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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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는 항상 부족합니다. 화석 연료를 태우고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해도 전력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습니다. 반면에 버려지는 에너지도 적지 않습니다. 태양광, 진동, 열, 바람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지 않으면 인간의 입장에서는 그냥 버려지는 겁니다.

이런 미활용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 사용하는 것을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이라고 합니다. 하베스트, 즉 수확하다·거두다는 뜻입니다. 부존량의 제한이 없고 친환경적이라 최근 에너지 하베스팅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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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하베스팅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풍력 발전이나 파력 발전 등 자연 에너지 생산도 에너지 하베스팅의 하나로 봅니다. 그 외에 열에 의해 만들어진 에너지(열전), 진동의 힘에서 얻는 에너지(압전), 전기장과 자기장(전자기)을 이용한 통신 시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확, 전기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 중 진동의 힘, 즉 압전 에너지 하베스팅에 대해 알아봅시다. 압전은 특정 물체에 압력을 가할 때 음전하와 양전하가 분리되는 현상에서 시작됩니다. 이때 전하 밀도 차이로 인해 전기가 흐르는 현상을 압전이라고 합니다.

압전 하베스팅 구조
압전 하베스팅 구조

외부의 기계적 에너지(충격, 진동 등)를 압전 재료에 전달해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고 이를 슈퍼 캐퍼시터나 2차 전지에 축전해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재료 종류에 따라 세라믹 압전 재료, 폴리머 압전 재료가 있습니다.

이 압전 재료는 진동 등으로부터 많은 전기를 얻기 위해 ‘전기-기계결합계수’가 큰 재료를 활용합니다. 세라믹 압전 재료 중 하나인 PZT는 전기-기계 결합 계수가 0.5, 폴리머 압전 재료인 PVDF 0.2입니다. 전기-기계 결합 계수로 보면 세라믹 압전 재료가 좀 더 효율적입니다.

PVDF(이소불화비닐)
PVDF(이소불화비닐)

다만 세라믹은 폴리머보다 단단해 적은 진동으로는 에너지를 만들 수 없습니다. 잘 깨지기 때문에 변형이 큰 압전 하베스팅 장치로는 활용하기 힘듭니다. 최근에는 두 재료의 장점을 모두 취한 세라믹-폴리머 복합재료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압전 하베스팅은 어디에 활용될까요. 우선 지속적인 진동 혹은 충격이 있으면 압전 하베스팅에 유리합니다.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바로 도로입니다. 도로에는 자동차가 계속 달립니다. 자동차 바퀴를 통해 진동이 전달됩니다. 또 사람이 걸을 때마다 발로 밟으면서 진동과 충격을 줍니다.

일본 발전마루
일본 발전마루

일본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압전 하베스팅을 활용한 ‘발전마루’를 개발했습니다. 2006년 자동차와 사람이 지나가면서 도로를 밟을 때 생기는 압력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합니다. 가로 세로 50Cm로 도로라기보다는 판에 가깝습니다. 하루 최대 전기 생산량은 200kW 수준입니다. 지하철 통로와 개찰구 등에 설치됐고, 2010년에는 일본의 한 수족관에도 도입됐습니다.

페이브젠이라는 영국 에너지 회사도 이 기술을 활용했습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빈민가 축구장에 압전 하베스팅 발전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낮에 아이들이 축구하며 축구장 바닥에 압력을 가하고 이를 모아 전기를 생산합니다. 밤에도 환하게 할 수 있도록 LED에 전기를 공급합니다.

KIST 도로용 압전 발전장치
KIST 도로용 압전 발전장치

우리나라도 압전 하베스팅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2018년 한국과학기술원(KIST) 전자재료연구팀은 PVDF를 이용해 ‘도로용 압전 발전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기존 장치보다 출력이 5배 높고 납이 들어가지 않아 인체에 해롭지 않습니다. 또 한국화학원에서도 휘는 압력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압전 하베스팅 기술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권동준 기자 djkwo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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