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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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대형마트 등에서 계란 판매가 전면 중단되며 사상 초유 사태가 발생해 먹거리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인 14일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한 친환경 산란계 농장의 계란에서 닭에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피프로닐은 가축과 애완동물 등에 기생하는 벼룩과 진드기를 없애는 데 주로 이용하는 물질이지만 닭에는 사용할 수 없다. 최근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파문이 발생하자 세계보건기구(WHO)가 피프로닐을 과다 섭취할 경우 간장·신장 등 장기가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면서 우리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이 농가는 이를 모르고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가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벌이고 있는 조사에서 "다른 농가에서 이 물질이 진드기 박멸에 좋다는 얘길 들었다. 피프로닐인 줄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현재까지 이 농가의 계란 16만개가 유통된 것으로 보인다. 경위 조사에서 농장주는 지난 6일 피프로닐을 한 차례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농식품부가 계란의 시료를 채취한 시점은 9일, 피프로닐이 검출된 시점은 14일이다. 즉 6일부터 13일까지 하루에 2만개에서 2만5000개 정도씩 16만개 정도가 유통된 셈이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경기도 광주의 또 다른 친환경 산란계 농장에서 닭 진드기 박멸용으로 사용되는 '비펜트린' 성분이 사용량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농식품부는 관계부처 및 민관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15일 자정부터 전국 3000마리 이상 산란계 농가의 계란 출하를 잠정 중단했다. 또 오는 17일까지 전국 모든 산란계 농장 1456곳의 살충제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농식품부로부터 살충제를 사용한 농장에서 납품한 중간유통상 정보를 넘겨받았다. 식약처는 즉각 유통 경로를 추적 중이며 이들 계란을 전량 회수·폐기한다는 계획이다.

살충제 계란 사태로 유통업체들은 계란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대형마트 3사와 농협하나로마트, 슈퍼마켓과 편의점은 물론 쿠팡과 위메프를 비롯한 주요 온라인 사이트들도 생란과 계란 관련 제품의 판매를 멈췄다. 온·오프라인에서 계란 판매를 중단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특히 피해는 소비자에게 더 클 전망이다. 지난해 말부터 연이어 터진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살충제 계란으로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계란 수급에 비상이 걸린 것. 여기에 '계란 대란'과 함께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식품·요식업계도 크게 당황한 모습이다. 이들은 계란을 이용해 식품을 생산하는 만큼 당장 제품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특히 제빵·제과업계는 각종 빵이나 과자를 만들 때 계란이 반드시 필요해 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살충제 계란 사태가 예견된 수순이라는 입장이다.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파동이 시작됐을 때 농식품부는 우리나라에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태로 정부의 먹거리 위생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그동안 항생제 등만을 검사했으며 살충제 성분 검사는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처음으로 농장 60곳을 표본으로 선정해 피프로닐 검사를 진행했고 제대로 된 검사는 지난 3월에야 이뤄졌다. 다른 농장에서 이미 유통한 계란에 이 물질 대거 사용됐을 수도 있다.

황재용 기자 (hsoul38@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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