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케이크는 버터, 설탕, 계란, 밀가루가 각각 1파운드씩 들어가서 붙여진 이름으로 영국에서 유래했다. 파운드케이크는 종류와 만드는 방법이 상당히 다양한데 나는 플라워배터법을 사용하여 얼그레이 파운드케이크를 만들었다.

재료는 무염버터 150g, 설탕 135g, 계란 150g, 박력분 150g, 베이킹파우더 4g, 소금 1.5g, 얼그레이 찻잎 A 6g, 얼그레이 찻잎 B 9g, 생크림 75g이다. 모든 재료는 실온 상태여야 한다.

얼그레이 찻잎은 티백에 들어 있는 것을 사용해도 되고 캔에 든 잎 차를 사용해도 된다. 둘의 차이점은 티백에 담긴 찻잎의 입자가 더 작다는 것인데 나는 캔에 든 잎 차를 따로 갈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잎 차가 씹히면서 확 퍼지는 얼그레이의 향이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시작하기 전에 파운드케이크를 구울 틀은 버터와 밀가루로 코팅하거나 유산지를 깔고, 오븐을 예열해둔다.

따뜻하게 데운 생크림에 얼그레이 찻잎 B를 넣고 섞어둔다. 이 밀크티는 파운드케이크 반죽의 마지막 단계에서 넣을 건데, 찻잎뿐 아니라 우려진 밀크티도 넣으면 얼그레이 향이 훨씬 충만해진다. 진하게 밀크티를 우리기 위해서 반드시 생크림을 따뜻하게 데워야 한다. 한 번은 생크림을 데우는 것을 잊어버리고 구웠는데 이전에 구운 것에 비해 얼그레이 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계란에 소금과 설탕을 넣고 섞는다. 이때 설탕과 소금이 녹을 수 있도록 따뜻한 물에 중탕하며 섞어준다. 후에 반죽에 섞을 때 실온 상태로 식어 있어야 하므로 설탕이 녹으면 바로 중탕 물에서 뺀다.

실온 상태의 말랑한 버터를 부드럽게 풀고, 채친 박력분과 베이킹파우더, 얼그레이 찻잎 A를 넣고 핸드믹서로 충분히 섞어준다. 버터에 수분 함량이 적어서 핸드믹서로 저어도 글루텐이 잘 생기지 않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마음껏 섞어도 괜찮다.

버터와 가루 재료가 뽀얗게 섞이면 중탕한 계란 혼합물을 두 번에 나누어 반죽에 넣고 섞어준다. 밀가루가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분리가 일어날 확률이 적은 것이 플라워배터법의 장점이다. 이때부터는 글루텐이 형성되기 때문에 계란 혼합물이 다 섞이면 바로 핸드믹서를 멈춰야 한다.

우려진 밀크티를 찻잎을 제거하고 반죽에 넣어 주걱으로 섞어준다. 밀크티도 계란 혼합물과 마찬가지로 상온 상태여야 한다.

틀에 반죽을 넣고 평평하게 핀 다음 바닥에 탕탕 내리쳐 빈 곳을 없애준다. 180℃에서 1시간 10분 구워준다. 파운드케이크는 갈라진 틈이 제일 늦게 익기 때문에 갈라진 틈이 물기 없이 마르면 다 익은 것이다.

오븐에서 뺀 파운드케이크는 바닥에 한 번 떨어뜨려서 기포를 빼고 틀에서 분리해 식혀준다.

시중에 파는 파운드케이크는 네모난 모양인데 틀이 없는 관계로 높은 원형 틀에 굽다 보니 이제는 둥그런 파운드케이크의 모양이 퍽 익숙해졌다. 파운드케이크에 시럽을 바르거나 글레이즈 같은 것을 올리는 경우도 많은데 보존에도 용이하고 예쁘기도 하지만 너무 달아져서 지양하는 편이다.

파운드케이크는 만든 직후 바로 먹어도 맛있지만 하루 정도 밀폐용기에 담아두었다가 먹으면 균일하게 촉촉해져서 더 맛있다. 그런데 막상 굽고 나면 하루를 기다리는 것도 힘들어서 한 김 식자마자 한두 조각 정도를 먹어 치우곤 한다.

김민지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민지 기자는 직접 만든 빵을 주변에 나누고 맛을 본 이들이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에 작은 행복을 느낀다.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그녀의 빵 굽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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