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더불어 산다고 할 때에는 다른 이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해주는 것이 사람으로 사는 도리인 듯싶다. 때로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어보지 않은 이의 뜬구름 잡는 백 마디 위로보다 같은 처지에 처해봐서 그게 어떤지 아는 이가 그저 단 한 마디 말을 하며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나도 같은 처지에 처해봐서 알아, 나도 그런 경험을 해봐서 알아, 나도 고통스러워 봤고 나도 슬퍼 봐서 알아, 그런 경험치를 가진 이가 모두 다 이해한다는 눈(all-understanding eyes)으로 바라보며 손을 잡아준다면, 문득 삭막한 세상에 마음을 내려놓을 따뜻한 구석이 생긴 듯한 안도감도 생기기 때문이다. 같은 경험을 해보아서 안다고 누군가를 토닥거려 주고 싶을 때 영어로는 “I’ve been there.” 혹은 “I’ve been there, too.”라고 한다. 줄여서는 “Been there.” 직역을 하면 “나도 거기에 가 봤어”라는 뜻으로, 당신이 처해있는 그 상황에 나도 가봤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나도 같은 일을 겪어봐서 알아”라는 뜻으로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다.

이 표현은 1970년대 중반 미국 영어에 나타나기 시작해서, 이후 세월이 지나면서 구절들이 덧붙여졌다. “Been there, done that.” 버전은 1982년 처음 등장해서, ‘같은 처지에 처해보았고, 같은 일을 해보았지’라는 의미로 ‘겪어봐서 알아’라는 뜻으로 널리 통용되었다. 한 10년쯤 지나 1991년에 되자, 여기에 한 구절이 더 붙어서, “Been there, done that, got the T-shirt”로 발전했다. 이는 ‘I’ got the T-shirt’의 줄임말이 붙은 꼴로, ‘같은 곳에 가보았고, 같은 일을 해보았고, 심지어 기념 티셔츠까지 얻었지.’라는 의미로, 어떤 일을 겪어보고 그 결과 이러 이러한 보상을 받거나 대가를 치루었다는 의미로 까지 확대되었다.

예를 들면 이런 맥락에서 쓰인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 해외 모처의 유명한 순례 여행을 다녀와서 너무 너무 힘들었다, 여행길의 숙소들은 엉망이었다, 이렇게 말한다면, 듣고 있던 이 중 하나가 나도 그곳으로 도보 순례 여행을 가봐서 아는데 그 여행길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들은 더럽다 못해 빈대가 들끓지, 거기서 빈대에게 실컷 물어 뜯겨 봤거든, 그런 의미에서 사용한다. 단순히 그 여행길만 가봐서 잘 아는 게 아니라 ‘빈대에 물어 뜯겨보는’ 기념 티셔츠까지 받은 처지라는 의미로 보면 된다.

사실, 공감을 말하는 진지한 분위기에서는 “I’ve been there.”라 말하는 것에 좋고, “Been there, done that”과 “Been there, done that, got the T-shirt”는 ‘해봐서 어떤지 알아, 지겨울 정도야.’ 혹은 “뻔할 뻔자지”라는 뉘앙스로 많이 쓰인다.

동정 혹은 연민이라 번역되는 sympathy는 함께(syn-의 변형꼴 sym-) 느끼는 것(pathos)이지만, 네가 아프다니 내가 유감이다, 정도의 의미로 상대와 나 사이의 아득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을 표현이다. 반면 공감(empathy)은 상대가 느끼는 것(pathos)에 내가 같이 들어간다(in-의 변형꼴 em-)는 의미로, 네가 느끼는 것을 나도 느낀다는 뜻이 된다. “I’ve been there, too.”가 힘을 얻어 마음을 파고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멀든 가깝든 거리는 늘 존재한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도 힘들지만, 누군가 힘들어 할 때에는 “자, 내게 기대도 괜찮아”라며 다리를 하나 놓아 이어주는, 그러니까 bridging해주는 제스처를 취할 때, 그럴 때 비로소 왜 우리가 더불어 사는 지를 깨우치게 된다. 그렇게 사람됨이란 더불어 함께함의 동의어가 된다.

Joyce Park rowanee@naver.com 필자는 영어를 업으로 삼고 사람에게 가서 닿는 여러 언어 중 영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현재 인천대학교에서 교양 영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어 교재 저자이자 영어교수법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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