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바둑 4강 '관록' 한국 vs '패기' 중국 대결

박정환 9단과 딩하오 9단, 김지석 9단과 랴오위안허 9단 맞대결 34세 베테랑 한국 기사 vs 2000년생 중국 신성간 4강전 성사

2025-11-14     김상희 기자

박정환, 김지석 9단이 4강 진출에 성공하며 신진서 9단의 탈락으로 멀어지는 줄 알았던 삼성화재배 한국 우승의 기대가 다시 부풀어 오르고 있다. 특히 김지석 9단의 메이저 세계대회 4강 진출은 2014년 춘란배 이후 11년 만이다. 박정환 9단은 랴오위안허 9단과, 김지석 9단은 딩하오 9단과 결승 티켓을 두고 맞대결 한다.

한국과 중국이 2:2로 팽팽하게 맞선 202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4강전은 여느 때보다 특이점이 많다. 최근 한국바둑은 신진서 9단 외 세계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는데, 그가 떨어진 빈자리가 평균 연령 34세의 베테랑 두 명으로 채워졌다.

삼성화재배 4강에 오른 (왼쪽부터) 랴오위안허 9단, 박정환 9단, 김지석 9단, 딩하오 9단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93년생 박정환 9단은 한국랭킹 2위지만 최근 세계대회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올 6월에 치러진 메이저 세계대회 춘란배에서는 중국 양카이원 9단에게 패해 우승컵을 넘겼고, 2021년 삼성화재배에서 신진서 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이후 챔피언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올해로 36세가 된 김지석 9단도 2014년 삼성화재배를 우승한 이후 세계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8년 속기전인 TV바둑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나 메이저 대회에선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반면 중국랭킹 1위 딩하오 9단과 13위 랴오위안허 9단은 2000년생으로 중국의 떠오르는 신성(新星)이다. 신진서 9단과 동갑내기이자 라이벌인 딩하오 9단은 2023년, 2024년 삼성화재배를 연패하며 올해 3연패를 노리고 있다. 소싯적 천재기사로 불리던 랴오위안허 9단은 아직 세계대회 우승 경험은 없지만 신진서 9단을 꺾은 만큼 최근 기세가 무섭다.

박정환 9단과 랴오위안허 9단의 상대전적은 3승 1패로 박정환 9단이 우세를 점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도 박정환 9단의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가장 최근 대국인 2024년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서 랴오위안허 9단이 승리했던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김지석 9단은 딩하오 9단과 세 판 두어 승점을 얻어내지 못했다. 두 기사가 직접 마주보며 대국하는 것은 2019년 TV바둑 아시아선수권대회 4강전 이후 6년 만으로, 2020년 갑조리그와 2022년 LG배 기왕전 8강전은 온라인으로 대국했다.

박정환 9단과 김지석 9단 모두 마지막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이 삼성화재배라는 것도 특이점 중 하나. 어느덧 서른을 훌쩍 넘긴 두 기사가 중국의 젊은 강호들을 상대로 관록의 힘을 보여줄 수 있을까 주목된다.

202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4강전은 14일 12시, 박정환 9단 대 랴오위안허 9단의 1차전 대결을 시작으로, 김지석 9단과 딩하오 9단의 2차전은 15일 12시에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