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60도의 비밀, '초저온냉동'

발행일시 : 2017-07-08 00:00

음식의 맛은 식재료 신선도로 좌우된다. 바로 구매한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이 더 맛있는 이유다. 하지만 매번 가정에서 끼니마다 식재료를 구매해 요리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신 생선이나 고기류는 냉동 보관해 필요할 때 사용하는 때가 많다. 이들 식재료는 냉동 보관하면 신선함이 유지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냉동 보관 시 냉동 온도와 속도에 따라 식품의 신선도와 풍미가 달라진다는 비밀이 있다. 그 비밀의 열쇠를 지난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7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기술 심포지엄'에서 쑨 다윈 더블린대 식품공학과 교수와 최미정 건국대 축산식품생명공학과 교수가 풀었다.

쑨다윈더블린대식품공학과교수(오른쪽)와최미정건국대축산식품생명공학과교수가&#57441;2017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기술심포지엄&#57442;에서초저온냉동기술에대해토론하고있다 <쑨다윈더블린대식품공학과교수(오른쪽)와최미정건국대축산식품생명공학과교수가&#57441;2017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기술심포지엄&#57442;에서초저온냉동기술에대해토론하고있다>

◇영양파괴 적고 신선한 식감 유지에 초저온냉동 저장이 최선
신선한 식품을 냉동 보관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기 위해 LG전자와 쑨 다윈 교수·최미정 교수는 2014년부터 팀을 이뤄 '초저온냉동 보관 시의 식품 변화' 연구를 진행했다. -30도를 유지하는 기존 냉동고에 비해 -60도를 유지할 수 있는 '초저온냉동' 기술은 식품을 더 신선하고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게 한다.

실험은 고기와 생선, 채소 및 과일, 조리된 식품 등 4가지 식품류 7종을 선정, 일반 냉장고의 냉동고 온도인 -18도와 초저온 상태인 -50도, -60도에서 6개월간 저장하면서 식품군 품질변화를 관찰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실험 결과 3개월 이후 -18도에서 저장한 생선, 돼지고기, 딸기는 외관상 색 변화가 일어나고 단백질이나 지방 산패가 발생했다. 딸기는 붉은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고등어는 기존 냉동온도인 -18도에서 3개월 이후 선홍빛에서 어두운 갈색으로 색변화, 지방산화와 단백질 변성이 많이 일어나는 결과를 보였다. 반면에 -60도에서 저장한 돼지고기, 고등어, 딸기는 식품 고유의 색과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다.

냉동 식재료는 해동 후 드립로스(drip loss, 수분 이탈)가 발생한다. 기존 냉동고 온도인 -18도에서 저장한 식품은 초저온냉동고(-50도, -60도)에서 저장한 식품 보다 2~3배 많은 수분이 빠져나갔다. 드립로스가 심한 돼지고기, 고등어, 조기, 닭고기와 같은 단백질식품을 조리해 섭취하면 음식이 퍽퍽하고 질겨져 식감이 좋지 않다. 게다가 -18도에서 저장한 식품은 해동 과정에서 수용성 영양 성분이 많이 빠져나가 품질이나 영양가도 떨어지게 된다.

쑨 다윈 교수는 “초저온냉동은 초기에 급속 냉동돼 얼음결정체가 작은 동결상태로 장기 저장 시 얼음결정체가 커지는 재결정화 현상이 느리게 진행돼 해동 시 발생할 수 있는 수분이탈을 최소화한다”면서 “식품 섭취 시 다즙성 품질이 유지돼 식감이 좋고 수용성 영양 성분(수용성 비타민, 미네랄 등)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어 영양학적으로도 좋다. 뿐만 아니라 보관기간도 보통 -30도 이하는 6개월 정도, -60도 이하는 길게는 1년 6개월까지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60도의 비밀,  '초저온냉동'

◇초저온냉동 기술의 핵심, 냉동 저장 온도와 냉동 속도
최미정 교수는 “-60도 초저온에서는 식품 안에 있는 미생물이나 세균 등이 활동을 중단해 오랜 기간 보관해도 식품이 변질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산화에 취약하나 영양학적 의미가 있는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식품도 초저온 냉동해 저장하면 산화가 지연돼 신선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초저온냉동 기술은 냉동 저장 온도와 냉동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저온냉동고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됐다. 반면에 국내에서는 주로 대형 마트나 일반 특수 목적의 실험이 필요한 기업에 사용돼왔다. 하지만 LG전자는 식품을 오래 신선하게 보관하려는 소비자 요구를 고려, 쑨 다윈 교수와 최미정 교수 연구결과를 토대로 지난해 가정식 초저온냉동고를 출시했다. 기존 초저온냉동 기술 구현에는 높은 전력량이 소비돼 많은 비용이 발생했다. 그러나 LG전자는 혼합냉매와 열교환기 기술로 초저온냉동고를 일반 업소 및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특화시켰다. 혼합냉매는 일반냉매보다 고온·고압력에서 열을 방출한다. 여기에 열교환기 기술이 적용돼 냉동속도를 1.5배 빠르게 개선했고,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력소비와 소음도 줄였다.

LG전자 초저온냉동고 <LG전자 초저온냉동고>

지난해 출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초저온냉동고는 계절 식품이나 지방 특산물 등을 오래 저장해서 먹는 가정, 요리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신선 재료를 보관하는 가정, 대량으로 요리해서 저장하는 가정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다. 초저온냉동고는 해산물 수요가 높은 어촌과 곡식 보관 등의 필요성이 높은 농촌 등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김치냉장고가 그랬듯 초저온냉동고도 서서히 가정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아갈 전망이다.

이향선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hyangseon.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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