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형의 큼지막한 TV 화면 양끝이 오목하게 휜다. 조금 전까지 평평하던 화면이 곡면 TV의 화면과 똑같다. 잠시 뒤 휘었던 화면이 언제 그랬냐는 듯 평면으로 돌아간다. 화면이 휘고 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0초씩. 화면이 변하는 동안 화질의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UHD TV, 가변형(벤더블) TV 얘기다. 삼성전자는 8월 1일 화면을 평면이나 곡면으로 바꿀 수 있는 가변형 UHD TV의 예약 판매에 돌입했다. 정확한 모델명은 ‘UN78S9B’. 화면이 휘는 제품을 시중에 내놓은 것은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다.

가변형 UHD TV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4) 때 공개된 것은 봤지만 직접 살펴본 적은 없었기에 디지털프라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잠실점을 찾아 제품을 만나봤다. 삼성전자는 현재 위 매장 2곳에만 해당 제품을 전시하는 중이다.

▲ 롯데백화점에 전시된 벤더블 TV
▲ 롯데백화점에 전시된 벤더블 TV

실제로 접한 가변형 UHD TV의 작동 모습은 처음 설명한 얘기와 같다. 어디까지나 ‘전시 제품’이기 때문에 리모컨으로 조작한 것은 아니지만, 일정 간격으로 휘었다 폈다를 반복하고 있어 화면이 어떻게 휘고 펴지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해결할 수 있었다. 소감을 짧게 말하자면 꽤 신기했다. 화면이 구부러지려면 패널은 물론 금형, 속에 들어간 부품까지 유연하다는 얘기니까 말이다.

화면 굴곡은 패널 뒷면과 패널이 붙어있는 금속판을 잇는 부분이 담당한다. 금속 풀무처럼 생긴 이 부분이 앞으로 펼쳐지며 패널을 밀면 곡면이 되고 다시 줄어들며 잡아당기면 평면이 되는 구조다.

금속판 탓에 UN78S9B는 옆에서 봤을 때 다른 삼성전자 TV들보다 상대적으로 2배 이상 두껍다. 다행히 전체적인 생김새가 깔끔한 덕에 둔해 보일 정도는 아니다. 삼성전자의 85형 이상 프리미엄 제품에만 적용되는 타임리스 갤러리(Timeless Gallery) 디자인을 채용한 덕을 봤다.

화질이나 자세한 제품 제원에 관한 얘기는 건너뛰어야겠다.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으로는 아직 시판에 들어간 것은 아니기에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현재 나온 자료대로라면 4월 출시됐던 시리즈9의 78형 곡면 UHD TV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짐작될 뿐이다. 예상대로라면 UN78S9B의 제품 제원 또한 삼성전자 TV 라인업 중 최상급에 가깝다.

▲ 벤더블 UHD TV의 옆면 모습
▲ 벤더블 UHD TV의 옆면 모습

제품을 보다 보니 궁금증이 든다. 가변형 TV의 가치에 대한 의문이다. 커다란 TV 화면이 자유롭게 굴곡을 바꾸는 것은 분명 신기하긴 하다. 하지만 휜 화면을 다시 펼 수 있는 것이 좋다면 애초 왜 곡면 TV가 나왔는지 모호해지는 느낌이 든다. 삼성전자 스스로도 곡면 TV가 평면보다 몰입감이 좋다고 말하는데 말이다.

여기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답은 준비되어 있을 것 같다. 아마 시청자가 원하는 대로 시청 방식을 바꿀 수 있는 맞춤형 TV의 가치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여러 명이 곡면 TV를 시청할 땐 양 끝의 시청자에겐 화면 왜곡이 발생할 수 있지만, 가변형 TV라면 시청자 수와 각도에 맞춰 최적의 시청 환경을 꾸밀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흥미로운 얘기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곡면 TV를 공개할 때 각자의 곡률이 ‘최적’이라고 말한 것이 떠오른다. 삼성전자는 4200R이, LG전자는 4600R이 여러 시청 환경을 고려했을 때 가장 최적의 곡률이라고 말해왔다.

매장에서 UN78S9B를 설명한 직원은 “실제 판매될 제품은 곡률을 좀 더 입맛대로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가변형 TV의 곡률 조절이 꼭 평면-곡면 두 가지로만 변화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소비자로선 입맛대로 맞춰볼 수 있을 터니 좋을 일이지만, 가변형 TV가 만약 곡률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면 최적 곡률에 대한 얘기를 좀 깬다.

사실 이러한 궁금증은 쓸데없는 고민일 수 있다. 어쨌건 가변형 TV를 구매한다면 ‘곡면과 평면 중 택 1’이라는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은가?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프라이드와 양념치킨 중에 뭘 먹을지 고민이라면 프라이드 양념 반반을 시켜먹으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값이다. 삼성전자는 7월 31일 UN78S9B의 값을 “2,000만 원 후반대”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확인해보니 매장에서 2,600만 원에 예약자를 모집하는 중이다. 같은 78형 크기인 곡면 UHD TV가 출고가 1,290만 원이니 거의 딱 2배 값이다. 예약판매 혜택 등은 따져보지 않았지만, 가변형 TV 1대 값으로 같은 크기의 곡면 TV 2대를 구매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프라이드 양념 반반의 논리를 단박에 깨버린다. 평면과 곡면 사이의 고민에서 벗어나고자 어느 정도 웃돈을 얹는 것은 이해한다 해도 그 값이 천만 원 단위로 2배 차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앞서 가변형 TV의 가치를 고민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신기술의 값어치를 떠나서 가격 대 성능 비,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구매할 매력이 느껴질지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으로는 이번 가변형 UHD TV는 예약자를 신청 받은 뒤 10월 중으로 배송할 예정이다. 시판 역시 10월로 잡혀있다. 2달이라는 기간에 과연 시장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궁금해진다. 덧붙여 하반기 예정된 LG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쓴 가변형 UHD TV 또한 얼마에 나올지 관심이 쏠리는 일이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