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립 양재 도서관 외관 / 양재 도서관 제공
서초구립 양재 도서관 외관 / 양재 도서관 제공

지난 12월 초. 서초구립 양재 도서관에서 ‘펜데믹 시대에 읽는 카뮈의 [페스트]’라는 제목으로 인문학 강좌가 진행되었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줌(zoom)을 활용한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된 강좌는 예정된 2시간을 꽉 채우며 열띠게 진행되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네르바교약대학 변광배 조교수는 전염병의 역사와 과거 인간이 전염병을 바라본 시각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하며 강좌를 시작했다. 그는 책의 내용에 국한되지 않고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책의 저자인 ‘알베르 카뮈’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을 하며 강의를 진행했다.

알베르 카뮈는 1913년 알제리 몽도비에서 출생했다. 그의 부친은 이듬해 발발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하여 그는 홀어머니 슬하에서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다. 변광배 조교수는 페스트에 등장하는 거의 유일한 여성이 ‘엄마’라는 존재인 것에 대해 알베르 카뮈가 자신의 모친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알베르 카뮈가 폐결핵을 앓고 있었는데 이 영향으로 그의 작품에 죽음이 많이 등장한다고 보았다.

펜데믹 시대에 읽는 카뮈의 '페스트' 강의 자료 화면 / 양재 도서관 제공
펜데믹 시대에 읽는 카뮈의 '페스트' 강의 자료 화면 / 양재 도서관 제공

특히 책의 저자인 ‘알베르 카뮈’라는 인물의 일생과 소설 속 등장인물의 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페스트' 속에 등장하는 4명의 주요 인물을 카뮈의 분신이라고 보았다. 책의 화자인 리유는 노모와 함께 지내는 캐릭터로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알베르 카뮈가 폐결핵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보았던 의사들을 바탕으로 리유라는 캐릭터가 탄생했으며 노모의 존재에서 알베르 카뮈를 엿볼 수 있다고 보았다. 타루는 사형제도에 반대하고 생명 지상주의를 가진 캐릭터로 알베르 카뮈의 사상적인 부분이 투영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설가인 자신의 모습과 완벽주의적인 부분은 그랑이라는 캐릭터에게, 신문 기자로 활동했던 과거는 랑베르라는 캐릭터에게 반영되었다고 보았다.

'페스트'라는 소설과 그 책의 저자인 알베르 카뮈라는 인물을 함께 조명한 강의는 청자로 하여금 책은 물론 카뮈라는 인물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이해를 가능하게 했다. 더불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나 추상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상황과 같은 청자가 보편적으로 경험했음직한 예시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이해를 도왔다.

강의를 들으며 '페스트'라는 소설이 알베르 카뮈에게 있어서 자신의 이념을 구현한 매개체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는 과정에서 알베르 카뮈라는 인물이 자연스럽게 묻어난 것이 아닌, 자신의 경험이나 신념을 담은 캐릭터를 배치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이상향을 구현해내도록 조직했기에 글의 세세한 부분에서 알베르 카뮈라는 인물이 도드라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강의의 진행에서 알베르 카뮈라는 인물에 대한 내용과 책의 내용에 대한 내용이 경계가 없이 오가며 진행되어 어떤 것이 작가에 대한 내용이고 어떤 것이 책에 대한 내용인지 헷갈렸다는 점이다. 강좌를 신청한 사람들 중에는 책을 읽은 사람도 있으나 읽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책과 작가의 설명을 분리해서 진행한다면 조금 더 내용을 이해하기 쉬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서초구립 양재 도서관의 '페스트' 강의는 한 인물의 생애와 그 인물의 삶과 사고가 담긴 작품을 풀어낸 만큼 양이 방대하고 다양한 사상, 신념이 등장하여 가볍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만큼 책을 이해하고 깊이 있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봄으로써 카뮈가 생각하는 ‘반항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김민지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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