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넥스트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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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이자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인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가 성분 논란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전자치료제는 치료 효과가 있는 유전자를 투여해 질환을 치료하는 바이오의약품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유전자 치료제는 10여 개뿐이며 그중 미국과 유럽 등 제약 선진 시장에서 처방 가능한 제품은 단 4개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코오롱생명과학이 2017년 국내에서 인보사를 허가받으며 새로운 유전자치료제를 선보였다.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직접 주도해 완성한 이 치료제는 이 전 회장이 지난 1999년 미국 메릴랜드주 워시언에 티슈진(현 코오롱티슈진)을 설립한 후 18년간 매달린 끝에 개발에 성공한 작품이다.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와 인보사의 실제 성분이 달라 판매 중지를 받으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인보사는 사람의 연골세포인 1액(HC)과 TGF-β1 유전자를 담은 형질전환세포(TC)인 2액으로 구성된다. 논란의 중심은 형질전환세포로 TGF-β1 유전자가 허가사항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에서 유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를 개발 중이던 지난 2004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때 티슈진은 개발 초기였던 인보사의 형질전환세포의 유래세포를 파악했는데 유래세포의 범위가 GP2-293 또는 연골세포로 좁혀졌다.

이후 형질전환세포를 분석한 결과 GP2-293의 특성인 개그(Gag) 유전자와 폴(Pol) 유전자가 모두 음성으로 나온 반면 연골세포에서는 콜라겐과 TGF-β1,2 수용체가 각각 발현됐다. 티슈진은 이를 근거로 형질전환세포의 유래세포를 연골세포로 결론 내렸다.

문제는 최근 시행한 STR 검사였다. STR 검사는 친자 확인 검사와 같은 유전체 및 유전자 검사법이다. 미국에서 이뤄진 이 검사에서 GP2-293의 유전학적 특성이 확인되면서 형질전환세포의 유래세포가 15년 만에 뒤바뀌게 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런 배경 설명을 하면서 인보사의 주성분이 허가 당시와 다른 이유로 STR 검사 가능 여부가 다른 2004년과 현재의 기술 수준 차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이들은 유래세포를 15년 전 잘못 인지한 것일 뿐 개발과정 모두 같은 성분으로 진행돼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도 현재까지 안전성이 우려되는 부작용 보고는 없었다. 식약처 역시 방사선 조사를 완료하는 등 품목허가 시 제출된 독성시험 결과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큰 우려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안전성과 유효성에 이상이 없다고 해도 코오롱생명과학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체 개발한 신약의 성분을 15년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에서 인보사의 안전성·유효성 논란이 빚어졌고 그동안 쌓은 신뢰도에도 치명타를 입게 됐다.

실제로 애초에 성분 표기가 잘못돼 제조 및 판매가 중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 업계에서도 제조사가 무려 15년간 신약의 성분을 확실히 몰랐다는 점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여기에 이번 사태와 관련한 식약처의 최종적인 결과가 나와야 판매 재개 여부를 알 수 있는 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보건당국 역시 책임론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미국에서도 STR 검사가 필수는 아니지만 이번 논란은 해외 허가 과정에서 시작됐다. 애초에 잘못 인지된 후 보고됐지만 허가를 내준 점과 이번 사태를 다시 보고받고 깨달은 식약처의 잘못이 아예 없다고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해명을 했지만 이번 논란이 적지 않은 충격이 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향후 상황을 봐야겠지만 이전의 명성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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