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가 우리에게 잘해주는 이유가 재미있다. 올드한 부부가 아무 대책도 없이 캄차카에 온 것이 처음에는 한심했단다. 두 늙은이가 신기하게도 첨단 기계를 잘 다루고 여기저기 잘 댕기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단다. 무엇보다 항상 긍정적인 내가 좋단다.

아침 출근길에 마리아가 자켓을 찾으러 왔다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를 걱정한다. 공항까지 어쩌나 하기에 비가 오니 택시 타고 갈 거라고 안심시켰다. 집주인에게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라고 당부를 한다.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다. 집주인과 약속한 체크아웃시간 10시가 넘어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 30분까지 기다리다 우편함에 열쇠를 넣어놓고 메모를 남기고 나왔다. 택시를 탈까 했는데 공항버스가 바로 온다. 이젠 버스 타는 것이 익숙하고 편하다. 공항까지 40여분 걸린다.

캄차카공항
캄차카공항

공항에 도착해서 보안검색을 통과하니 복잡하다. 모스크바직항 체크인 줄이 길다. 한바탕 소란을 치르고 모스크바행 체크인이 끝나고 블라디보스톡 체크인이 시작이다. 줄에 섰는데 대부대가 앞에 끼어든다. 깜짝 놀라서 쳐다보니 할머니 눈에 눈물이 그렁거린다. 내가 블라디보스톡가냐고 물으니 손자 혼자 보내는거란다. 내 눈에도 눈물이 그렁거린다. 끼어든 것이 용서된다.

체크인수속하고 들어가니 대합실이 단순하다. 라운지도 없고 바 하나 있는 것이 다이다. 샌드위치 한 조각이 250루블이다. 커피보다 생맥주가 더 싸다. 한국산 와사비 김이 있어서 사먹었다.

구름낀 캄차카
구름낀 캄차카

비행기에 오르고 이륙을 했다. 구름을 뚫고 하늘로 올랐다. 캄차카에서 헬기 투어를 예약하고 일주일을 기다려서도 못 탔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우리가 두 번이나 헬기를 탈수 있었던 것이 감사한 일이다. 구름층이 어찌나 두꺼운지 한참을 구름 위로 날았다.

블라디보스톡 도착
블라디보스톡 도착

3시간10분을 날아서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했다. 활주로에 착륙하는 순간 반가운 우리 비행기가 보인다. 바로 갈아타고 한국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활주로로 들어선다. 우리는 도착하고 우리가 내일 탈 비행기는 떠난다.

택시예약하고 짐 찾기
택시예약하고 짐 찾기

공항 택시를 예약하고 짐을 찾았다. 한국서 출발할 때보다 10kg이상 줄었다. 러시아 여행이라 먹을 것을 많이 챙긴 탓이다. 다행히 대신 채워서 갈 아이템을 찾았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찾아볼 일이다.

현대호텔
현대호텔

블라디보스톡에서 제일 좋은 호텔이 현대호텔이다. 호텔 간판이 키릴 문자라 낯설다. 비즈니스센터라는 간판을 이젠 더듬거리지않고 읽을 수가 있다.

호텔로비
호텔로비

근데 한국 호텔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든다. 직원들도 모두 러시아사람들이다.

방에서 보는 전망
방에서 보는 전망

방이 11층이라 전망이 맘에 딱 든다. 블라디보스톡을 대표하는 졸로토이다리가 눈앞에 보인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호텔에 묵으니 감회가 새롭다. 아무래도 내 속에는 도시 여자의 피가 흐르나보다. 대충 짐을 풀고 독수리전망대로 걸어갔다. 호텔에서 산책 삼아 걸어갈 거리이다. 전망대에는 한국 단체 관광객들이 보인다.

독수리전망대에서 본 풍경
독수리전망대에서 본 풍경

키릴형제 동상 앞에서 웨딩촬영하는 신부가 예쁘다.

푸니쿨라 타고 하산
푸니쿨라 타고 하산

푸니쿨라를 타고 시내로 내려왔다. 지난번에는 비가 와서 제대로 못봤는데 오늘은 날씨가 좋다. 굼 백화점까지 걸어갔다.

시내풍경
시내풍경

남편을 편한 자리에 앉혀놓고 마음 놓고 쇼핑을 했다. 캄차카마트에서 사서 써보고 완전 반한 팩이 있다. 천연 오가닉 제품인데 가격도 싸고 완전 좋다. 수십 개를 샀는데도 얼마 안한다. 러시아 서민 물가가 확 와 닿는다.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남편한테 가니 화들짝 놀랜다. 명품화장품 하나 가격이라고 했더니 기막혀 한다. 명품 하나 사고 말지 하는 표정이다. 혼자서 쓰는 것보다 이웃과 나눠 쓰는 맛이다. 싸고 좋은 것은 나눠 써야 즐겁다. 호텔 근처 맛집에 갔다.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오는 분위기다. 해물파스타, 연어스테이크 샐러드를 시켰는데 다 맛있다.

세박탄쥬스에 행복
세박탄쥬스에 행복

세박턴쥬스도 오랜만에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묵는 방은 동향이라 석양을 볼 수가 없다.

호텔 스카이바
호텔 스카이바

12층 스카이라운지로 갔다. 잘생긴 러시아청년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손님이라곤 우리밖에 없다.

스카이바에서 보는 석양
스카이바에서 보는 석양

해지는 광경을 보면서 포르토와인을 마셨다. 청년이 노래를 잘한다. 서빙하는 아가씨가 영화배우처럼 예쁘다.

방에서 보는 야경
방에서 보는 야경

해가 넘어가고 방으로 돌아왔다. 졸로토이다리의 근사한 야경을 기대했는데 다리 부근이 컴컴하다. 그래도 블라디보스톡의 야경을 보는 것이 좋아서 미니바의 와인 뚜껑을 열었다. 러시아여행의 마무리를 제대로 한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 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 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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