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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지 변경만 하고 가격 두배...차세대 암표상 ‘되팔이’, 멈출 수 없나?

발행일시 : 2020-11-23 10:21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시리즈엑스 대란에 '리셀러'극성
구매경쟁 참여 배송지 변경만으로 차익 실현...두배 가격

지난 10일과 12일 게이머들이 7년을 기다려왔던 차세대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와 ‘플레이스테이션5’가 출시됐다.
 
이들은 출시가 되자마자 모든 온, 오프라인 판매점에서 매진되며 그 인기를 자랑했다. 그러나 정작 제품을 구매하는데 성공했다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소수의 유저들이 구입에 성공했다는 인증을 했지만, 대부분은 구매에 실패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초도 물량 공급에 실패했을 수도 있지만, 그에 비해 구매에 실패하는 비율이 너무 크다.
 
차세대 게임기뿐만 아니다. 최근 들어 인기가 있는 제품이나 공연 등의 티켓은 판매를 시작하면 그야말로 1초만에 끝난다. 대부분 구매 페이지를 가면 사람들이 몰려 길어지는 로딩 화면을 보다가 판매 상태가 ‘품절’로 변해 있는 허탈한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된다.
 
물론 이런 현상은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으면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제품이 제대로 된 수요자에게 갔느냐다. 가뜩이나 물량 자체가 많지 않은데 실제로 사용할 사람이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에게 제품이 흘러가고 있다. 바로 되팔이(리셀러)다.
 
이들은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측되는 제품, 또는 티켓 등을 선점해 온라인이나 중고거래를 통해 높은 가격으로 판매해 차익을 챙긴다. 그런데 이들이 판매하는 금액이 구매 수고비라 하기에는 도가 심하다. 거의 출고가의 2배 또는 그 이상의 가격으로 되팔기 때문이다.
 
PS5 출고가는 62만8000원(디스크 드라이브 없는 버전 49만8000원), 엑스박스 시리즈X는 59만8000원(시리즈S는 39만8000원)이다. 그러나 중고거래 사이트에 형성된 PS5 시세는 90만~95만원, 엑스박스 시리즈X는 80만~85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제품이 오기도 전에 배송지만 바꿔 주겠다고 한다. 필요도 없는 제품을 먼저 구매해서 전달해 주는 명목으로 정가보다 약 1.5배 높은 가격을 받는 것이다. 또 일부 온라인 판매처에서는 120만원에 제품이 올라와 비난을 받기도 했다.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금액에 구매할까 싶지만, 제품을 구매하는 수고를 하기에 지친 사람들이나 한시라도 빨리 사용하고 싶은 사람들, 소유욕이 강하거나 성격이 급한 사람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제품을 구매한다.
 
되팔이들은 이들의 이런 심리 이용하여 자신이 사용할 제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단 구매에 참여한다. 제품 구매 경쟁률이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그나마 일반 제품인 경우는 시간이 흐르면 어느 정도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이런 현상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출시하고 후 다시 출시되지 않는 한정판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예를 들어 최근 수집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엘피(LP, Long Playing record)는 한정판 재판매 문제가 심각하다. 엘피는 보통 일반 음반들보다 판매량이 저렴하고 플레이어를 보유하고 있는 팬들이 적기에 수집을 위해 적은 수량으로 한정 판매를 한다.
 
그런데 이 한정판들도 출시되는 시간에 몇초도 안 돼서 매진이 되고 5~10배 가량의 금액으로 뻥튀기 되어 중고시장에 나온다. 아이유가 2014년 엘피로 발매한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한정판은 정가 4만4000원이지만 최근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 2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배송지 변경만 하고 가격 두배...차세대 암표상 ‘되팔이’, 멈출 수 없나?

 
이런 되팔이들이 극성을 부리자 가수 이승환은 지난 10월 6일 자신의 SNS에 “리셀러들에게. 사지 마라. 팬이라고 다 팬이 아니다”라며 경고했다. 소속사 드림팩토리도 같은 날 “특정 리셀러의 횡포는 예상보다 고통스럽고 집요했다. 계속되는 욕설과 비방 글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저희가 확보한 정보에 리셀러로 판명된 사람들에겐 단호하게 조치하겠다. 변호사와 상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되팔이들의 이런 행태는 과거 공연장 앞에서 불법으로 표를 팔던 암표상들과 똑같다. 암표상들은 미리 매석을 한 후 자리가 없어 들어가지 못하는 관객들에게 웃돈을 받고 표를 팔았다. 그런 행위가 이제 온라인을 통해 공연은 물론 제품과 명절 기차표 같은 생활 속 영역까지 확대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되팔이 행각을 멈추게 할 방법은 없을까? 되팔이들은 두 가지 분류로 구분할 수 있다. 일반적인 판매에 같이 참여해서 제품을 구입하거나 예매하는 경우가 있고 전문적, 조직적으로 매크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매크로는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매 절차를 빠른시간 반복시켜 성공시킨다. 매크로를 사용하면 인간이 구매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게 서버에 전달하기 때문에 서버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일반적인 판매에 참여해 제품을 구입한 사람이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구매자의 구매가 강요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크로를 사용하는 것은 판매업체 업무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방해한 것이기 때문에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 또 매크로 사용에 의해서 서버에 장애가 생기면 ‘컴퓨터 장애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는 되팔이는 많은 관점에서 다뤄야 할 문제다. 구매자들은 되팔이들이 판매하는 물건을 구매하지 않아야 한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듯 웃돈을 주고서라도 조금더 빠르게 제품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있기에 되팔이가 생겨나는 것이고 이런 되팔이들이 판매 경쟁에 뛰어들기 때문에 웃돈을 줘야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충분한 물량이 공급되지 않을 때 공정한 구매가 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 많은 기업이나 공연에서는 판매 또는 예매시 추첨제를 적용해 극심한 구매 경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운으로만 제품을 구매해야 하기에 구매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제품의 가격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유통’이다. 되팔이는 그런 유통 과정의 추가 부분이 되어 더 높은 가격으로 구매자들을 고통받게 하고 있다. 혹자는 구매 경쟁을 뚫은 대가라 하지만 반대로 자신이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물품이 되팔이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해보자. 그 말을 그대로 할 수 있을까?

이호 기자 dlghcap@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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