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정부, 日측에 WTO 제소 재개..."일 수출규제 해제 의지 없어"

발행일시 : 2020-06-02 16:45

지난해 한일 대화 재개 이후 6개월 지나도록 진전 없어
미중 갈등 시점에 'WTO 제소' 효력 없을 거란 우려도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해제에 대해 답변을 내놓지 않자,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절차 재개를 결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공식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정부 방침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지소미아 협정도 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11월 22일 한일 양국 정부가 WTO 분쟁해결절차를 잠정 정지키로 합의한 요건이 반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양국은 국장급 대화를 정상화하고 상호 간에 수출관리 정책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일본의 3개 품목 수출규제 강화조치에 대한 WTO 분쟁해결절차를 잠정 정지키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측에서 수출규제 사유로 제기한 문제를 우리 정부가 모두 해소했음에도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조치 해제와 관련해 답변 기한인 5월말까지 이렇다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일본 측의 답변은 있었지만, 우리가 기대한 답변은 아니었다“며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사실상 문제해결 의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양측의 대화는 진전을 보이지 않았고, 이는 당초 WTO 분쟁해결절차 정지 요건이었던 정상적인 대화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정상적인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일본이 대한국 수출규제 강화조치 시에 제기한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과 인력의 불충분 등 세 가지 사유는 모두 해소된 상태다. 또한, EUV 포토레지스트, 불화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은 지난 11개월 동안 운영과정에서 일본이 수출규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던 안보상의 우려가 일체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일측에서 제기했던 수출규제 사유가 모두 해소되거나 혐의 없음을 우리 정부가 증명했음에도 일본이 규제를 풀지 않자, 정부는 잠정 정지 상태였던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조치에 대한 WTO 분쟁해결절차 재개를 결정한 것이다. 이를 위해 WTO에 동 건에 대한 패널설치를 요청해 향후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나 실장은 “WTO 분쟁해결절차를 통해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 조치의 불법성과 부당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겠다"며 “우리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고 양국 기업들과 글로벌 공급사슬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되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정부의 WTO 제소 재개에 대한 실효성은 불확실하다. WTO 내 상소기구는 7명의 상소위원(재판관)으로 구성되는데, 현재 3명의 위원마저 확보하지 못해 판결을 위한 정족수도 못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된 원인에는 미국의 입김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소위원은 회원국 만장일치로 선임되는데, 미국이 의도적으로 반대표를 내고 있다. 현재 미중 갈등으로 미국은 UN 산하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는 물론 WTO까지 압박을 넣고 있다. 최근에는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도 임기 1년을 남겨두고 돌연 사임했는데, 미국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반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가 일고 있는 시점에서 WTO 정상화는 한동안 어려울 거란 분석이다. 심한 경우, 국제기구가 완전히 효력을 잃고 세계가 UN 이전 시점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이용해 다양한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며, 미국이 WHO와 WTO에 가장 많은 지원금을 대고 있음에도 이들은 중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꼭두각시로 전락했다며 맹비난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과 관련해 보복 조치로 항구적인 WHO 지원 종료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김광회 기자 elian11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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