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필수품으로 떠오르며 시장 확대를 꿈꾼 제습기가 도마 위에 오르는 분위기다. 에어컨‧선풍기와 더불어 무더위를 이겨낼 가전제품으로 평가받았지만, 소음과 발열 문제 등으로 소비자 사이에서 불만이 커진 것. 제조업체가 제습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소비자에게 인지시켜야 한다는 견해가 대두하고 있다.

제습기는 한 공간의 습기를 잡는 제품이다. 컴프레서(압축기)를 이용해 냉매를 고온고압 상태로 압축, 공기 중 습기를 내부에서 액체화해 습도를 조절한다. 작동 원리는 에어컨과 똑같지만 더운 공기를 방출하는 실외기를 갖추지 않고 실제 냉방 기능까지는 지니지 않아 에어컨과 본질적인 쓰임새가 다르다.

문제는 제습기 시장이 근 몇 년간 급격히 성장하고 아직 보급률이 15% 정도로만 추산되는 만큼, 소비자 사이에서 제습기에 에어컨의 기능을 기대하는 등 성능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또 제습기 업체가 제품을 광고할 때 ‘쾌적함’이나 ‘청량함’ 등 습도 조절로 기대할 수 있는 장점만을 강조해 오해를 낳고 있는 모습이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한국소비자연맹은 7월 28일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제습기 관련 불만이 2012년 221건에서 2013년 713건으로 223%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7월 20일 기준으로 463건이 접수되는 등 증가추세를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제습기 관련 불만은 6월부터 8월 사이에 집중됐다.

또 소비자연맹 측의 자료대로라면 올해 접수된 불만 중 계약해제 및 반품요구가 284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제습기 품질에 대한 불만이 128건으로 가장 비중이 크다. 이중 품질불만 128건을 유형별로 보면 소음에 관한 불만이 39.1%인 50건, 발열과 훈풍이 39건(30.5%), 제습효과 불만이 8건(6.3%)이다.

위자료에서 소비자들은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제습되면서 쾌적한 실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소음에 시달릴 뿐 아니라 뜨거운 바람과 발열에 인해 온풍기를 틀어 놓은 격”이라고 말한다. 특히 제품을 구매할 때 더운 바람이 나온다는 안내가 없었고, 더운 바람을 확인한 뒤엔 개봉했기 때문에 반품이 안 된다는 점에서 분통을 터뜨린다는 내용이다.

▲ 사진 출처: 위닉스 (해당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 사진 출처: 위닉스 (해당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여름철 필수가전으로 주목받던 제습기가 왜 불만의 대상이 됐을까? 첫 번째 문제점은 제습기 광고의 애매한 표현을 꼬집을 수 있을 것 같다. 업계는 제습기를 뽐낼 때 ‘쾌적함’ 등의 표현을 주로 쓰지만 이 말에 소비자는 시원함을 기대할 가능성이 있다. 또 시중에 나온 제습기 광고나 판매 브로슈어 등을 보면 훈풍에 관한 얘기가 없어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나중에 불만을 가질 부분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비자연맹은 “제습기의 효용성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업체 광고 또한 제습기 사용으로 실내가 쾌적하다는 부분만을 강조하고 주요 불만내용인 소음이나 더운 바람이 나오는 부분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지하지 않아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마른장마로 기대했던 만큼 제습기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자 업체 간 마케팅 경쟁이 심화한 이유도 소비자의 불만을 사게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제습기 시장은 지난해 2배인 8,000억 원까지 예상했으나 장마 기간 중임에도 비가 오지 않는 마른장마가 계속되며 최대 성수기를 가뭄으로 보낸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체 대부분이 30~40%씩 할인 판매에 돌입해 재고처리에 집중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소비자연맹의 자료에서 “성수기면 가격이 올라갈 것처럼 광고해 서둘러 미리 구매했는데 오히려 구매 당시보다 가격이 낮아졌다”는 불만이 나온 이유다.

다른 제습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수많은 제습기 업체가 경쟁하는 상황에서 단점으로 보일 사실을 드러내놓고 고지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올해 제습기 시장은 45개가량의 업체가 뛰어들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 바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업계가 제습기를 판매할 때 소비자의 올바른 이해를 돕도록 촉구하는 한편 소비자 스스로 제습기를 구매할 때 필요성을 따져보도록 당부한다. 소비자연맹은 “주위에서 좋다는 말이나 광고만 보고 구매했다가는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으므로 구매 전 제습기의 용도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나에게 꼭 필요한 물품인지 확인하고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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