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핀란드의 뽀로로 Moomin!

포동 포동 하고 동그란 이미지에 어딘가 놀라 보이는 눈, 쫑긋한 두 귀와 왠지 포근해 보이는 하얀 몸, 작고 귀여운 손발을 가진 무민은 핀란드인이 사랑하는 국민 캐릭터다. 무민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무민이 핀란드에서 탄생한 캐릭터란 것과 북유럽 대표 작가인 토베 얀손이 만든 것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무민의 탄생은 1930년 토베 얀손이 '배를 젓는 검은 무민'이라는 작품 속에 등장시키면서 처음 등장한다. 이 작품 속 무민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무민과는 사뭇 다르지만 둔해 보이는 몸과 귀여운 두 귀는 똑같다. 1945년 출간된 소설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의 삽화 속 무민 역시 지금보단 좀 더 길고 날씬한 코를 하고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소설 『혜성이 다가온다』에선 비로소 지금과 같은 귀여운 모습의 무민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45년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표지 / 출처 : 토베 얀손의 동화
1945년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표지 / 출처 : 토베 얀손의 동화

무민은 이러한 변화를 거치며 핀란드의 대표적 캐릭터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1954년 9월 20일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던 영국 신문 《이브닝 뉴스》에서 무민 만화가 연재되기 시작하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2001년으로 국내에서 수많은 협업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무민의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핀란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무민이 우리나라 일상에서도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쟁 속 토베 얀손이 꿈꾸던 일상

무민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 탄생한 캐릭터다. 당시 2차 대전은 평화로웠던 일상을 파괴했고 동시에 사람들은 평화와 인간성을 잃어버렸다. 토베 얀손은 무민을 통해 이전의 평화로웠던 일상과 인간 본연의 따스함을 표현한다.

그림을 그리는 토베 얀손 / 출처 : 네이버이미지
그림을 그리는 토베 얀손 / 출처 : 네이버이미지

토베 얀손은 무민 캐릭터를 탄생시킨 원작자로 핀란드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가이자 화가이며 풍자만화가이다. 1914년 8월 9일 조각가인 아버지와 그래픽 아티스트인 어머니 밑에서 태어났다. 핀란드를 비롯한 이탈리아,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 해외에서 예술을 배운 그녀는 잡지와 신문, 어린이책과 엽서, 광고 그림 등의 다양한 작업을 한다.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는 1940년대로 세계 2차 대전의 발발로 토베 얀손은 예술가의 삶과 전쟁 시기의 힘든 일상을 무민을 통해 담아냈다. 이 시기 무민의 모습은 공포스러운 현실을 반영하듯 마르고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는데 전쟁 이후 무민의 모습은 다시 찾아온 평화에 둥글고 부드러운 모습이다. 또한 무민 캐릭터는 그녀의 외삼촌이 해준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밤에 음식 저장고를 자주 들락거리면 트롤이 와서 목에 차가운 바람을 불 거라고 겁을 주었다고 한다. 무민이 트롤이라고 하면 놀라워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트롤이 있다니! 하면서 말이다.

1966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1975년 Order of the Smile 상, 1976년 Pro Finlandia 핀란드 국민 훈장을 수상한 그녀의 무민은 50여 개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으며 2001년 6월 27일 토베 얀손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1945년 무민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인 ‘무민 가족과 대홍수’를 시작으로 올해인 2020년 무민은 75번째 생일을 맞았다. 이것을 기념해 미디어엔아트는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을 개최했다.

복합문화공간인 ‘그라운드 시소‘의 두 번째 상설 전시장인 ’그라운드 시소 성수‘의 개관 전으로 개최되는 무민 오리지널은 사실 국내 최초 무민 원화 전시라고 할 수 없다. 지난 2017년 예술의 전당에서 핀란드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무민 원화전을 개최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전시가 무민의 대표 원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이번 전시는 무민을 총망라한 전시로 무민의 소설, 코믹 스트립, 그림책 등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 전시다. 무민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다양해지고 풍성해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인트로, 무민 그림책, 무민 소설, 토베 얀손과 스페셜 원화, 무민밸리, 무민 코믹 스트립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별로 다양한 무민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전시장에 입장하면 즐거운 노래와 함께 알록달록한 무민 세계가 펼쳐진다. 인트로 부분에선 주요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과 무민 골짜기의 상징인 무민 하우스 외경과 무민파파가 만든 부잔교가 커다란 팝업북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 사이사이를 지나면 마치 무민 속 세상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팝업북 고유의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표현도 좋지만 공간 속 그래픽 또한 전시를 관람객에게 창의적이고 재밌게 다가가게 한다.

이어지는 공간인 무민 소설은 무민 가족과 친구들의 모험 이야기가 담긴 8편의 소설을 입체적으로 체험해보는 공간이다. 이 공간 역시 책 넘기는 음향과 책을 쓰는 음향이 같이 나와 소설을 쓰고 있는 무민 파파가 정말 펜을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자세히 보면 책장엔 가족사진 액자가 있어 디테일을 강조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이번 전시의 특징 중 하나는 무민 이야기 속 장면을 전시 공간 안에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전시된 무민 원화 속 세계를 액자를 넘어 관람객에게 전달하고자 구분된 공간들은 각각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나타난다. 다음 공간을 들어서면 마치 바닷속에 있는듯한 느낌을 주는 파란색 벽지와 넘실대는 캐릭터들, 음향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호기심과 재미를 준다.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전시 공간 중 가장 큰 공간에선 1957년 무민 소설책 중 6번째로 출판된 ‘무민의 겨울’이 벽면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고 있다. 큰 공간을 차지한 것에 비해 중앙의 구조물을 제외한 다른 구조물은 찾아볼 수 없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홀로 겨울잠에서 깬 무민의 외로움과 고독함이 잘 전달되었다.
무민을 탄생시킨 토베 얀손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보면 성인 허리춤에 오는 작은 문이 나타난다. 허리를 굽혀 이 공간으로 들어가면 스페셜 원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토베 얀손이 직접 그린 원화 1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전시 공간 중 유일하게 사진촬영이 금지된 공간으로 원화와 함께 1950년대 무민과 협업한 제품들도 확인할 수 있다.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마지막으로 핀란드에서 257억 원을 들여 만든 무민밸리 티브이 프로그램이 상영되고 있는 공간을 지나 벽면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대형 컷툰과 독특한 색감의 컬러 컷툰을 볼 수 있다. 커다란 크기의 무민과 탄생 75주년을 기념하는 구조물은 전시의 핵심 포토존이 아닐까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MOOMIN Original : 무민 75주년 특별 원화전' 전시 전경

토베 얀손의 조카이며 현재 '무민캐릭터스' 대표인 소피아 얀손은 이번 무민 오리지널 전시를 축하하기 위한 축사에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무민이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핀란드인들이 무민을 통해 사랑과 희망, 위안을 느꼈다면 우리 역시 이 하얗고 포근한 캐릭터에서 희망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나새빈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