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는 생각보다 한국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물론 한인타운이 형성될 정도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가족들이 보내준 멸치의 양이 너무 많다며 이웃의 한인 분이 나누어 주셨는데 우리 가족이 1년은 너끈히 먹을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양을 주셨다.

멸치볶음은 다른 반찬보다 비교적 오래 보관해도 크게 지장이 없기에 큰아이가 좋아하는 매콤 달콤한 스타일과 작은아이가 좋아하는 단짠단짠의 스타일로 각각 만들어 놓는 편이다.

멸치는 충분히 달군 팬에 볶은 다음 체에 밭쳐 가루를 털어내어 수분과 비린내를 제거해 둔다. 이렇게 준비해 둔 멸치의 절반은 편마늘과 함께 오일에 볶다가 꽈리고추를 넣고 간장, 올리고당, 설탕, 맛술, 참기름을 더하여 꽈리고추 멸치볶음을 만든다.

볶아둔 멸치의 나머지 반은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올리고당, 맛술, 다진 마늘, 참기름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고추장 멸치볶음을 완성한다.

우리 집 아이들은 입맛이 동서양 모두에 최적화되어 있어 여느 아이들처럼 피자와 치킨을 먹고 싶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반드시 밥을 먹고 싶다고 미리부터 이야기하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냉장고에 항상 준비되어 있는 비상 아이템인 순두부를 꺼내 간단하고 빠르게 순두부 국을 끓인다.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고 순두부, 바지락, 양파, 대파를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해주면 순식간에 완성된다.

큰아이와 작은아이 모두 좋아하는 최애 반찬 중 하나인 베이컨을 편마늘, 아스파라거스와 함께 볶아 반찬 하나를 추가한다.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볶음도 별도의 간을 하거나 오일을 두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정말 빠르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미리 만들어 놓은 멸치볶음과 치킨 너겟을 튀겨 놓으니 저녁 식탁이 금세 차려졌다.

도시락도 마찬가지이다. 파스타와 샌드위치로 만든 점심 도시락을 며칠간 준비해 주었더니 쌀밥으로 만든 도시락을 먹고 싶다는 주문이 들어왔다. 아이들 학교의 점심시간이 30분 밖에 되지 않아 시간이 모자라서 도시락을 다 먹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양 조절에 신경 쓰려고 노력하고는 있다.

하지만 양이 너무 적어 혹시나 배고프지는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 엄마 마음은 늘 도시락의 양을 알맞게 조절하지 못한다. 참기름과 참깨를 넣어 한 입 크기로 만든 밥 위에 잘 구운 스팸을 올린 후 초밥처럼 김으로 가운데를 감싸 넣어 주는 날이면 남기는 것 없이 도시락을 정말 깨끗하게 비우고 오고는 하는데 그런 날은 정말 기분이 좋다.

김세령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세령 기자는 주재원으로 미국에서 근무하게 된 남편으로 인해 한국에서의 워킹맘 생활을 접고 조지아주에서 살고 있다. 현재는 전업주부로 요리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그녀가 두 아이를 위하여 미국에서 만드는 집 밥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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