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달리기
필자는 서울 토박이다. 한강을 자주 접하면서 자랐는데, 옛날에는 뚝섬 등 한강에서 강수욕을 즐기기도 했다. 한강변을 한강 시민공원으로 정비를 하면서 강수욕장은 모두 사라지고 대신 잠실, 뚝섬, 여의도 등에 한강 시민공원과 수영장이 생겨났다.

한강 시민공원은 자전거 도로와 연결되어 있다. 한강 자전거도로로 들어가고 나올 수 있는 나들목과 경사도로, 그리고 승강기 등 포함하여 모두 226개가 된다고 한다. 이러한 연결 도로를 이용하면 서울시내를 자전거 도로를 통하여 편리하게 이동할수 있다. 자전거로 편리하게 출퇴근이 가능한 것도 발달된 진출입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것이다. 또한, 한강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여 산책과 운동을 하기 매우 편리하다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 잠원지역 자전거도로(위) 차도, 자전거도로, 인도가 분리된 잠수교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 잠원지역 자전거도로(위) 차도, 자전거도로, 인도가 분리된 잠수교

서울 한강의 자전거 도로의 총 길이는 70km인데, 보행로와 자전거 도로를 둔턱, 조경물 등으로 안전하게 완전 분리되어있는 구간은 32.2km 로 전체 길이의 46% 뿐이고, 절반이 넘는 나머지 37.8km의 구간은 구분이 없거나 별도의 차단 장치 없이 도색한 차선으로만 구분되어있다. 이로인하여 자전거도로에서는 크고 작은 접촉 사고가 거의 매일 일어나고 있다.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분리되어있지 않은 자전거 도로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분리되어있지 않은 자전거 도로

필자가 평소에 달리는 대부분의 도로는 한강 자전거 도로이다. 마라톤 풀코스 42.195km를 편안하게 달리기 위해서는 최소 4-6주 정도의 몸 만들기가 필요하다. 몸만들기 마지막 과정으로 대회 참가 2~3주 전에는 LSD(Long Slow Distance)라는 훈련을 2~3차례 한다. LSD는 말 그대로 오랫동안 천천히 달리기 연습이다. 속도 위주가 아닌 2~3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천천히 달리는 연습이다. LSD 훈련은 풀코스를 달릴때 필요한 지구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 LSD 연습을 할때 중랑천의 응봉역 나들목에서 시작해서 여의도까지 달려간 후 돌아오는 코스를 선호하는데, 이때 역시 달리는 모든 도로는'자전거도로'이다.

필자가 풀코스를 연습할 때 달리는 한강 자전거 도로. 약 30km가 넘는다.
필자가 풀코스를 연습할 때 달리는 한강 자전거 도로. 약 30km가 넘는다.

그런데, 과연 한강변의 이 도로를 '자전거 도로'라는 것이 적절한 표현일까라는 생각을 달리면 달릴수록 하게된다.

한강시민공원의 한계
한강시민공원에 자전거도로, 마라톤도로, 보행자 도로 등으로 안전하게 분리되어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서울시에 건의하는 사람도 한두명은 아니었을것이다. 확인해보니, 한강 시민 공원은 '공원'이란 명칭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공원관리 법이 아닌 '하천법'의 적용을 받는다.

한강시민공원은 1980년대 개발 당시에 한강의 물흐름을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도로, 주차장, 체육시설 등을 설치했다. 이때, 공원의 기능보다는 치수관리 기능이 우선되는 하천이기 때문에 하천법상 개발에 여러가지 제약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강을 달리다보면 구명환 등 여러 설치물을 볼수 있다.

눈여겨 보면 이러한 구명환도 많이 설치 되어있다.
눈여겨 보면 이러한 구명환도 많이 설치 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강 시민공원에 설치되어있는 보행자 도로, 자전거 도로 외에 추가적인 도로를 설치하는것은 지형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자연 환경을 훼손하게 될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한 문제를 최소화 하면서 계속 개선은 되고 있다.

자전거도로는 필자가 달리기 시작한 10년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정말 많이 개선 되었다. 2006년의 자전거 도로는 사고를 유발할수 있는 급 커브 구간도 많았고 도로 주변에 웅덩이도 많았는데, 지금은 깔끔하게 정비되었다. 몇개 없던 공중 화장실도 많이 늘어나고, 휴지와 세면대도 구비 되어있어서 달릴때 간간히 유용하게 사용한다.

공사중인 나들목 현장 2005년-응봉 나들목
공사중인 나들목 현장 2005년-응봉 나들목

재미있는것은 10년전 거리 표지판은 성산대교를 기점으로 하여 표시를 하였는데, 지금은 난지를 기점으로 표시한다. 그리고, 표지판의 형식도 바뀌었다. 관리 및 유지 보수를 하기에는 지금 방식이 더 편할지 모르지만, 눈에 잘 띄지 않아서 필자에게는 옛날 표지판보다 불편하다.

10년전 거리 표지판(위)과 지금의 거리 표지판(아래)
10년전 거리 표지판(위)과 지금의 거리 표지판(아래)

자전거 도로의 사용 권리
한강 자전거 도로는 자전거만을 위하여 만들어진 도로는 아니다. 사람마다 개인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선호하는 운동도 다르다. 자전거 외에 인라인을 타는 분들도 있고, 스케이트 보드, 킥보드 등 운동 기구와, 세그웨이나 나인봇 처럼 전기동력을 이용한 탈것을 즐기는 분들도 있다. 최근 들어서는 훨씬 더 다양한 종류의 운동기구와 탈 것이 나오고 있고, 한강 시민 공원 자전거 도로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운동기구를 쉽게 만날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자전거를 타는 라이더들은 자전거도로에서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자전거를 타는데 방해가 된다고 불만을 표시하지만 세그웨이나 나인봇 같은 전동 탈것의 경우에는 그다지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 같은 탈것이라고 생각을 해서인지, 아니면 자전거를 타는데 방해가 안되는 빠른 속도 때문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러나, 법적인 면에서는 다르다. 서울시는 한강공원에 세그웨이나 나인봇 같은 동력기구를 타고 다니는것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오토바이가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조례 제17조 제1항 10호에는 "바퀴가 있는 동력장치를 이용하여 차도 외의 장소에 출입하는 행위"를 금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그웨이나 나인봇 같은 전동 기구는 오토바이와 같은것으로 분류되며 한강 시민 공원 내의 차도 외의 장소에서 탑승할 경우 단속 및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전동휠/전동 킥보드의 출입을 금하고 있으며, 위반시 과태료가 무려 5만원이나 한다.

여의도 공원의 출입 제한 플랭카드(위)와 여의도 한강 공원 진출입로에 세워져있는 경고문(아래
여의도 공원의 출입 제한 플랭카드(위)와 여의도 한강 공원 진출입로에 세워져있는 경고문(아래

반대로, 자전거도로에서 두발로 달리는 것은 물론 걷는 것은 위법행위가 아니다. 법적으로 한강 공원내 자전거 도로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아닌 자전거, 보행자 겸용 도로로 지정되어있다. 인도와 별도로 분리되어 있는 자전거 도로에도 보행자는 다닐 수 있다. 한강 자전거도로는 보행자와 달리는 사람, 그리고 자전거를 비롯한 여러 운동기구를 이용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도로이다.

출처 : 서울시 홈페이지 민원 내용
출처 : 서울시 홈페이지 민원 내용

서울시에서 밝힌것과 같이 자전거 도로는 다양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수 있는 도로이다. 자전거 외에 다른 운동기구를 타는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것이다.

운동기구의 속도
필자는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서 자출을 했었고,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에 인라인 스케이트에 취미가 있었다. 자전거나 인라인 스케이트 등의 운동기구의 경우, 타는 사람들의 체력에 따라서 10~40km의 속도를 낼수 있다. 장비만 받춰주고 등바람, 내리막 등에서는 그 이상의 속도도 낼 수 있다.

이와 비교하면 달리기의 경우 가장 느린 편에 속한다. 프로 선수들의 경우 19~20km 정도의 속도지만,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경우 일반적으로 9~14km 정도의 속도로 달린다고 보면 된다. 한강 자전거 도로의 제한 속도는 20km 이다. 제한 속도만 지킨다면, 자전거 도로에서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자전거와 마라톤의 속도차이가 10km 정도이기 때문이다.

한강 자전거 도로의 제한 속도는 20km 이다
한강 자전거 도로의 제한 속도는 20km 이다

그런데,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 이 속도를 지키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적게는 몇명, 많게는 십여 명이 줄지어 달리는 사람들은 제한속도의 두 배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속도로 달린다면 마라톤을 하는 사람과 20~30km의 속도 차이가 나게되고, 분명히 자전거 도로에서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불편한 존재가 된다.

자전거 도로에서의 매너
사실 필자도 자전거를 탈때 직선 구간과 내리막구간에서는 제한 속도를 훌쩍 넘겨서 달리곤했다.

미사리 가는 길에 자전거를 타는 필자
미사리 가는 길에 자전거를 타는 필자

제한 속도 20km보다 빨리 달리는것은 분명한 위법이며, 과속으로 인해 크고 작은 인명사고가 발생하기도한다. 자전거를 탈때 제한 속도 이상으로 과속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원하게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느낌을 필자도 모르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자전거도로이고 안전을 위하여 제한 속도가 분명히 있으니 그런 부분은 좀 지켜야 할것 같다.

필자의 경우 마라톤만 즐기는것이 아니다. 자전거로 출퇴근도 하고 주말에는 자전거로 친구들과 장거리를 달리기도 한다. 그래서, 마라톤을 하는 사람과 자전거 라이더의 입장을 모두 알고 있다. 필자는 자전거를 탈때 보행자나 마라톤을 하는 분들이 있으면 과속하지 않고 배려한다. 마찬가지로 마라톤을 할때는 자전거에 방해되지 않게 우측으로 붙어서 달린다.

야간 주행시에는 자전거는 전조등과 후미 등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가끔 스텔즈라 불리는 어떠한 조명장치도 설치하지 않은 자전거를 종종 만나게 되는데, 충돌의 위험이 크다. 마라톤을 하는 경우에도 야광 반사 인쇄가 된 옷이나 신발, 또는 LED 팔찌, 발찌 등을 착용하면 충돌로 부터 많이 보호될수 있다.

그리고, 또하나 지켰으면 하는 자전거도로 매너가 있다. 요즘 쇼핑몰에서 보면 자전거 핸들이나 바디에 장착할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많이 팔고 있다. 달리는 분들중에는 허리춤에 착용하고 달리는 분들도 있다. 크기도 다양하고 모양도 다양하지만 출력이 예전과 다르게 좋아졌다.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커다랗게 틀어 놓고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공중 에티켓을 떠올리게 된다. 본인은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달려서 좋겠지만, 공원에서 쉬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한 공해이다. 정 음악을 듣고 싶다면 이어폰을 사용하면 좋겠다.

인도 보다 안전한 자전거 도로
그렇다면 왜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인도가 아닌 자전거도로로 달리는 것일까?

한강에서 달릴 때 인도에 걷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면 인도로 달린다. 그런데, 한강변을 달리다 보면 인도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따라서, 인도로만 달릴수는 없고, 별수 없이 자전거도로와 인도를 번갈아 달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인도에서 달리는 것은 위험하다. 자전거 도로가 인도에 비하여 달리는데 훨씬 안전하게 달릴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로 달릴 경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인도로 달리다 보면 가족, 연인 분들이 나란히 걸으면서 길을 완전히 막고 걷는 경우가 자주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오고 가는 사람들로 인하여 완전히 길이 막히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별수 없이 자전거 도로로 나가서 달린후 다시 인도로 들어가야한다.

인도에서는 보행자들의 행동을 예측이 어렵다. 옆으로 지나가는데 갑자기 방향을 트는 경우도 있고, 팔을 좌우로 벌려서 스트레칭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피할수 없어서 충돌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듣는 말이 "빨리 달리려면 자전거 도로로 달려야지, 왜 인도로 달려?" 이다.

인도로 달리면 정속 주행이 힘들다. 마라톤은 42.195km를 달리는데, 숙련 될수록 처음부터 끝까지 페이스가 유지된다. 처음 1km 부터 마지막 1km까지 동일한 페이스로 달리는것이 기록이 가장 좋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도로 달리다보면, 막혀있으면 천천히 달리고, 추월을 할때는 빠르게 달려야한다. 경우에 따라서 좌우로 지그재그로 달려야하고, 오고 가는 사람 틈새로 달려야한다. 한마디로 제대로된 달리기 연습이 불가능하다.

이와 달리 자전거 도로로 달릴때는 훨씬 편안하게 달릴수 있다. 인도에 비하여 자전거 도로는 폭이 넓으며 도로 우측으로 붙어서 달리면 자전거에 불편을 주지 않고 정속 주행을 할수 있다. 그리고, 마라톤도 자전거나 인라인과 마찬가지로 '운동'을 하는 것이다. 운동을 한다면 당연히 운동 도로인 '자전거 도로'로 달려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그래서, 이 도로 이름을 '운동 도로' 또는 '마라톤/자전거 도로' 라고 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함께 사는 세상
필자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할때 가장 불만스러웠던것은 일반 자동차들의 횡포였다. 자전거는 도로법상 차로 분류가 되어있다. 따라서 인도가 아닌 차도로 달려야 한다. 그런데, 차도로 달리다 보면 자동차 운전자의 욕설과 크락숀 소리를 종종 듣게 된다. 일부 도로에 설치 되어 있는 자전거 도로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도 쉽게 만날수 있다.

자전거 라이더의 불만은 이러한 차량의 횡포이다. 일반 도로를 자전거가 달리는것은 분명 자전거 라이더의 권리인데 자동차 운전자들은 자동차 도로가 자전거는 달릴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달릴수 있는것을 알고 있는 경우에도, 자전거가 자동차에 비해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자동차 운전자들에게는 불편하고, 답답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강 자전거 도로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아니다. 두발로 달리는 사람이 자전거에 비하여 늦게 달리고, 라이딩을 하는데 불편하더라도 함께 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이해해주면 어떨까? 마라톤을 하는 사람도 자전거를 배려해서 가능한한 인도로 달리고, 자전거도로로 달릴때는 우측으로 붙어서 달리면 어떨까? 이렇게 서로 조금 양보하고 배려해주면 좋을 것 같다.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20년 넘게 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글로 남기는 것을 좋아해 꾸준히 하고 있다. 10년전 마라톤을 시작하여 국내 최대 마라톤 동호회 마라톤114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