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혁신 클래스’는 국내외 기업과 기관들의 ESG 사례와 트렌드를 조명하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해와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장입니다.
ESG, CSR 관련 '가치 콘텐츠’에 기업의 책임자와 실무자, 관련 전문가, 독자들의 큰 관심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ESG-CSR 신규 프로젝트와 함께 관련 성과를 소개하는 코너도 신설 예정입니다. 관심 있는 기업과 기관들의 문의(kevin@nextdaily.co.kr) 바랍니다.

 

팬데믹 이후 3년여 만에 하늘길이 열렸다. 인천공항은 마치 코로나가 없었던 것처럼 붐비고, 코로나 전과 달리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조금 더 많아졌다는 것뿐일 정도로 항공산업은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화물 사업의 기록적 흑자를 기록한 대형 항공사와는 달리 여객사업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저비용 항공사들도 지난 4분기부터 본격적 반등을 시작했다. 

진에어의 경우 15분기 만의 흑자 전환으로 화제가 됐다. 올 상반기 일본, 중국, 동남아 국가들의 출입국 규제와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항공시장은 곧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시장의 호재만큼 업계의 숙제로 ‘넷제로’가 부상하고 있다. 항공부문의 탄소 발생은 세계 탄소 발생량의 2~3%이면서 교통부문 탄소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심각성과 ESG 부상은 항공 업계에 대한 주주, 승객, 투자자, 각국 정부 등 다양한 주체들의 압박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항공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초유의 불황에도 기후변화 대응과 넷제로를 위한 다양한 방향성을 모색해왔다.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는 ‘글래스고 기후합의’를 채택하며 산업분야의 즉각적 대응은 물론 대부분의 글로벌 항공사와 항공우주기업들은 2050년까지 넷제로를 선언하고 긴박한 탈탄소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대한항공·유나이티드 에어라인·쉘 등
항공사·에너지기업 '지속가능한 항공유'에 주목
SAF 공급-사용기반 구축 대응에 '잰걸음' 
EU는 2025년부터 항공유에 'SAF 혼용' 규정

넷제로 이행을 위해 세계 항공산업은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연료와 기체의 변화’다.

화두로 떠오른 연료부문에서는 SAF(Sustainable Aviation Fuel)로 불리는 '지속가능한 항공유'에 주목하고 있다. SAF는 폐식용유, 동식물 바이오매스 등을 활용해 생산하는 항공유를 말한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가 아닌 대체 연료로 생산하지만 기존 연료와의 특성은 유사하다. 기존 연료의 문제점인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어 생산부터 사용까지 일반 항공유 대비 최대 80%까지 이산화탄소 발생을 낮춘다는 장점이 있다. 

지속가능한 항공유에 대한 전환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5년부터 EU내에서 사용하는 모든 항공유에 SAF를 혼용하도록 규정했고, 2050년에는 비율을 63%로 늘리도록 규정했다. 

미국도 올해부터 SAF에 대한 세액공제를 공시하면서 관련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속가능 항공유로의 전환 움직임은 단순히 항공유의 전환뿐이 아닌 항공 산업과 연계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유기적인 사안이다.

앞서 언급한 미국정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SAF 세액공제에 따른 친환경 항공유 시장의 확장과 기존 항공유 시장간의 변화 때문이다. 

특히 국내의 수출입 분야 3위를 차지하던 정유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8월 기준 국내 정유업계 화석연료 기반 항공유 수출규모는 78억만달러에 달했고, 이 중 미국 수출액은 약 27억원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존 미국 수입 항공유의 50% 가량이 한국산 항공유임을 미루어 볼 때 국내 정유사들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당장은 상대적으로 비싼 SAF 가격 이슈로 영향이 적더라도 기후위기 대응에 맞춰 미국, EU, 영국 등이 적극적으로 SAF 필수사용 규제를 신설하면 시장 영향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SAF 개발 환경과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에서도 ESG 나비효과를 해결해야 하는 정유사와 항공사는 협약을 통해 SAF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트웰브의 탄소변환 리엑터
트웰브의 탄소변환 리엑터

글로벌 항공사들 SAF 수급난 대응 일환
'기업형벤처캐피털' 설립 기술투자 본격화
넷제로 기반 조성 위해 전문 스타트업도 발굴
SAF 혁신기술 보유 '트웰브'에 시선집중 

대한항공은 지난해 9월 글로벌 에너지기업 쉘과 SAF 구매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2025년부터 우선적으로 SAF를 공급받으면서 현대오일뱅크와는 SAF 사용기반 구축을 위한 협력을 맺고 장기적인 SAF로의 전환에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항공사들은 SAF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자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를 설립하고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항공산업을 위해 전용펀드는 물론 관련 스타트업의 발굴과 투자로 기술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은 자체 CVC, 5개의 투자 파트너와 함께 1억달러(한화 1308억원)의 SAF펀드 조성과 친환경 에너지, 기후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처럼 CVC 전략을 택하지 않은 항공사들은 연료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항공은 전략적 업무협력 등을 통해 연료를 확보하는 동시에 기술 개발보다는 기체 변화에 중점을 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 최초로 ESG 채권을 발행하고 친환경 항공기를 도입하는 등 친환경 기체로의 점진적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1년 국내 항공사 최초로 35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해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 보잉787-10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항공기는 동급 대비 좌석당 연료 효율은 25% 이상 높고, 탄소배출량은 25% 적은 고효율 친환경 항공기다. 

국내 최대 항공사답게 선도적으로 ESG 방향성을 잡고 있는 대한항공을 필두로 다른 항공사들도 기후변화 리스크 최소화와 넷제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넷제로 관련 대규모 투자의 대상이 되는 스타트업은 어느 곳이 있을까? 대표적인 기업으로 지난해 1억3천만달러(한화 1691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트웰브(Twelve)'가 꼽힌다. 

트웰브는 SAF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생산단가를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석연료 대신 물과 공기 등을 활용해 소재를 제작, 생산과정에서 원료를 포집한 탄소에서 추출한 원료로 교체하고, 제조 과정에서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로 주목받았다. 포집한 탄소로 SAF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생산한 합성 가스로 다양한 제품의 원료를 제작하는 '트웰브 이-제트(Twelve’s E-jet)'으로 불리는 SAF가 항공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미국 공군과의 협업을 통해 합성 가스를 활용한 제트엔진 연료 생산에 성공하고, 연료뿐만 아니라 포집 탄소를 활용한 원료로 다양한 제품을 다수의 기업과 함께 출시하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처럼 ESG로의 방향성은 산업과 시장에 유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것만이 아닌 세계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는 방향 아래 기관, 산업계, 투자업계 등으로 나비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 유지하던 것을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하는 ESG 흐름과 이로 인한 다양한 나비효과 속에서 한국의 역량 있는 기술기반 스타트업들이 세계 항공산업이 주목하는 밸류체인, 파트너십의 라이징 스타가 되길 바란다.


** 강의를 진행하는 이순열은 재단법인 한국사회투자에서 최고소셜임팩트책임자(CSIO)를 맡고 있으며,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 육성과 기업사회공헌, ESG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저작권자 © 넥스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