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로 틈새시장 개척...법 제정으로 투자자 보호
투자수익도 늘어...세율 27.5%에서 15.4%로 낮아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금융·온투업)은 온라인 플랫폼이 투자자와 대출 희망자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정보기술과 금융이 만난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다. 2005년 영국에서 시작돼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크게 발전했다. 금융위기 이후 까다로워진 은행 대출이 경기회복으로 늘어난 자금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P2P 금융으로 몰리면서부터다.

신용 점수가 낮아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저금리로 대출을 받지 못하면 대부분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 사채 등 제3금융권에서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야 했다. P2P 금융은 온라인이라는 특성을 살려 불필요한 절차나 비용을 제외해 1금융권과 2, 3금융권 사이의 '중금리'를 유지하며 틈새시장을 개척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P2P 금융인 온투업은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아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온투법이 제정됨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하는 기반이 마련됐다.

온투업자는 투자금과 대출 상환금 등 소비자 자금과 온투업자 자금을 엄격히 구분해 예치 또는 신탁해야 한다. 만약 온투업자가 파산 또는 회생절차에 들어가더라도 연계대출채권은 모든 절차에서 절연돼 투자자가 우선변제권을 갖도록 하는 등 투자자 보호 조항이 마련됐다. 또 투자수익 세율이 종전 27.5%에서 15.4%로 40% 이상 낮아져 투자 수익이 늘어나게 됐다. 투자 한도는 3000만원이며 정식 등록된 온투금융업체 1곳에서의 투자 한도도 이와 동일하다.

온투법 제정으로 대출자도 유리한 면이 생겼다. 정식 등록을 마친 온투업자를 통해 기존에 이용 중이던 고금리 대출을 보다 나은 금리와 한도 등 조건으로 바꿀 수 있게 됐으며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하더라도 온투업자의 데이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신용평가시스템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대출 조건을 제안 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달 10일, 온투법 등록 1호 기업이 탄생했다. 렌딧, 피플펀드컴퍼니, 8퍼센트 3개사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12월 온투업 등록 신청서를 제출해 약 6개월 만에 정식 등록됐다. 금융위는 3개사 등록 심사를 거친 결과 자기자본 요건, 전산, 보안 등 인력과 물적설비 요건, 사업계획, 내부통제장치 요건, 임원 요건, 대주주 요건, 신청인 요건 등 등록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1호 온투업자 탄생을 계기로 위축되던 P2P 시장 신뢰도가 높아지고 건전한 시장이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1호로 등록된 온투기업은 어떤 기업들일까. 렌딧과 피플펀드 컴퍼니를 만나봤다.

◇ 머신러닝을 이용한 정교한 신용정보 분석 '렌딧'

렌딧 로고
렌딧 로고

렌딧은 2015년 3월에 설립된 기업으로 기술 기반의 온라인투자연계금융 플랫폼 '렌딧'과 개인신용 중금리대출을 위한 신용평가모형인 '렌딧 신용평가모형'을 개발·운영 중이다. 국내 P2P 금융이 본격적으로 발전했던 6년간 P2P 금융기업 중 유일하게 중금리 개인신용대출 자산만 취급하고 있는 개인신용대출 부문 1위 기업이다. 누적 대출액은 2300억원으로 P2P 금융기업 중 최초로 개인신용대출 자산만으로 누적대출 2000억원을 돌파했다.

렌딧은 2015년 4월 창업 직후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인 알토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국내 P2P 금융기업 중 최초로 VC 투자를 유치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기반 임팩트 투자사인 콜라보레이티브 펀드(Collaborative Fund), 한국의 대표 임팩트 투자사인 옐로우독과 크레비스파트너스, 공공기관으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으로부터 400억원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렌딧이 다른 기업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비대면 중금리대출 플랫폼 운영을 위한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 개발에 기초가 될 수 있는 중금리대출 관련 데이터를 가장 많이 축적하고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렌딧 관계자는 “지난 6년간 대출을 집행하며 쌓인 중금리대출 데이터뿐 아니라 대출 집행 이후 축적된 중금리대출 관련 상환데이터 역시 렌딧의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렌딧은 크게 두 가지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첫째는 신용평가모형의 지속적인 고도화다. 렌딧 심사평가모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대출 및 금융 및 신용정보의 최근 12개월간 트렌드를 분석한다는 점이다. 각종 지표 추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렌딧의 자체 신용등급을 산출한다. 같은 CB 3등급인 A씨와 B씨가 대출을 신청하더라도 렌딧 신용등급은 각자에게 맞는 적정금리가 부여된다. 이렇게 정교하게 신용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이유는 '머신러닝' 기법을 이용해 기존 금융권의 신용 분석보다 획기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이다.

렌딧은 대출 심사를 위해 렌딧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Credit Scoring System)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분석에 가장 근간이 되는 데이터는 신용평가사(CB사)에서 제공받는다. 대출 신청자마다 약 300여 가지 신용정보와 금융기록 등을 분석해 심사한다. 여기에 더해 사기정보공유(Fraud Bureau) 데이터와 직장정보, 상환정보 등을 추가로 반영해 신용정보만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리스크를 가려낸다.

렌딧은 신용정보뿐 아니라 부동산 정보, 통신 정보, 소비활동 데이터 등 대안정보를 CSS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또한 금융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활성화되고 있는 흐름에 맞춰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해 CSS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간다는 설명이다. 렌딧은 “치열한 중금리 경쟁 속에서 렌딧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개인신용 중금리대출에 대한 데이터”라며 “6년간 대출을 집행하고 운영하며 축적한 대출자 상환 데이터는 렌딧이 보유한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둘째는 비대면 금융 플랫폼을 구성하는 요소를 자동화시켜 나가는 부분이다. 렌딧은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모든 서비스 과정을 자동화하고 있다. 렌딧 원리금 분할 지급 시스템은 대출자가 매달 입금하는 대출 상환금을 해당 원리금수취권에 투자한 평균 1000명, 최대 7000명 이상 투자자에게 투자금에 따라 원리금을 입금해주는 시스템이다. 렌딧은 이처럼 대규모 대출자와 투자자 사이에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온투금융의 전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있다. 머신러닝을 활용한 서류제출 자동화 시스템 개발도 이에 포함된다.

렌딧 김성준 대표
렌딧 김성준 대표

렌딧 김성준 대표는 “직원 절반가량이 개발 직군이다”라며 “더 많은 개발 직군을 키워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을 토대로 국민 모두가 개인화된 맞춤 신용점수를 찾아내 합리적인 금융 생활을 누리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CSS 모델 전문가가 만드는 자체 신용평가모델 '피플펀드컴퍼니'

피플펀드는 2015년 설립된 기업으로 업계에서 유일하게 CSS 모델링 전문가로 구성된 테크팀을 운영하며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하고 고도화하고 있다. 피플펀드는 2020년 9월, 소비자금융 온라인 여신기업 중 최초이자 유일하게 누적대출취급액 1조원을 달성했다. CLSA, 500 Startups, 카카오페이 등 국내외 투자자로부터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완료했으며 누적 투자금은 2020년 말 기준 약 240억원이다.

피플펀드
피플펀드

피플펀드 자체 신용평가모델은 국내에서 최장, 최다 중신용자를 다채롭게 분석했다. 실제 검증까지 이뤄져야 그 성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신용평가시스템에 대해 피플펀드는 “고객이 대출 실행부터 종료까지의 기간을 고려해 최소 3년 정도 걸린다”고 설명했다. 피플펀드는 2016년 중금리 특화 신용평가시스템을 개발한 이후 지난 5년간 확보한 중신용층 데이터가 8조원 규모에 41만명에 이른다. 또 지속적으로 신용평가시스템을 고도화해 현재 4.0 버전을 사용 중에 있으며 AI 기술을 접목한 시스템 개발을 연구 중이다. 2021년 5월 말 기준 피플펀드 개인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1.25%, 손실률은 2.05%다.

온투금융은 차입자와 투자자를 연결하는 금융 플랫폼으로 차입자 상환 역량이 곧 투자자 수익률이 된다. 그만큼 온투금융사 차입자 평가 능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피플펀드는 신용평가 시스템을 고도화해 차입자 상환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들이고 있다.

피플펀드는 2016년 개인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할 때부터 다른 대부업과 연동하는 업체들과는 다르게 제1금융권인 전북은행과 은행연동형 상품을 출시했다. 온투업 등록 이전부터 1금융권 금융사에 준하는 자금관리와 실존 대출 검증 시스템을 갖춰 투명하게 운영해왔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번 1호 등록을 위한 물적, 시스템적 요건 심사가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될 수 있었다.

피플펀드 김대윤 대표
피플펀드 김대윤 대표

피플펀드 김대윤 대표는 “'보통 사람을 위한 보통이 아닌 금융'이라는 회사 미션에 깊이 공감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회사에 합류한 각 분야 최고 수준 인재 140여명이 한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라며 “아직 이슈화되지 않은 기존 금융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메기 역할을 자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정부 유관 부처, 2금융권 금융기관들과 기술·노하우를 공유하고 협업하면서 대한민국 서민을 위한 1.5 금융업권을 안정적으로 정착 및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투업 법제화로 정식 온투업 등록사 대출거래가 실시간으로 금융결제원에 공유되고 은행을 통한 자금 관리가 의무화되면서 더욱 투명한 금융 환경이 조성됐다. 또 여타 제도권 금융사들과 동일하게 금융당국 규제를 받아 문제 소지가 있거나 문제를 유발하는 금융사는 제재대상이 됐다. 온투업 등록을 위해 다수 기업이 심사를 받고 있다. 과연 어떤 기업이 더욱 정확하고 정교한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해 투자자와 차입자 모두를 만족시키며 중금리 시장을 리드하게 될까.

이호 기자 dlghcap@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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