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과 장비
어떤 운동이든 그 운동을 하려면 필요한 필수 장비와 복장이 있다. 자전거, 등산화, 인라인 장비 등이 그런것이다. 그런면에서 본다면, 마라톤은 아무런 장비가 없어도 시작할수 있는 유일한 운동같다. 마라톤에 가장 필수적인 장비는 마라톤 신발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어떤 신발이든지 달릴수 있다. 외국에는 구두나 하이힐 마라톤 대회도 있다. 사실 마라톤 신발 이라는 것은 마라톤을 하기에 최적화한 것이다. 신발은 마라톤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장비이기 때문에, 신발 깔창(Shoe insole)과 함께 따로 한번 언급할 예정이다.

필자가 활동하는 마라톤114의 회원중에는 닉네임이 "맨발"인 분이 있다. 이분은 마라톤 신발 없이 맨발로 달린다. 그 분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 맨발로 달리면 발바닥이 건조해져서 예민하지만, 좀 뛰다보면 발바닥이 약간 부풀러 오르면서 달리기 좋은 상태가 된다고 한다. 충격도 무릎을 구부리면서 충격을 완화하기 때문에 달리는 자세만 조금 교정하면 맨발로도 달릴수 있다고 한다.

맨발 김진태씨. 2016 동아마라톤을 맨발로 3:26:06 완주했다
맨발 김진태씨. 2016 동아마라톤을 맨발로 3:26:06 완주했다

그렇다고, 맨발로 달리는 것을 쉽게 생각하지 말자. 일반적으로 맨발로 장거리를 달리는 것은 쉽지 않다. 오랜 기간동안 천천히 거리를 늘려가면서 굳은살도 만들고, 충격을 완화하는 주법도 익혀야한다.

마라톤을 위해 야단스럽게 특별한 장비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몸과 취향에 맞는 장비를 갖추면 마라톤이 더 즐거워진다. 마라톤을 달릴 때 필수적인 기본적인 복장은 팬티, 바지, 티셔츠, 양말 정도라고 보면 된다.
필수 장비는 아니지만, 여름에는 햇빛을 가려주는 모자나 선그라스도 필요하고, 겨울의 경우 모자, 귀마개, 장갑 등 보온장비가 필요하다. 장시간 혼자 달리면서 심심하지 않기 위해서 핸드폰이나 운동용 MP3를 가지고 달리는 경우가 있다. 물론, 핸드폰의 경우 GPS 기능을 이용하여 거리를 측정하기도 한다.

양말은 발가락 양말로
양말의 경우 등산용 양말처럼 두껍고 무릎을 덮는 양말보다는 얇고 짧은 스포츠 양말이 좋다. 그런데, 마라톤을 하면서 필수적으로 오는 신체 손상 중 하나가 발톱이 죽는것이다. 필자 역시 풀코스를 10여번 달리면서 발톱이 여러번 죽었고, 결국 발톱이 빠졌다. 이것은 신발이 발에 안맞아서 발생하기도 하지만, 정상적인 크기의 신발을 신더라도 발톱이 죽는 경우가 있다.

장시간 달리면서 발가락끼리 맞닿고, 압박을 받아서 인것 같은데, 발가락 양말을 신으면 훨씬 그럴 확율이 줄어든다. 발가락 양발의 경우 좌우가 구분된 스포츠용 발가락 양말을 추천한다. 일반적인 스포츠 양말과 가격이 2~3배 정도 되는데, 그만큼 값어치는 한다. 필자의 경우 평소 훈련 때는 일반 스포츠 양말을 신고, 30km가 넘어가는 장거리 훈련과 대회에 나갈 때에 주로 발가락 양말을 착용하는데, 확실히 편안하다.

면소재보다는 기능성 소재를 입자
마라톤 상의 하의의 경우 면 소재가 아닌 Polyester 소재가 좋다. 지인중에는 마라톤 할 때 입으라고 면소재 옷을 선물로 주는 경우가 있는데, 면소재의 옷을 입고 달리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 면소재는 땀 흡수를 잘하지만 휘발성에 매우 약하다. 따라서 흘린 땀을 고스란이 옷이 품고 있게 된다. 달릴 때 흘린 땀은 바로 바로 증발해야 체온도 낮출 수 있고, 옷에 무게를 줄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Polyester 소재의 가벼운 속건성(Queckdry) 소재가 좋다. 요즘은 속건성 기능에 자외선 차단(UV Protection)기능까지 포함된 제품도 나왔다. 이러한 소재의 의류는 한낮에 달릴 때도 도움이 된다. 땀을 많이 흘리는 특성을 고려해서 악취를 잡아주는 항균기능도 있다.

여기에 야간 러닝을 위한 야광소재로 무늬가 인쇄가 되어 있다면 좋다. 요즘 같이 더운 날에는 새벽에 달리는 경우도 있는데, 주로 자전거 도로를 달리기 때문에 충돌의 위험이 있다. 이때 야광 소재로 인쇄된 옷을 입으면 빛 반사가 잘되어서 안전하다.

상의는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상의의 경우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마라톤은 혹서기를 빼면 대부분 달릴수 있다. 영하 10도 이하에서도 충분히 달릴 수 있는데, 이것은 장비의 도움도 있지만, 마라톤이란 운동이 몸에 열이 많이 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상의는 간단히 말하면 팔길이에 따라서 긴팔, 반팔, 민소매, 싱글렛으로 구분된다. 겨울에는 여기에 바람막이(윈드브레이크)와 방풍 장갑과 귀마개가 추가된다.

겨울용 긴팔과 일반적으로 많이 입는 반팔
겨울용 긴팔과 일반적으로 많이 입는 반팔

필자가 선호하는 민소매와 싱글렛
필자가 선호하는 민소매와 싱글렛

긴 팔의 경우 주로 겨울에 많이 입는다. 봄/가을에는 반팔, 여름에는 민소매나 싱글렛을 입고 달리면 편하다. 앞서 말했듯이 마라톤을 하면 몸에서 열이 많이 나는데, 가능한 체온을 많이 올리지 않아야 오래 달릴수 있기 때문에 신체를 많이 노출 시키는 옷을 입는것이 좋다. 달리다 보면 반팔과 민소매의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훨씬 덜 덥다.

하의는 계절과 취향에 따라
바지의 경우 취향에 따라 많이 갈린다. 우선 당연히 여름과 겨울에 입는 옷의 소재는 다르다. 상의와 유사한 소재를 사용하지만, 상체에 비해서 땀이 덜 나고, 겨울에는 추위를 막아 주는 기모소재의 긴바지가 있다.

봄 여름 가을에는 축구할 때 입는 반바지 형식과 타이즈 형식의 반바지가 있다. 그리고 가을/초겨울에 입기 좋은 7부 바지도 좋다. 필자는 타이즈 타입을 선호하는데, 착 달라붙는 느낌과 달릴 때 펄럭거리지 않는 것이 좋다. 장시간 달리다 보면 허벅지가 서로 쓸려서 고통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타이즈 타입의 경우 이러한 문제도 해결해준다.

일반 반바지 형식의 경우, 축구복과 마찬가지로 속에 팬츠를 대신할 수 있는 보호대가 함께 있는 제품도 있다. 이러한 제품의 경우 별도의 팬츠를 입지 않고 반바지만 입고 달릴 수 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지만 입다보면 의외로 편하다.

리우 올림픽에서 육상선수들의 복장을 보면 대부분이 싱글렛에 타이즈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마라톤 대회에서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복장이 싱글렛과 타이즈이다. 그런데, 남성의 경우 몸매가 완전히 드러나는 타이즈 타입의 옷을 불편해하는 분들도 많다.

팬츠형, 레깅스형, 그리고 7부 바지
팬츠형, 레깅스형, 그리고 7부 바지

재미있는 것은 마라톤 하의의 경우 주머니가 없다는 것이다. 하긴 주머니가 있어도 장시간 달릴 때 불편하기 때문에 주머니에 무언가를 넣고 달릴 생각은 없으며, 주머니 재봉으로 무게도 더 나가고, 더 더울 것 같다.

기타 계절에 필요한 장비들
마라톤을 할 때 소소한 보조 장비들이 있다. 계절별로 필요한 장비가 나뉘어진다.

장갑의 경우 여름과 겨울 모두 필요한데, 여름에는 흐르는 땀을 닦는 용도로 쓰므로, 꼭 필요하지는 않다. 필자의 경우 맨손으로 닦고 웃옷에 땀을 닦는다. 겨울에는 특히 장갑이 중요하다. 발은 계속 움직이고 바닥과 닿는 충격으로 달리는 중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데, 손의 경우 겨울에 달릴 때 추위를 많이 느끼며 바람으로 인하여 동상에 걸릴 수 있으므로 방풍 장갑은 필수이다. 마찬가지로 귀를 동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귀마개나 털모자도 겨울에 꼭 필요한 장비이다.

겨울용 방풍 장갑과 여름용 마라톤 장갑
겨울용 방풍 장갑과 여름용 마라톤 장갑

요즘 마라톤을 즐길때 스마트폰을 가지고 달리는 분들도 많은데, GPS 기능을 이용하여 자신이 달리는 거리, 페이스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달릴 때 손에 쥐고 달릴수는 없으므로, 암밴드나 밸트 쌕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필자의 경우도 GPS 기능을 이용하여 분석을 하기 위하여 암밴드를 구입해서 사용하였는데, 최근 핸드폰이 점점 커지면서 부담이 되어서, GPS 기능이 되는 스마트워치를 구입하여 달리는 것으로 바꾸었다.

사실 이러한 다양한 장비들은 달릴때 부가적일 뿐이다. 필자의 경우 마라톤 신발을 하나 사고 일년정도는 별도로 추가 장비를 구입하지 않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장비를 이용해서 달리기를 계속했다.

어떤 운동을 할 때, 필요한 장비를 한꺼번에 사는 것보다, 가지고 있는 장비를 사용하면서 불편할 때 하나 하나 장비를 늘려가는 것이 좋다. 늘어가는 실력, 줄어가는 체중에 장비를 하나 하나 늘려가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한상준 han.sangjoon@gmail.com 포토스탁 회사 이미지클릭 이사. 20년 넘게 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며, 관심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고, 글로 남기는 것을 좋아해 꾸준히 하고 있다. 10년전 마라톤을 시작하여 국내 최대 마라톤 동호회 마라톤114 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금은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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