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정부가 발표한 4주간의 전국 봉쇄가 시작된 지 2주가량이 지났다. 처음 시작했을 무렵에는 4주라는 길고 긴 시간을 어떻게 버터야 할지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였지만 보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집 안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 편안한 느낌마저 든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에 대해 아이들과 상의하며 집 안에서의 시간에 오롯이 집중하여 각자 맡은 일들을 하다 보니 길게만 느껴졌던 4주간의 봉쇄 기간이 벌써 절반이 지난 셈이 되었다.

큰아이의 학교 화상수업은 4월 15일부터 진행될 예정이지만 다니고 있던 영어학원에서는 이미 지난 3월 말부터 화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온라인 개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곳의 온라인 화상 수업도 시작 전에는 어떻게 진행이 될 것인지 그 수업이 효과적일 것인지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다. 막상 시작된 영어학원의 화상 수업은 재미있고 집중이 잘된다고 하니 생각보다 효과적인 시스템인 것 같아 다행이다.

지난 3월 25일에는 작은아이의 학교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등교하게 하여 교감 선생님과 ESOL(Eng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s) 선생님이 함께 아이들의 ESOL 수업을 진행할 Hangout(구글에서 제공하는 카카오톡과 비슷한 채팅 서비스) 사용법을 알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Video Call(영상 통화)이 잘 연결되는지도 확인하고 ESOL 선생님이 전날 늦게까지 준비하셨다는 활동지들도 나누어 주셨다.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에 사용하기도 하고 그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지들을 하나하나 정성껏 만들어 주신 파일을 받고는 울컥했다. 게다가 정식 수업은 큰아이와 마찬가지로 4월 15일 부터인데 ESOL 선생님은 타지에서 온 유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시려고 지금도 매일매일 영상 통화를 해주신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활동을 영상 통화로 설명해 주시고 관련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미지도 첨부해서 보내주시는데 작은아이와 함께 체크하며 과제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메일로 ESOL 선생님에게 제출하면 그에 대해 친절하게 평가를 해주신다.

아이들이 제출한 것들을 다시금 Video Call로 진행하는 수업 중에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완성된 문장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시기도 한다. 30분 정도의 짧은 영상 통화 수업이지만 매일매일 꾸준하게 진행해 주고 계셔서 작은아이도 하루의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뉴질랜드 현지 사람들은 야외 활동이 일상적이었기에 지금의 정부 봉쇄령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큰아이가 말했다. 그에 비해 우리 가족은 한국에서도 집에 있을 때는 인강을 들으며 과제를 수행하거나 책을 읽던 편이라 큰 어려움을 못 느끼고 있는 듯하다.

집 주변으로 산책을 나가는 것 이외의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내고 있지만 이렇게 뉴질랜드 현지의 교육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이곳에서의 시간들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하루빨리 코로나 사태가 진정이 되어 보다 자유로운 뉴질랜드의 생활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선아 라이프&컬처팀 객원기자 lifenculture@nextdaily.co.kr

김선아 기자는 중학생인 큰아이, 초등학생인 작은아이와 함께 뉴질랜드 타우랑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1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현지의 이야기들을 소소하고 담백하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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