속에 양념을 바르는 등의 과정에 상당한 자금과 에너지가 투입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가정에서 김장을 담그는 것은 김치가 겨울 뿐만 아니라 사계절 우리와 함께 하는 음식이기 때문에 그렇다. 매일 먹는 음식이니 정성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은 엄마표 김치를 더 이상 먹지 못하고 있다. 주변에서 얻어먹거나 기업에서 만든 김치를 구입해서 먹는데, 기업에서 만든 김치는 아직 엄마표 김치의 정성을 따라가지는 못 하는 것 같다. 반갑게도 아내가 김장 담그는 것에 대해 마음을 연 것 같다. 어깨 너머로 배운 김장 다그는 법을 활용하여 함께 만들어야겠다. 아이들에게 김장철의 추억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최성원 기자 ipsi1004@nextdaily.co.kr 시인이자 칼럼니스트. 시집으로 「천국에도 기지국이 있다면」이 있다. 현재 최성원입시전략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오랫동안 국어 강사를 하며 ‘하얀국어’라는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한 칼럼, 인기 브랜드에 숨겨진 이야기를 소재로 한 기사, 우리 사회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두루 조명하는 ‘최성원의 초이스 인터뷰’ 등을 차례로 연재할 예정이다. 걷기와 운동, 독서와 집필, 사람 만나는 것, 그리고 야구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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