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나드국립공원에서 동물구경을 하려고 새벽에 서둘러 길을 나섰다. 5시30분에 정확히 차가 왔다. 쓸데없이 7인승차가 왔다. 이럴 땐 둘이서만 다니는게 넘 억울하다. 아침준비하기로 한 주방장이 그제야 토스트를 굽느라 허둥댄다. 내가 바로 주방아줌마모드로 변신해서 토스트를 쾌속모드로 굽고 쨈발라서 준비하니 주방장이 입을 떡 벌린다. 이래뵈도 나...주부야. 남편하고 기사한테 토스트먹이면서 출발했다. 대단한 프로젝트수행이라도 하는듯 새벽부터 난리를 쳤다.

차는 열심히 달려 국립공원입구에 도착했다. 엄청난 행렬의 차들이 공원입구 밖에 줄을 서있다. 알림판을 읽어보니 저녁 9시부터 오전6시까지는 공원내 도로를 다닐수 없다고 써있다. 9시넘어 도착한 차들이 주경계를 넘으려면 오전 6시까지 도로상에서 대기해야한다. 인도에서 기사들은 차에서 자는 일이 일상이라 이해가 된다.

국립공원에 들어가서 지프사파리하는 곳으로 갔다. 오늘은 입장이 안된단다. 국립공원소속인 코끼리조련사가 돌아가셔서 오늘은 이구역입구를 닫고 지프사파리투어도 안한단다. 헐...먼길 달려 왔는데 날벼락이다. 기사가 너무 미안해한다. 기사잘못은 아니니 괜찮다했다. 우리가 들어갈 운이 없는거지.

기사는 케랄라주경계를 넘어가면 카르나타카주인데 거기서 야생동물도 많이 볼수 있다한다. 그러자고 했다. 북쪽으로 한참가니 케랄라주경계를 넘어 카르나타카주로 들어선다. 가는 동안 기사는 주위 숲을 살펴서 사슴도 찾아주고 두리번거리며 보여줄것을 찾느라 애쓴다.

하지만 난 먼동이 트고 습지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몽환적인 분위기에 푹 빠져 그자체가 좋았다. 주경계를 넘으려면 퍼밋을 받고 돈을 내야하는데 잠시 들어갈거라 기사는 차를 검문소 약간 지나서 세운다. 기사가 얼른 나에게 50루피를 달라고 한다. 원래는 백루피인데 경찰에게 그냥 50루피 쥐어주면서 모든 절차를 생략한다. 난 영문도 모르고 달라는대로 줬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런거였다.

경계를 넘어와서 보니 국립공원은 반디풀국립공원이다. 남인도국립공원을 될수있으면 다 들르고 싶었었다. 자연을 즐길겸 반디풀도 가려했었다가 동선때문에 포기했는데 결국은 반디풀국립공원까지 보게 되었다. 같은 공원인데 주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말이 다르니 이름도 완전히 다르다.

입장이 허락된 곳에서 내려서 사진도 찍고 물안개 아련한 중에 산책하는 사슴가족도 만났다. 군데군데 터마이터가 많아서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내가 터마이터에 관심가지니 기사가 터마이터있는곳마다 세워준다.

국립공원을 나와서 에다칼동굴로 갔다. 가는 길에 제대로 아침먹자고 식당에 들렀다. 먹을만한게 제대로 없는 로칼식당이다. 우리는 간단히 짜야하고 인도식 찐빵하고 완두콩맛살라시켜 먹었다.

아침먹고 에다칼공원으로 갔다. 입구에 차를 세우더니 원하는 시간만큼 실컷 보고오란다. 지프사파리를 못하는 바람에 일찍 동굴에 온 덕분에 올라가는 길은 한적한 산책로이다. 공기도 좋고 바위들이 잘생겨 눈이 즐겁다. 이지역이 암반지형인지 나무들이 바위를 안고 자라는 모습이 독특하다.

동굴입구에 도착하자 펫트병을 가지고 들어갈때 병에다 스티커를 붙이고 20루피를 내야한다. 나올때 병에 붙은 스티커를 떼면서 20루피를 돌려준다. 그래서인지 동굴공원에서는 쓰레기를 보지못했다. 청소부가 계속 청소를 하고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동굴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가파르지만 계단이 잘되어있어서 힘들것이 없다. 우리나라 울산바위 올라가는 경치하고 느낌이 비슷하다.

동굴에 도착하니 원숭이한마리가 나무에 매달려 장난을 친다. 원숭이쇼를 보고 동굴에 들어서니 입이 딱 벌어진다. 6천년전에 바위에 새긴 암각화의 규모가 놀랍다. 직원이 우리에게 오더니 부조하나마다 상세한 설명을 해준다. 이것은 남자고 저것은 여자고 태양이고 나무고 어쩌고 저쩌고 코끼리도 있고 ...6천년전에 새긴것은 그림이다가 세월이 흐르면서 문자도 새기게 되었단다. 거대한 암각화의 스케일도 놀랍고 세월이 지나도록 변화된 내용도 재미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암각화중의 하나란다. 우리나라 반구대가 언제적 것인지 급 궁금해졌다.

동굴입구에서 내려보는 전망은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저멀리 유칼립투스가스로 인해 푸르스름하게 물든 산들이 장관이다? 호주 블루마운틴에선 못느꼈던 느낌을 여기서 느낀다. 아침이나 저녁시간을 잘 맞춰야하는데 오늘 제대로 맞추었다. 서고트산맥안에 있다는 것이 실감난다.

내려오는 길에 아기를 안고있는 원숭이들을 만났다. 인도는 사람들이 애를 많이 낳으니 원숭이까지 새끼를 많이 낳나보다. 타피오카칩을 사서 먹고 있다 몇개 뺏겼다. 다 주고 싶었는데 버릇되서 사람들한테 달려들까봐 참았다.

지나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나누었다. 내가 먼저 말을 걸면 다들 까무라친다. 그러고보니 이동네에도 외국인은 우리가 유일하다. 원숭이보다 내가 더 인기가 좋아서 사진도 같이 찍어주고 악수도 나누었다. 외국관광객없는 동네를 다니다보니 국빈대접을 받는다.

호텔로 돌아와서 매니저한테 지프사파리못한 이유를 말하니 미안해한다. 다른것 잘봤으니 괜찮다했다. 케랄라에서 유명한 아유르베다체험하겠다고 병원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팜플렛하나를 준다. 병원에서 체험하는 아유르베다가 제대로라고 지난번 인도사람에게서 들었었다.

점심먹고 병원으로 갔다. 1시간에 천루피란다. 1시간30분짜리도 있는데 스트레스나 불면증등등 나하곤 상관이 없는거다. 난 그냥 맛사지로 받겠다고 했다. 안내를 받아 들어가니 옷을 다 벗고 스모선수샅바같은 것을 주면서 입으라 한다. 사실은 입는게 아니라 겨우 가리는 수준이다.

먼저 자리에 앉아 머리정수리에 아유르베다오일을 붓고 조물딱거린다. 힘을 줘서 하지는 않는데 희한하게 열이 나면서 시원하다. 머리를 마치고 나무베드에 누우란다. 엎드리니 두사람이 양쪽에서 몸에다 오일을 붓고는 대패밀듯이 몸을 민다. 생선뒤집듯이 뒤집더니 앞쪽도 민다. 앞뒤로 골고루 밀고는 일으켜세우고 스팀통에 들어가란다.그러더니 생선찌듯이 찐다. 약초들을 훈증시킨 스팀인지 향에서 약냄새가 난다. 한참 스팀하고 나니 샤워하라고 한다. 샤워를 마치니 끝났단다. 지난번 호텔에서 한 아유르베다하고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케랄라가 아유르베다가 유명하다는데 제대로 체험했다.

호텔로 돌아오려고 오토릭샤를 탔더니 기사아저씨가 나보고 필리핀? 그런다. 네팔녀에서 이젠 필리핀녀로...난 자꾸 더 까매지고 있나보다. ㅠㅠ 이동네 택시가 참 귀엽게 생겼다.

남편의 타블렛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화면에 거미줄이 쳐졌다. 보호필름을 사던지 이참에 하나 새로 사던지 할라고 시내를 나가서 찾아봤다. 보호필름은 찾을수도 없고 판매하는 탭중 제일 나아보이는 것이 5년 전에 사서 한때 내가 열심히 사용하던 갤3이다. 5년전에 샀다가 지금은 울집 골동품중 하나로 주무시고 계신 갤3가 최신품으로 둔갑해서 만루피에 팔리고 있다. 거미줄화면으로 책읽는 것보다는 나을것 같아서 새로 사라니깐 싫단다. 벵갈루르에 가서 알아봐야겠다. 눈버릴까 걱정이다.

저녁메뉴를 주문했다. 그냥 평범한 닭튀김하고 야채듬뿍 넣은 볶음밥해달라고 했다.

역시나 고개를 옆으로 까닥거리며 웃는다. 나도 옆으로 까닥거리며 웃었다. 이제 까닥거리는 의미를 대충 알듯 싶다. 방에서 저녁을 기다리는데 전화가 오더니 저녁준비가 다 되었으니 부엌으로 오란다. 왜 부엌에 준비를 했나싶어서 내려가니 닭은 튀겨놓고 재료들을 다 준비해놓고 나를 기다린다. 내가 시키는대로 만들어주겠다 한다. 내가 주문한 내용대로 만들려니 자신이 없나보다.

내가 부탁하는대로 딱 그대로 만들어준 저녁은 감동이다. 직원들이 날 맘이라 부르더니 제대로 가족대접을 해준다. 부엌은 직원외에는 들어갈 수가 없는 곳인데 나는 수시로 들락거리며 차도 끓여먹고 과일사서 같이 잘라먹었다.

내가 따서 직접 만든 녹차를 맛보더니 웩한다. 설탕하고 밀크 안 넣고 왜 차를 마시냐 한다. 고개를 옆으로 까닥거려줬다. 고개 까닥이 은근 중독성있다. 하루를 정리하고 사무실에 앉아서 페북을 보고 있으니 매니저가 페친하자고 한다. 정중히 기분나쁘지 않게 거절했다. 한글로 쓰는데다 오래된 친구들하고만 페친맺는다고 설명하니 이해한다. 길에서 만나는 인연을 페친으로 맺으면 정신없이 늘어나게 된다.

허미경 여행전문기자(mgheo@nextdaily.co.kr)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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