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론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그나기를 좋아할듯하다. 시그나기도 산위 능선 절벽위에 만들어진 마을이다. 분위기도 비슷한 면이 많다. 절벽에 지어진 집들이 이쁜 민박집으로 자리잡고 있다. 동네전체가 민박집 아니면 레스토랑으로 생계를 유지하는듯 하다.

멀리 산아래에서 해가 뜬다. 대부분의 경우는 산에서 해뜨는것을 보는데 멀리 산아래에서 뜨는 해를 보니 감동이 다르다. 구름이 끼지 않았으면 더 좋을라나? 내일은 구름이 끼지않길 기대해본다.

오늘은 남쪽 바슐로바니보호구역을 가기로 했다. 미리 알아본 정보에 따르면 방문사무실에 들러서 여권등록을 하고 공원에 입장해야 한단다. 그래서 여권을 배낭에 챙겨넣고 출발을 했다. 한시간가량 차를 달려서 사무실에 도착했다.

영어를 할줄아는 직원이 없어서 직원이 영어하는 사람을 전화로 연결해준다. 다행히 우리가 가고싶은 독수리계곡하고 코르나부지요새는 여권등록없이 들어가도 된단다. 더 남쪽의 국경근처부분을 들어갈때 여권이나 신분증등록이 필요하단다. 남쪽 국립공원부분은 캠핑등을 하러 가는 경우가 많고 볼거리는 독수리계곡하고 요새쪽이 더 좋단다.

일단 점심거리를 위해 마을시장으로 들어갔다. 재래시장의 분위기가 정겹다. 살구하고 간식거리등등을 샀다. 차를 몰고 독수리계곡으로 먼저 갔다. 이정표가 잘되어있어서 이정표지시대로 따라갔다.

완벽한 이정표끝에는 정비된 주차장이 있으리라 믿었다. 길은 점점 험한 계곡이 보이는 곳으로 가는데 느낌이 수상하다. 길끝에는 바위가 막고있어 더이상 갈수가 없다. 진퇴양난이다.

겨우 낑낑거리며 후진을 해서 다시 비틀기를 해서 차를 주차하려 했다. 비탈길에서 후진전진을 반복하는데 수동SUV라 후진기어에서 차가 밀려서 앞으로 갈때는 눈앞이 깜깜해졌다. 나의 하이소프라노 꺄아악아리아가 계곡에 울려퍼졌다. 운전하는 남편보다 앞뒤 살펴주는 내 심장이 더 쫄깃거린다.

생고생 종합셋트를 완벽히 수행하고 비탈길에 힘들게 차를 세웠다. 다리가 후덜거리고 몸에 힘이 빠지는데 남편이 독수리계곡으로 올라가잔다. 이정표를 믿고 트레일로 들어섰다. 가시덤불이 나오고 길이 끊어진다.

또 수상하다. 이정표는 무시하고 느낌대로 가기로 했다. 능선줄기잡고 올라서니 독수리계곡이 내려보인다. 마침 독수리한마리가 날아오른다.

10분정도 멍하니 앉아서 독수리의 날개짓을 감상했다. 독수리를 많이 봤지만 이 독수리는 날개안쪽이 하얀색이고 뒤집을때는 날개끝이 검은 색이다. 망원경이 없어서 자세한 모습은 모르겠지만 남다른 패션이다.

다른 독수리도 두세마리 한번씩 비상하는데 하얀날개독수리의 위용이 압도적이다. 아침이나 저녁시간이면 더 많은 독수리들을 볼텐데 아쉽다. 정면 벽을 보니 독수리둥지가 하나둘이 아닌듯 보인다. 독수리계곡이라 부를만 하다.

돌아서 나오는 길은 이정표를 무시하고 느낌대로 능선을 걸었다. 걸어나오는 길에서 만나는 야생화들이 독특하다. 가시덤불이 많아서 바지와 양말등에 가시가 가득 붙었다. 차에 도착해서 가시떼어내고 차를 탔다. 소이외에는 사람이라곤 발자욱도 못봤다.

차를 몰아서 코르나부지요새로 갔다. 지도상 짧아보이는 길로 갔다. 욕이 저절로 나온다. 이걸 길이라고 지도에 표시했나 싶다. 다시 또 낑낑 비틀기 꺄아악 3종셋트 완성이다.

지나가는 아저씨가 차돌리는데 길을 봐준다. 아무 도움도 안되는데 마두로바 인사를 날려줬다. 아저씨는 왜 이길을 계속 안가고 돌아나가냐고 이상타한다. 난 아저씨가 더 이상하다. 이길은 차가 갈수가 없는 길이다. 대단한 조지아사람들이다.

10분정도 걸어가니 요새가 보인다. 대단한 규모인데 이렇게 구석에 파묻혀 알려지지않는 것이 아쉽다. 조지아에서 본 요새중 최대규모이다. 요새로 올라가고 싶어서 주위를 돌아보았다

뒤쪽 상단로가 막혀있고 올라갈 방법이 없다. 완벽한 요새임이 분명하다. 대신 건너편 절벽의 독수리둥지를 발견했다. 애기독수리가 배가 고픈 모양이다.

뒤쪽 상단로가 막혀있고 올라갈 방법이 없다. 완벽한 요새임이 분명하다. 대신 건너편 절벽의 독수리둥지를 발견했다. 애기독수리가 배가 고픈 모양이다.

독수리보채는 소리가 강아지가 밥달라는 소리와 닮았다. 아빠독수리는 먹이를 구하러 하늘을 비상하고 어미와 애기가 둥지에서 몸을 뒤튼다.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카메라에 담을수없는 것이 안타깝다. 새위로 올라갈 방법을 아무리 찾아도 없다.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나왔다.

다시 차를 몰아 보드베수녀원으로 향했다. 보드베수녀원은 시그나기에서 멀지않다. 수녀원답게 정원이나 기도실을 이쁘게 꾸며놓았다. 본당을 증축중이라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수녀원이다. 수녀님들이 무섭게 인상쓰고 계셨다. 그마저도 성스럽다. 초를 사서 불을 밝혔다.

호텔로 돌아오니 녹초상태다. 히말라야 한바퀴 돌고온 기분이다. 오는 길에 산 참외 3개를 깍아먹었다. 냄새하고 생긴건 맛있어 보이더니 별로다. 참외좋아하는 남편도 별로라 한다. 다음에 한번 더 시도해봐야겠다.

호텔로 돌아오니 녹초상태다. 히말라야 한바퀴 돌고온 기분이다. 오는 길에 산 참외 3개를 깍아먹었다. 냄새하고 생긴건 맛있어 보이더니 별로다. 참외좋아하는 남편도 별로라 한다. 다음에 한번 더 시도해봐야겠다.

6시경 일찍부터 배가 고프다. 오늘은 어디서 먹을까했더니 남편이 성벽교회앞 식당으로 가잔다. 어제 비싼 식당에서 먹었는데 별로여서 오늘은 맛있어보이는 식당으로 갔다. 들어서는데 젊은 백인커플이 있다.

자리에 앉아서 인사를 나누었다. 조지아여행을 시작하는 독일커플이다. 메스티아 쿠타이시등등 우리가 다닌 정보를 나눠줬다. 내일 다빗가레자갈거라 했더니 자기들도 내일 갈거란다. 우리보고 어떻게 갈거냐 묻길래 차가 있다했더니 부러워한다. 남편이 원하면 태워주겠다고 하니 좋아한다.

내일 만날 시간하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고 커플은 식당을 떠났다. 난 남편에게 다시한번 안전운전과 살살운전을 다짐받았다. 나야 남편의 갈비뼈니깐 어째도 상관없지만 젊디젊은 커플은 소중하다. 남편도 조심 살살운전을 약속했다.

저녁먹고 과일디저트를 시켰더니 한접시 가득 나왔다. 낮에 주먹만한 참외3개보다 알차다. 계산하고 호텔로 돌아오면서 차 뒷좌석 쓰레기도 치우고 자리를 정리했다. 맘속으로 계속 기도했다. 젊은 독일커플의 행복한 여행을...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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