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컨테이너. 전자신문사진DB
부산항 컨테이너. 전자신문사진DB

7년만에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4월 경상수지가 6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반도체 수출 부진 등으로 상품수지 흑자는 크게 축소된 반면 외국인 투자자에 지급된 배당금은 늘었기 때문이다.

이는 2012년 5월 이후 7년만에 지속돼온 흑자가 멈춘 것으로, 주요 요인은 상품수지 흑자폭의 급격한 감소에 있다. 우리 경상수지는 수출을 기반으로 한 상품수지 흑자를 서비스수지나 이전 소득수지 등이 줄이는 구조다.

이날 한은은 이와 관련 "계절적 배당지급 요인으로 서비스·본원소득·이전소득수지 적자 규모가 상품수지 흑자 규모를 상회한 데 따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4월 경상수지 적자는 계절적 요인이 커 일시적일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등 수출 감소로 확 줄어드는 상품수지 흑자

이날 한은이 발표한 '2019년 4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상품수지 흑자는 56억7000만달러다. 전년 같은 달(96억2000만달러)보다 무려 39억5000만달러나 줄었다. 지난 2월 흑자(54억8000만달러) 이후 최소치다. 감소폭으로는 2017년 3월(47억4000만달러) 이후 가장 크다. 수출은 줄어드는데 수입은 늘어난 영향이다.

수출은 반도체 단가 하락, 세계 무역 부진의 영향으로 483억달러에 그쳐 전년 같은 달보다 6.2% 줄어들며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품목별로는 선박(56.7%), 가전제품(24.7%) 등은 증가했지만 반도체(-12.7%), 철강제품(-8.1%) 등을 중심으로 감소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3.9%), 중남미(39.7%)에 대한 수출은 증가한 반면 중동(-25.1%), 동남아(-9.9%) 등은 줄었다.

수입은 유가 등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 기계류 수입 감소세 둔화로 426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1.8% 증가했다. 수입 증가는 4개월 만이다. 통관 기준 수입은 2.6% 증가한 448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자본재 수입이 0.3% 감소했고, 원자재, 소비재 수입은 각각 1.8%, 11.5% 늘었다.

반면, 배당소득지급은 67억8000만달러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2018년 4월(76억600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배당소득지급이 늘며 배당소득수지는 49억9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본원소득수지 역시 43억3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한은은 "계절적으로 연말결산법인의 배당 지급이 집중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수지 적자폭은 2016년 12월(-6억6000만달러) 이후 28개월 만에 최소치로 개선됐다. 중국인·일본인을 중심으로 한 입국자수 증가에 따른 영향이다. 출국자 수는 224만6000명으로 0.7% 늘어난데 비해 입국자 수는 163만5000명으로 22.8% 늘었다.

기아자동차 수출 현장 (전자신문 DB)
기아자동차 수출 현장 (전자신문 DB)

◇WB는 세계 경제성장률 2.6%로 하향, 무역과 투자 둔화

지난 4월 우리 경상수지가 적자를 낸 가운데 세계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초 전망했던 2.9%보다 0.3%포인트 낮춘 것이다.

WB의 하향 전망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교역과 투자의 둔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WB는 올해 국제무역과 투자 증가율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할 것으로 봤다. 국제무역량 증가율이 1월 전망치(3.6%)보다 무려 1.0%포인트 낮은 2.6%로 조정했다. 무역과 투자 악화로 선진국·개도국 불문하고 경제성장률이 모두 낮아질 것으로 분석이다. 이번 수정 전망에서 선진국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향된 1.7%로, 신흥시장·개도국도 0.3%포인트 낮아진 4.0%로 전망됐다.

지역별로는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 영향으로 올해 5.9%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성장 전망이 6%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유럽·중앙아시아 지역은 터키 금융시장 불안과 유로지역 경기둔화 등이 맞물려 올해 1.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성장률(3.1%)의 절반 수준이다.

WB는 올해 둔화한 세계 경제성장률이 내년 2.7%로 소폭 상승하고 2021년에 2.8%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당분간 경기 침체가 유지될 것으봤다. 이에 따라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성장률은 내년에도 5.9%에 머물고, 2021년에는 오히려 5.8%로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WB는 둔화하는 경제성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선진국은 적절하게 재량 지출을 활용하고 믿을 수 있는 통화정책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온라인뉴스팀 onnews2@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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