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 쌩쌩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쨍쨍한 햇살이 반긴다. 높지 않은 건물들 사이로 빼곡하게 탑차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점심시간에 도착해서인지 삼삼오오 바깥으로 나온 직원들로 가득하다.

22일 LG전자 생활가전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경상남도 창원시 창원1공장과 2공장을 찾았다. 1976년 설립된 창원 1공장은 연면적 28만 제곱미터 규모로, 냉장고, 정수기, 컴프레서 등을, 1987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연면적 52만6000제곱미터의 2공장에서는 세탁기, 에어컨, 청소기, 모터, 컴프레서 등을 생산하고 있다.

창원1공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한창 건설 중인 20층 규모 창원R&D센터의 모습이 보인다. 아직까지는 반쯤 벌거벗겨진 상태다. 내년말쯤 완공된다. LG전자는 직원 생활관 등과 함께 약 2000억 원을 투입한다.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에 위치한 창원 1공장에서 냉장고 컴프레서를 옮기고 있다.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에 위치한 창원 1공장에서 냉장고 컴프레서를 옮기고 있다.

◇ 표준 규격보다 최대 3배 더 시달리는 ‘모터들’
뱅글뱅글 공장을 도는 버스를 따라 맨 처음 찾아간 곳은 창원2공장의 C&M사업장이다. 창원2공장에서는 모터를 생산한다. 같은 공장에서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을 만드는 생산라인에 바로 공급하고 있다.

LG전자는 핵심부품에서 완제품까지 H&A사업본부 내에 수직계열화를 갖추고 있다. 전 세계 종합 가전 업체 가운데 모터, 컴프레서 등 부품 사업을 직접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LG전자는 창원 2공장 C동에서 세탁기, 식기세척기, 건조기 등에 들어가는 모터와, 에어컨, 냉장고에 탑재되는 컴프레서용 모터 등을 생산하고 있다.

들어서자마자 신기함에 두 눈을 떼지 못했다. 너무나 많은 종류의 모터가 생산되고 있었다. 모터에 제품을 맞춘다기 보다는 제품에 맞게 모터를 따로 생산하는 듯 했다.

모터는 자석과 코일로 이뤄졌다. 코일 감기, 코일 연결, 검사 등 크게 3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모터의 경우 많은 양의 코일을 균일하게 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치 물레를 곱게 짜는 것과 같다.

총 11개의 생산라인은 생산품목에 따라 공정 방식, 라인 길이 등이 다르다. 라인 길이는 짧게는 10m, 길게는 50m다.

공장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라인은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용 모터를 생산하고 있다. 코일을 감는 설비 10여 대가 컨베이어 벨트 위 모터들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며 천천히 흘려 보낸다. 코일을 감는 설비 옆에는 무게가 200kg이 넘는 코일 통이 있다.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성산동에 위치한 창원 2공장 내 모터 생산라인에서 LG전자 직원이 세탁기용 DD(Direct Drive) 모터를 생산하고 있다.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성산동에 위치한 창원 2공장 내 모터 생산라인에서 LG전자 직원이 세탁기용 DD(Direct Drive) 모터를 생산하고 있다.

라인 가운데 눈에 띄는 곳은 3개 라인에서 제조되는 세탁기용 DD모터였다. 구리선이 빠르게 로봇으로 빨려 들어간다. 상하로 움직이며 구리선을 째빠르게 감는다.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모터 가운데 DD모터가 30% 이상으로 가장 많다.

DD모터 라인에서는 다른 라인과 달리 5대의 로봇이 분주하게 모터를 옮기고 있다. 달려들 듯 빠르게 움직이는 로봇 손만 보고 있어도 신기하다. 코일을 감는 공정도 위쪽과 아래쪽 두 방향에서 동시에 이뤄져 6초에 DD모터 1대씩 생산된다고 한다.

라인을 빠져나오면 신뢰성 실험실에 들어갈 수 있다. 이 곳에서는 다양한 모터들이 품질 테스트를 받는다. 에너지 효율 측정과 밀폐된 방에서의 소음 측정, 진동과 수명 등을 확인한다.

LG전자 관계자는 “국가별 표준 규격보다 2배 내지 3배 정도 더 가혹한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드제로 싸이킹 2세대 스마트 인버터 모터 100여 대가 전원을 켜고 끄기를 수 천 회 반복하고 있다. 그 앞에는 DD모터가 심하게 흔들리는 둥근 판 위에 고정된 채 진동 실험이 진행됐다. 실험실의 마지막에는 UL이 직접 품질규격을 알아보는 방이 마련돼 있다.

1공장에서 생산된 컴프레서는 같은 공장의 냉장고와 정수기에 공급하고, 2공장에서 생산된 컴프레서는 같은 공장의 에어컨 생산라인에 투입된다.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에 위치한 창원 1공장 내 냉장고 컴프레서 생산라인에서 LG전자 직원이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생산하고 있다.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에 위치한 창원 1공장 내 냉장고 컴프레서 생산라인에서 LG전자 직원이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생산하고 있다.

◇ 1개의 기포도 용납 못하는 ‘컴프레서’의 다이빙
창원 2공장에서 생산된 컴프레서용 모터는 창원 1공장 B1동에 있는 컴프레서 생산라인으로 이동한다. 모터가 가는데로 창원 1공장에 들어섰다. 외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오른다. 각 층의 높이가 높아 마치 4층에 오르는 듯 하다.

라인은 총 3개다. 냉장고용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냉장고와 정수기에 사용되는 소형 컴프레서, 일반 컴프레서로 구분된다.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3초에 컴프레서 1개씩 만들어진다.

맨 안쪽에 있는 생산라인에서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가 70m 라인을 통과하면서 조립, 용접 등 총 10개의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모터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 리니어 모터는 컴프레서 생산라인에 투입되면 가장 먼저 코어와 체결된다. 코어는 모터에 전기를 흘려 보내주는 전자석으로 철심처럼 생겼다. 자동화 설비는 리니어 모터의 영구자석과 전자석 간의 간격인 ‘에어 갭’을 최소화해 더 작은 전류를 만들어내 컴프레서 성능을 높여준다.

리니어 모터는 직선운동을 하기 때문에 가로 방향의 길다란 형태로 피스톤과 4쌍의 스프링을 연결한다. 탄성력이 높은 스프링을 균형이 유지된 상태에서 체결하는 것이 모터의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에 위치한 창원 1공장 내 냉장고 컴프레서 생산라인에서 LG전자 직원이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생산하고 있다.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에 위치한 창원 1공장 내 냉장고 컴프레서 생산라인에서 LG전자 직원이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생산하고 있다.

조립과정을 따라다가보니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진다. 조립을 마친 컴프레서들은 제조 공정이 끝난 뒤 뒤쪽의 검사실로 모인다. 머리 위로 마치 로봇의 두뇌와 비슷해보이는 컴프레서들이 일렬로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작업자들은 모든 컴프레서에 대해 진동, 소음 검사를 거친다. 눈길을 끄는 곳은 냉매 유출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대형 수조에 컴프레서를 다이빙 시키는 곳이다. 위쪽에 주르륵 연결돼 있는 공기 호스를 컴프레서에 연결하면 대형 수조에 퐁당 빠진다. 수조 속에서 기포가 발생하는지를 따져 품질을 검사한다.

품질 검사가 끝난 컴프레서는 전용 승강기를 이용해 2층에서 1층으로 이동한다. 검사 공정까지 완료되면 냉장고, 정수기, 에어컨 등을 만드는 생산라인으로 옮겨진다.

공장을 나오면 바로 옆에 신뢰성 실험동을 볼 수 있다. 실험동에서는 컴프레서들이 테스트 된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R-134a’ 냉매 적용한 냉장고용 컴프레서 테스트 기기들을 만날 수 있다. 기기는 냉장고를 축약해 컴프레서가 제 성능을 낼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각각의 테스트 결과는 실시간으로 3명의 직원이 확인할 수 없어, 메인 기기가 이를 종합해 해당 분석 직원에게 넘겨 준다.

왼편에는 압력과 부하를 높여 부품의 마모가 생기는지를 확인하고, 영하의 극한 조건에서도 냉매가 정상적으로 순환하는지 등을 테스트한다.

김문기 기자 (moon@next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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