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가 뭐냐면” 서울시 청소년성문화센터, 체계화된 양육자 성교육 제안

자녀의 일상 속 올바른 성인지와 감수성 키워야

2025-06-27     박현선 기자

서울시가 위탁·운영하는 서울지역 청소년성문화센터(이하 성문화센터)가 양육자(부모)를 대상으로 한 성교육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마련해 제공한다고 밝혔다. 성문화센터는 디지털 성범죄, 딥페이크 대응, 성평등한 관계 맺기, 발달단계별 자녀 지도법 등 현실적 고민을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해 실제 양육 환경에서 바로 적용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유튜브, SNS, 온라인 게임 등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아이들은 일상적인 매체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성적 콘텐츠’와 마주하게 된다. 아이들이 올바른 성인지적 이해력을 갖기 이전에 자극적인 콘텐츠를 접해 왜곡된 성적 이미지와 성 역할을 습득하게 되면서 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지역 성문화센터 8개소 위치(제공=시립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성문화센터에 따르면 자녀 성 문제를 상담한 한 학부모는 “딥페이크가 뭐냐는 10살 아이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고 전했다. 이럴 때 부모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왜곡된 메시지를 ‘정답’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성교육은 더 이상 선택 아닌 ‘생존 교육’이 된 시대가 됐지만 정작 부모들은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과정에서는 보건교과, 폭력예방교육을 포함해 매년 15시간 성교육을 시행하도록 하고 있으나 교육 시수나 교사의 전문성 측면에서 실효성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 단체나 외부 강사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내용의 질과 방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일부 민간 단체에서는 성교육에 종교적 신념이나 정치·이념적 성향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성애 중심·순결 중심, 금욕, 차별금지법 반대, 학생인권법 반대 등 사회적 논란이 있는 시각을 편향 지지하는 것은 향후 사회로 나아갈 자녀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편향된 교육은 아이들의 성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저해하고 편견과 차별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에이즈 예방에 과도하게 집중하다보니 자극적인 콘텐츠를 초등 저학년에게까지 노출시키기도 하며, 성폭력 예방이라는 명목 아래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면서 2차 가해를 정당화하는 등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성문화센터는 이러한 지도 방향성이 성폭력의 구조적 문제를 축소하고 아동·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존엄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립송파청소년성문화센터.

무엇보다 강사 전문성에 대한 자격이나 사전 검증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들조차 내용을 알지 못한 채 현장에서 국가 정책이나 아동인권 기준과 충돌하는 교육이 시행됨으로써 아이들에게 혼란과 왜곡된 성 인식을 남기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성문화센터는 전했다.

이에 서울지역 청소년성문화센터는 공공기관으로서 검증된 콘텐츠, 전문 강사,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매년 수천 명의 양육자를 대상으로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강의 매뉴얼 워크숍, 보수교육, 현장 모니터링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문화센터에 따르면 해당 센터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한 양육자들은 평균 97점 이상의 만족도를 보였으며, 자녀와의 대화를 위한 언어 선택법, 일상 속 성 가치관 형성법, 당황하지 않고 반응하는 방법 등이 실생활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이명화 시립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은 “지금의 청소년들은 디지털에 과몰입하고 오프라인에서는 관계 단절과 고립이 심화되고 있어 청소년 자녀를 둔 양육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이 시대의 성교육은 나와 타인을 존중하는 언어를 익히고 단절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성교육은 삶의 방식이자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감수성을 키우는 과정이며 공공의 안전망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공공의 가치와 철학이 반영되는 성교육 기회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