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낙영 칼럼] 이재용 회장의 ‘독한 삼성인’ 주문의 기대

2025-03-17     서낙영 기자
이재용 회장. 출처=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면서 ‘독한 삼성인’을 임원들에게 주문했다고 한다.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는 질책과 함께다. 그룹 총수로서 현재 상황에 대한 피를 토하는 심정의 절박함을 표한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 삼성의 위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혁신기업이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기술 리더십을 잃어가면서 부지불식간 서서히 강도를 더하며 높아졌다. 초격차 기술과 혁신으로 경쟁기업이 도저히 따라오기 어려운 ‘다른 레벨’에 올라서 시장을 주도해온 삼성의 모습을 찾기가 어려워진 것을 이제는 삼성 내부도 밖에서도 인정하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핵심 엔진이기도 한 삼성 반도체의 부진은 단순한 경영상의 악화가 아닌 근원적인 경쟁력의 훼손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이재용 회장이 최근 몇 년간 제일모집 합병에 따른 사법리스크 등으로 경영에 전념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다 빠른 시점에 판을 바꾸는 죽기살기의 강한 선언과 조치가 아쉽기 그지없는 이유다. 17일 이번 발언이 전해진 삼성인력개발원의 전 계열사 대상 임원 세미나는 2016년 이후 9년만이다.

선대 이건희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는 모두 바꾸자’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한 것과 같이, 이번 이 회장의 발언이 삼성의 변화와 혁신의 전환점이 돼야 한다.

삼성전자는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를 책임져 왔고, 사실상 한국경제의 성장과 괘를 같이 해온 기업이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의 크기 만큼이나 총체적 위기에서 벗어나기를 응원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삼성전자는 이미 국민주라고 할 정도 500만명 훌쩍 넘는 일반 소액주주들이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수 많은 개인 주주들이 소유한 지분 만큼의 주인으로서 삼성의 혁신과 변화를 고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삼성이 반도체 D램에서 세계 최고 혹은 세계 최초의 공정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한지가 너무 오래됐고, 조직 문화가 공무원화하고 있어 이른바 ‘삼성공무원’이라는 말이 일반 명사처럼 나도는 것이 현실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2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던 모습. 출처=삼성전자

이에 대한 건설적 변화의 물꼬가 무엇일까.

우선은 인재 제일의 삼성에서 그 변화를 다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삼성은 IT 혹은 테크 기술기업으로 이를 이끌어가는 것은 엔지니어 인력이 기반이 돼야 하는 것이 자명한데, 이 단순한 논리가 최근 10여년간 붕괴돼 왔다는 평가기 때문이다.

업계와 주변 자본시장의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단연 ‘엔지니어 홀대론’임은 이를 잘 말해준다.

이번 이재용 회장의 ‘사즉생, 독한 삼성인’ 발언이 일회성 경고나 문책이 아닌 큰 틀의 변화를 이끄는 트리거가 되기를 진심 바란다.

현 시점에서 예단하기는 어려우나, 이 회장의 강력한 후속 조치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

편집인 겸 선임기자 nyseo67@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